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9.05 10:12최종 업데이트 26.09.05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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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지는 묶어도 진료과는 못 묶는다”…지역의사제, 10년 통제보다 ‘넛징’ 필요

대공협 박재일 회장 “지금 교수·공보의 모습 보고 필수의료 택하겠나”…강원의대 나성훈 교수 “의무복무를 성장 기간으로”

(왼쪽부터) 강원의대 나성훈 교수,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김계현 연구부장, 복지부 강준 기초의료보장과장, 의협신문 박승민 기자, 대공협 박재일 회장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사람을 강제로 결혼시킬 수 없듯 의사의 선택도 통제만으로 바꿀 수 없다. 지역의사제는 돈을 지원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것 외에 달라지는 게 거의 없다”

2027학년도 지역의사 490명의 첫 선발을 앞두고 10년 의무복무라는 통제만으로는 지역 정착과 필수의료과 선택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지역에서 일하는 공보의와 교수의 근무환경을 그대로 둔 채 학생만 지역에 묶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일하고 싶은 환경과 미래를 먼저 보여주는 유인책, 즉 ‘넛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박재일 회장은 4일 영남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열린 ‘2026년 대한의학회 지역의료정책 심포지엄’에서 “인간의 행동과 선택이 개입되는 복잡한 시스템에는 통제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반드시 생긴다”고 말했다.

지역의사 490명 학비 지원·10년 의무복무…"필수과 선택·장기 정착은 별개"

정부는 2027학년도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에서 지역의사 490명을 처음 선발하고 2028~2031학년도에는 매년 613명을 뽑을 계획이다.

선발된 학생에게는 등록금과 교재비, 실습비, 기숙사비 등을 지원한다. 의사면허 취득 후에는 선발 당시 공고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해야 하며, 이를 면허 조건으로 부가한다.

박 회장은 지역 근무를 강제하더라도 어느 의료기관과 진료과에서 일할 것인지까지 통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했다고 이들이 갑자기 심장혈관흉부외과나 소아정형외과를 선택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굉장히 큰 오산”이라며 “통제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다시 유인책과 넛징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준비가 돼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사제는 기존 의료환경에 돈과 의무만 추가한 것처럼 보인다”며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라기보다 징검다리 하나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학생이 지역에서 경험하게 될 의사의 현재 모습부터 바꿔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박 회장은 “학생들이 공중보건의사를 보고 ‘나도 저 일을 20~30년 하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겠느냐”며 “정부가 원하는 것은 10년간 의무만 채우고 떠나는 의사가 아니라 지역에 장기간 남을 의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역시 수련 과정에서 만나는 교수와 전문의의 삶을 자신의 미래로 바라본다. 하지만 현재 지역병원 교수들은 진료와 교육, 연구뿐 아니라 각종 행정과 잡무까지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전공의들은 자신보다 20년 앞선 교수의 모습을 보며 미래를 생각한다”며 “현재 교수의 모습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의사제를 도입한다고 학생과 전공의에게 다른 미래를 보여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의 현실을 개선하는 속도가 지역의사제 추진 속도보다 한참 느리다”며 “지역에 남으라고 통제하기에 앞서 의료계와 함께 지역에서 일하고 싶도록 만드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의대, 지역교육·권역 순환수련 준비…해외도 교육기간·질이 정착 좌우

강원의대 나성훈 교수도 지역의사제의 성패는 선발보다 교육과 수련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학생을 선발해 지역병원에 투입하기까지 최소 7년이 걸리는 데다 이들이 필수의료과를 선택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나 교수는 “10년 의무복무 중심의 통제형 정책에서 탁월한 교육·수련 프로그램과 경력 비전을 제시하는 성장형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의무복무 기간을 단순히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성장하는 기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의대는 통합 6년제 교육과정에 24학점의 ‘지역의료인재 심화트랙’을 마련했다. 저학년부터 보건의료원과 지역 2차병원을 경험하고, 임상실습 단계에서는 대학병원의 중증진료와 지역병원의 일차·이차 필수의료를 교차해 경험하도록 할 계획이다.

전공의 수련도 단일 대학병원 중심에서 권역 연계 순환수련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수련 초기에는 권역거점 대학병원에서 중증·응급 진료를 익히고 이후 지역 2차병원에서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진료역량을 쌓는 방식이다.

나 교수는 “지역 수련병원의 교육역량을 검증하고 지도전문의가 교육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도록 수당과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며 “지역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확신을 줘야 의무가 아닌 자부심으로 일하는 지역필수의료 전문가를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 사례에서도 강제복무보다 지역에서 경험하는 교육·수련의 기간과 질이 장기 정착을 좌우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김계현 연구부장은 “일본과 대만, 호주 모두 지역의사제를 장기간 운영했지만 지역의료 인력난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며 “공통적으로 의무복무만으로는 부족해 지역 교육과 수련, 멘토링과 경력개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표에 따르면 최근 메타분석에서 지역 실습을 경험한 학생의 지역 근무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2.7배 높았다. 전체 수련기간의 40% 이상을 지역에서 보낸 경우에도 지역 정착 가능성이 높았다.

김 연구부장은 “지역 출신 학생을 뽑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학생뿐 아니라 이들을 교육할 지역 교수와 지도전문의를 지원하고 교육부터 수련, 전문의 이후 경력까지 하나의 경로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시작했으니 굴러갈 것이란 생각은 나이브” 인정…중장기 전략 마련

정부도 구체적인 교육·수련과 경력 지원 없이 제도를 시행하면 해외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보건복지부 강준 기초의료보장과장은 “현장에는 지역의사들이 들어오면 교육과 수련도 어떻게든 잘되겠지라는 다소 나이브한 인식이 있고, 정부도 제도가 시작됐으니 그럭저럭 굴러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이런 식으로 가면 제도가 흐지부지 끝나거나 다른 나라가 겪은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며 “지역 의료인력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에 대한 10년 이상의 중장기 전략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지역병원의 교수 자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과 산업까지 연결해 지역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경력 경로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강 과장은 “정부와 의학교육 단체, 대학,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국가와 지방정부, 대학이 공동으로 지역인재 양성에 투자할 재정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의사제 # 필수의료 # 지역의료 # 수련교육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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