기사입력시간 24.01.15 13:36최종 업데이트 24.01.1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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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진료의 위기는 '오픈런'이 아니라 '소아암'을 보라

[칼럼] 조병욱 미래의료포럼 상임위원·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메디게이트뉴스] '소아 응급실, 소아과 오픈런' 이러한 단어들이 최근의 소아청소년과 진료의 위기를 반영하는 대표 단어들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오픈런의 이유로 많은 수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소아 진료를 포기했다며 지난 5년간 600여개 이상의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개업과 폐업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과 21년 코로나19의 영향에 의해 폐업이 잠시 우세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개업이 오히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 영역의 진료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중 일부는 소아 진료를 포기하고 다른 영역으로 떠나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보건복지부의 2018년부터 2020년까지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문과목별 경증 질환 중심 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력 중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8년 2019년 2020년
소아청소년과 2752명 2846명 2905명
 
그 이유는 현재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은 매우 저조하지만, 기존에 지원한 인력의 배출이 이어지고 있고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던 전임의 및 교수들이 개원가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아 진료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차 의료기관이 제기하는 소아 진료의 문제는 시간대의 쏠림 현상(오픈런)이나 특정 인물에 대한 쏠림 현상으로 인한 문제일 뿐이다. 예약 서비스 똑닥을 살펴보면 어떤 의료기관은 진료 예약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꽉 차있는 반면, 어떤 기관은 수월하게 예약할 수 있다. 이는 의료진 부족 문제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즉, 수요자의 소비 행태에 따른 쏠림 현상에 의한 일시적, 한정적 공급 부족 현상일 뿐이다.  
 
현재 소아 진료의 위기가 나타난 곳은 3차 의료기관 즉, 상급종합병원이다. 미숙아라 불리는 조기출생아나 저출생체중아를 받을 NICU(신생아중환자실)이 겨우 유지되거나 문을 닫기 시작하고 있다. 소아암 환자가 진단이 돼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전국을 떠돌고 있다. 중증 소아 환자를 진료할 상급종합병원이 그 기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소아 진료가 닥친 위기다.
 
다음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진단명을 통해 수집된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소아청소년(0~18세) 4대 중증 질환 환자 수 통계이다.

 

통계학적으로 볼 때 인구 집단의 숫자가 줄어들면, 대체적으로 유병률이 고정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중증 질환자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하기 쉽다. 그러나 표에서 알 수 있듯 출생아 수는 5년간 24%가 감소했으나 소아암이나 희귀질환은 오히려 증가했다. 
 
소아암이나 희귀질환과 같은 중증 질환의 진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의 기능이 절실하다.  2023년 7월 기준으로 전국에 소아암을 진료할 수 있는 소아혈액종양분과 세부전문의는 단 69명뿐이다. 심지어 강원도에는 소아암 세부전문의가 아예 없다. 과거의 소아암 환자는 의료비를 걱정했다면, 지금의 소아암 환자는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을 걱정한다.
 
소아 중증 질환의 문제가 갑자기 대두되는 이유는 바로 전공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것인데, 이는 상급종합병원의 잘못된 인력구조가 원인이다.
교수 이외에 전공의밖에 없는 의사인력 구조에서 전공의가 사라져 버리자, 곧 교수와 전임의만 남는 것이다. 바로 의원과 병원급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많은데 소아 중증 질환을 보는 상급종합병원에 전문의는 적은 것이다.

이는 소아청소년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피의료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이미 5~10여년 전부터 PA라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아 진료, 특히 소아청소년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교수진의 고령화에 있다.

앞서 언급한 소아혈액종양분과 세부전문의 69명의 교수 중 절반이 10년 안에 은퇴를 한다.  출생아 수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담당할 교수도 줄어든다. 교수들마저 사라지면 가르쳐줄 사람도 없고 아예 해당 분과 자체의 명맥이 끊기게 된다.

정부가 이 문제에 댛 인지하고 주목하고 있다면 정말 빠른 시기 안에 전공의든, 전임의든 누군가 이 영역에서 일할 사람이 나타나도록 대책을 내놔야 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어차피 지원이 0인 곳에 의대 정원 1000명을 늘려도 지원은 '0'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소아 진료 위기의 극복 방안은 이렇다.

첫째, 상급종합병원의 인력구조를 전문의 중심의 의사인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공의 의존적인 현재의 체계에서 전문의 위주의 체계로의 전환은 물론 교수만 있는 병원이 아닌 교수가 아닌 봉직의들 즉, 호스피탈리스트들이 다수 존재하는 병원이 돼야 한다. 소아청소년과가 전환의 시초가 될 수 있도록 수가를 대폭 개편해 고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충분한 보상이 있다면 전문의들은 일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
 
둘째, 의료 행위에 대한 민·형사 소송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 

전면적인 면제보다는 전문가 집단의 심사나 평가를 통해 소송 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특정 자문의에 의한 자문이 판결에 영향을 주면서 불합리성이 지적되고 있으며, 특히 무과실임에도 정신적 피해 보상을 하라는 등의 비상식적인 판결이 나오는 것은 사법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면적인 면제를 부과하는 것 또한 의료 행위에 대한 신뢰를 잘못된 의도로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분쟁에 대해 제3자인 독립적인 전문가 집단에서 평가를 내리도록 해 의료에 대한 비전문가 적인 사법적 판단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소아 진료에 대한 수가를 전면 재평가해야 한다.

과거 출생아 연간 70만~80만명 당시의 진료와 현재 20만명 시대의 진료는 판이하게 다르다. 진료 시 문진 과정에서 필요한 보호자와의 질의 응답, 이학적 검사 과정 중에서 필요한 환아를 대하는 방법 등 투여되는 인력과 방법, 기술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보호자 한 명이 아이를 두 세명 데려왔다면 지금은 환아 한 명에 보호자가 두 세명이 온다. 진료 환경과 진료 방법이 달라진 것이다. 6개월, 1세, 4세, 9세, 15세 각각 모두 다르다. 소아청소년과는 이런 흐름에 따른 진료를 수련받는다. 여기에 맞춰 진료 수가도 바껴야 한다. 
 
종합해 보자면, 결국 정부가 대한민국 필수 의료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들을 시행하라는 것이다. 왜곡된 인력 구조를 정상화시키고 의료 행위에 대한 민·형사 부담을 없애고, 적정한 보상을 제시하면 된다.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얘기를 의사들이 안 한 것이 아니라 아무리 얘기를 해도 정부가, 국민들이 들어주지 않는다.”
 
그렇다. 위에 쓴 내용을 보건복지부가 모를 리 없다. 의사들이 수년전부터 수없이 얘기했던 내용이다. 한해. 한해 구천을 떠도는 소아암 환자가 이렇게 늘어나는데 어찌 모를 수 있을까? 그런데도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제로에 무한대를 곱하자는 소리를 하고 있는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를 할 수 있는가.
 
필자가 이 글을 탈고하는 오늘도 어느 대학병원 두 곳의 소아청소년과 교수들 7명이 사직을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위기가 아니라 늦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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