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80% 수련 참여 전제로 예산 편성했다가 집행률 43.1%…필수과 전공의 충원율도 절반 밑돌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필수의료과 전공의에게 월 10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수련수당 예산을 전년보다 9.5배 늘렸지만 실제 집행액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 등 주요 필수과의 전공의 충원율도 반등하지 못하면서 수련수당이 이미 필수과를 선택한 전공의의 처우 개선을 넘어 신규 지원자를 유인하는 정책으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2일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5 보건복지백서’와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전공의 등 수련수당 지급사업에 본예산 414억6000만원을 편성했지만 실제 지급액은 178억6400만원에 그쳤다.
정부는 2024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월 100만원의 수련수당 지급사업을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 기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35명과 소아 분야 전임의 134명이 수당을 받았다.
2025년에는 전공의 지원 대상을 소아청소년과에서 내과와 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를 포함한 8개 필수의료과로 확대했다. 전임의도 소아 분야에 산부인과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관련 예산은 2024년 43억7000만원에서 2025년 414억6000만원으로 9.5배 늘었다.
하지만 전공의 복귀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2025년 제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사업비가 336억3700만원으로 줄었다. 이·전용 등을 거쳐 사업 수행기관인 대한병원협회에 교부된 금액은 179억9600만원이었고 이 가운데 실제 수련수당으로 집행된 금액은 178억6400만원이었다.
본예산 대비 실집행률은 43.1%, 추경예산 대비 실집행률은 53.1%다. 당초 편성한 예산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지 못한 셈이다.
2024년에도 본예산 43억7000만원 가운데 실제 집행액은 17억8300만원으로 본예산 대비 집행률이 40.8%에 머물렀다. 사업 시행 첫해부터 2년 연속 본예산의 절반도 집행하지 못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복지부가 2025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전체 전공의 정원의 80%가 정상적으로 수련에 참여할 것으로 가정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의정갈등으로 전공의 복귀 시기와 규모가 불확실했는데도 실제 수련 참여 가능성보다 지원 인원과 예산을 과도하게 잡았다는 것이다.
예산 집행 부진뿐 아니라 필수과 전공의 충원 효과도 확인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백서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는 정원 199명 가운데 27명만 선발돼 충원율이 13.6%에 그쳤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율은 2020년 68.2%에서 2024년 30.9%로 떨어진 데 이어 수련수당 지원을 확대했던 2025년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체 연차를 대상으로 한 2025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도 소아청소년과 충원율은 13.4%였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21.9%, 외과 36.8%, 응급의학과 42.1%, 산부인과 48.2%로 수련수당 지급 대상인 주요 필수과의 충원율이 절반을 밑돌았다.
반면 정신건강의학과는 93.5%, 안과 91.9%, 영상의학과 91.5%, 마취통증의학과 90.7%의 충원율을 기록했다. 월 100만원의 수련수당만으로 의료사고 위험과 높은 업무강도, 불확실한 전문의 진로 등 필수과 기피의 구조적 원인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공의들도 수련수당 사업 도입 전부터 현금 지원만으로 필수과 지원율을 높이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당시 회장은 2023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보조수당 도입과 관련해 “현재와 같은 보조수당 지급은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율 제고에 별 영향이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전공의 수련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공의 지원제도가 축적되면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수당 하나로 지원율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대전협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 원인으로 낮은 보상과 과도한 업무강도, 전문의 일자리 부족, 의료사고 위험 등을 지목해왔다.
전공의들이 과목을 선택할 때 수련 기간의 처우뿐 아니라 전문의 취득 이후 진로를 함께 고려하는 만큼 “과목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지원율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전공의에게 주당 80시간과 36시간 연속근무를 감당하도록 하면서 수련 이후 안정적인 전문의 일자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병원 구조가 필수과 기피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수련병원이 전문의를 충분히 채용할 수 있도록 필수의료 수가와 국고 지원을 확대하고 의료사고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과거에도 기피과 전공의에게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했지만 충원율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16년 제도를 폐지했다. 당시 외과와 산부인과, 병리과 등 8개 과목 전공의에게 월 50만원을 지급했지만 전공의 확보율이 개선되지 않고 과목 간 형평성 논란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2026년에도 필수의료 8개 과목 전공의와 소아·산부인과 전임의에게 월 100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을 계속한다. 올해 예산은 397억3600만원이다. 다만 휴직 등으로 수련기간이 연장된 추가 수련자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문제는 정부가 수련수당의 성과를 판단할 수 있는 별도의 평가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백서에도 2025년 예산과 지원 대상 확대 내용만 담겼을 뿐 과목별 지급 인원과 실제 집행액, 수당 지급 이후 지원율 변화, 수당 수급자의 수련 유지율 등은 제시되지 않았다.
수련수당은 이미 필수과를 선택해 수련 중인 전공의의 처우를 일부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2025년 사업은 본예산의 43.1%만 집행됐고 주요 필수과 충원율도 반등하지 못했다. 신규 지원자를 끌어들이는 정책으로서의 성과는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수련수당 사업을 계속하려면 단순히 예산과 지원 과목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목별 지급 인원과 집행률, 신규 지원율, 중도 이탈률, 수련 이후 필수의료 종사율을 공개해 정책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무강도와 의료사고 부담, 수련환경, 전문의 이후 진로를 그대로 둔 채 월 100만원의 현금 지원만 반복해서는 필수과 기피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