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보건복지부가 호남권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의 성과를 내세워 9월 전국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업이 서울, 경기권에선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과 수도권은 지역 거점 병원들처럼 당장 유기적인 환자 전원 시스템을 구성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광주·전남·전북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해당 사업은 응급환자의 중증도와 지역 의료자원 현황에 따라 중증환자는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이송 병원을 결정하고, 경증환자는 119구급대가 책임지는 방식이 핵심이다.
정부는 호남권 시범사업에서 1등급 중증응급환자 사망이 감소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중증환자 수용이 늘었다는 점을 성과로 제시하며 9월 전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으로의 확대도 이미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이대목동병원 여한솔 응급의학과 교수는 30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에 참석해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법안은 명문화될 수 있다. 병원에서 최종적인 치료가 안 된다고 해도 일단 환자를 받아 치료가 가능한 상급병원으로 원활하게 전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면 환자를 거부할 응급의학과 의사는 없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여 교수는 "이처럼 당연히 중증도가 높은 환자는 병원이 수용하는 것이 맞지만 현장은 이렇게 단편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응급실이 꽉 차 있고 중증 환자 구역도 한계 상황에서 당장 다른 병원 전원을 신뢰를 갖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된 채로 '강제수용' 법안이 발의됐다. 이젠 시범사업까지 전국으로 확대되려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호남권 시범사업은 성가롤로병원,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이 유기적으로 중추적 역할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서울, 경기권은 다르다. 상급종합병원들이 워낙 많다 보니 거기에 따른 팔로업 환자들도 여러 각지에 분산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A병원에서 팔로업하는 환자가 B병원 응급실에 이송을 오게 됐을 때 A병원으로 원활히 전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면 최초에 B병원에서 응급 환자를 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모든 응급실 의사들이 알고 있다. (시범사업의 전국확대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 방향성과 달리 최근 응급의료센터 내 경증 응급환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시됐다.
여 교수는 "지역 응급의료기관과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등을 구분하는 이유는 환자를 중증도 분류에 맞게 설정해 최종적인 치료가 완결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현장에선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KTAS 4~5(비응급) 환자들이 권역센터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때 경증 응급환자들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응급실 경증도가 많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