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모, 국힘 유영하 의원 발언에 사과 요구…"소명의식 말하려면 자부심 느낄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군의관∙공중보건의사(공보의) 복무기간 단축 문제에 대해 “의사가 소명의식을 내팽개치고 돈을 벌기 위해 복무 기간을 단축해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의대생들의 현역 입영 추세가 늘어나며 군의관과 공보의 자원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군의관∙공중보건의사(공보의) 기피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현역 대비 긴 복무 기간이 꼽히고 있다.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공의모)은 2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유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사병으로 복무하는 이 나라의 청년들은 소명의식이 없어서 18개월만 복무하는 것인가”라며 “망국적 열정페이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의모는 “18개월을 복무하는 육군 사병과 달리 군의관과 공보의는 훈련기간을 포함해 39개월을 복무한다. 2배가 넘는 격차”라며 “이만한 차이를 정당화할 근거로 유 의원이 내놓은 것은 소명의식 하나뿐이었다. 기성세대가 젊은세대에게 정당한 보상 없이 희생을 강요할 때 사용하던 열정페이와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명의식은 희생하는 사람이 스스로 품는 마음이지, 희생을 요구하는 쪽이 내세울 말은 아니다. 소명의식을 말하려면 군의관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나 군의관들은 스스로를 토템이라 자조한다. 군인의 건강을 챙기는 역할이 아닌 배치 사실만으로 상급자의 책임을 면해주는 부적 노릇을 할 뿐이라는 푸념”이라고 덧붙였다.
공의모는 “전문의들의 경력을 살리지 못해 일선 부대에서 군의관이 할 수 있는 처치는 소독약과 해열진통제 수준에 그친다. 환자가 직접 약국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이라며 “재료와 기구를 요청해도 도착까지 한 세월이 걸린다”고 했다.
이어 “임상 경험은 복무 기간 동안 무뎌진다. 군은 의사를 배치해두는 것만으로 의료를 제공했다고 여기고, 책임은 배치된 개인에게 남긴다”며 “장병의 건강을 지키는 자리가 아니라 지휘관의 책임을 대신 지는 자리에 앉혀놓고 소명의식을 요구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고 했다.
공의모는 “몇 년 전만 해도 군의관 대신 사병으로 입대하는 의사는 별종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사병 입대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며 “대세에 따르는 경향이 강한 의사들의 족보가 바뀐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번 넘어간 대세는 돌아오지 않으며, 군의관 기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 지경이 되도록 현실을 방치한 것은 소명의식을 앞세워 처우 문제를 덮어온 한국 사회”라며 “유 의원의 발언은 누가 이 문제를 방치하고 악화시켜왔는지 그대로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공의모는 “군의관 감소는 소명의식이 아닌 냉정하고 정확한 현실 인식으로 대응해야한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조사에서 의대 재학생의 99.0%가 지원 감소의 원인으로 현역병 대비 긴 복무기간을 지목했다”며 “장교 처우 개선은 의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새로 임관한 수의장교는 한 명도 없었고, 올해 임용된 공중방역수의사는 정원 150명 가운데 2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군장교 임관자는 지난 5년간 약 30% 감소했으며,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군단이 속출하고 있다. 병사 처우를 개선하는 동안 장교 처우는 소명의식이라는 말로만 메워온 결과”라며 “정치인이 소명의식을 운운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고 유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