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전라·경상 대장항문외과 전임의 다 합쳐도 3명…"기피과 중 기피과 무관심 속 죽어가"
[인터뷰] 경북대병원 박준석 대장항문외과 교수 "최근 3년 외과 선택한 전공의 전부 유방·갑상선만 선택"
칠곡경북대병원 박준석 대장항문외과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2025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외과는 554명 모집에 204명만이 충원되면서 충원율은 36.8%에 그쳤다. 이마저도 비수도권의 경우 충원율은 23.4%로 더 떨어진다.
평소에도 외과는 기피과로 분류된다. 2023년 전기 수도권 외과 지원율은 69%, 비수도권은 56.7%를 기록해 미달됐다. 그렇다면 실제 대학병원 진료 현장은 어떨가. 전문가들은 외과 중에서도 기피 세부 분과 과목들은 사실상 지방에서 전멸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기피 전공은 대장항문외과다.
칠곡경북대병원 박준석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그나마 외과에 지원하는 전공의들은 거의 대부분이 유방, 갑상선, 혈관·정맥류 분야에 쏠려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교수는 "외과를 선택한 전공의들도 현실을 잘 안다. 외과 중에서도 실손보험과 비급여 항목이 많은 분야로 쏠리는 경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대장항문외과는 진료 특성상 비급여 항목의 비중이 적고, 대부분의 수술이 포괄수가제(DRG)에 포함돼 있어 타 진료과에 비해 실손보험과 비급여 항목의 영향력이 낮다.
이에 더해 야간 수술이 잦은 점도 대장항문외과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대한대장항문학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임상과별 응급수술 비율은 외과가 1만1746건(35%)으로 가장 많았고 야간 수술(자정~새벽4시)의 81%는 대장항문외과가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장항문 등 외과에서도 기피하는 세부 분과는 사실상 씨가 말랐다. 박준석 교수는 "삼남(충청, 전라, 경상도) 지방을 통틀어 최근 3년간 외과 전문의를 따고 대장항문외과 전임의를 하는 의사가 3명 뿐"이라며 "3년간 전공의가 30~40명은 나온 것 같은데 이들 전원이 유방, 갑상선, 혈관 쪽으로 갔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대장항문외과는 염증, 천공, 폐색, 파열에 의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급성복증' 등 응급수술에 꼭 필요한 분야다. 2023년 급성복증 부위별 응급수술 비율을 살펴보면, 대장항문외과가 75%, 간담췌외과가 19%, 위장관외과가 7% 순이었다.
그는 "정부 필수의료 지원 대책이 대부분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응급실에 환자가 와도 배후 진료 여력이 없다면 환자를 받을 수 없고 최근 이런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외과가 적어도 60% 지원율은 나온다고 안심하고 있지만 외과 안에서도 기피 세부 분과는 사실상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