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으로 다가온 지역의사제 선발…조선의대 김상훈 학장 "학생 지원만 있고 교육은 나몰라라"
[인터뷰] 지역의사 입학 의대생들, 낙인 효과 없애는 것이 최대 목표…지역 출신이 아닌 지역의사제 취지 맞는 인재 선발할 것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김상훈 학장이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역의사제를 통해 입학하는 의대생들에 대한 지원은 구체적으로 얘기되지만, 정작 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의과대학 교육 인프라에 대한 지원은 없다."
당장 2027학년도부터 지역의사 선발 전형이 도입돼 490명을 추가로 선발해야 하는 각 의과대학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역의사제가 단순한 별도 입학전형이 아니라, 이들을 선발한 이후 새로운 의학교육과 임상실습, 수련, 의무복무까지 연결되는 연계 커리큘럼이 필요한 만큼 현장 의대 교수들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다.
내년에 19명의 지역의사를 추가로 선발하는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김상훈 학장은 최근 전국 의대 최초로 ‘1학생·1병원·1멘토’ 내용을 골자로 한 지역의사제 학생 양성 트랙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예과 때부터 지역병원과 관계를 시작해 지역의료 프로젝트 학습, 지역병원 임상실습, 지역 수련 등을 강화한 연계 교육체계다.
조선의대 '지역의사제 학생 종단형 양성 트랙' 커리큘럼.
지역의사제, 등록금·생활비 지원에만 집중…교육 인프라 지원도 이뤄져야
다만 지역의사제 교육을 실제로 운영하기 위한 재정과 인력, 표준화된 지침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김상훈 학장은 8월 28일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에서 “학생들을 교육하고 실습시키려면 많은 재정과 인력이 투입되는데, 비용과 인력에 대한 구체적 지원이 없다”며 “현재 인원으로 하려면 어떻게든 운영할 수는 있겠지만, 교수들이 자기 시간을 더 투입하고 희생하면서 학생 교육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제시한 지원책도 등록금·기숙사·생활비 지원 등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학생에게 제공되는 혜택 외에 대학에 무엇을, 어디까지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내용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 의료기관에서의 교육·실습 확대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학생을 지역 의료기관에 보내는 것 자체보다 누가 교육하고,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며,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에 관한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학장은 “실습기관에서는 실습비를 요청하기도 하는데, 많지 않은 금액이라도 모두 예산”이라며 “학생을 보낼 때 누가 교육하고 평가할 것인지, 특히 의과대학은 평가에서 한 과목이라도 낙제하면 1년을 다시 다녀야 하기 때문에 평가 기준을 매우 신중하게 마련해야 한다. 이를 만들기 위한 연구와 합의 과정도 시간과 역량이 많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지역의사제 학생 수가 향후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대학과 지역 의사회의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조선대 의대의 지역의사제 정원이 매년 누적되고, 순천대 의과대학 신설이 현실화할 경우 관리 대상 학생 수가 수백 명 단위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 학장은 “전남도의사회가 학생과 지역 의사를 '1대1'로 매칭하는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학생이 500명 수준이 되면 그만큼 역량을 갖춘 멘토 의사가 필요하다”며 “의과대학 교수와 지역 의료진이 네트워크를 새로 구축해야 하지만, 대학이나 지역사회만의 힘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낙인 방지 위해 일반 학생도 프로그램 참여 가능
지역의사제 학생만을 별도로 묶는 교육방식이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관련 프로그램을 일반 학생에게도 개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 오키나와현 류큐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이 2025년 10월 류큐의대 지역의사제 입학 학생 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일본 지역의사제(Chiiki-Waku)로 입학한 의대생들이 '열등감'과 '좌절감' 등 다수의 부정적 심리상태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낮은 성적으로 입학했다는 열등감과 낙인, 유급에 대한 불안, 특정 지역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의무에 따른 직업적 자유 상실감, 만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이다.
김 학장은 “지역의사제 학생들을 위한 교육체계는 필요하지만 이들만을 위한 특별 커리큘럼은 아니다”라며 “지역의사제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되, 일반 학생도 원하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목표는 낙인화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현재 본과 3, 4학년이 하는 지역사회 실습을 예과 1, 2학년 단계로 내리고, 일반 학생과 지역의사제 학생이 함께 봉사·지역사회 체험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학생이 지역사회의 의료문제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지역의사제로 입학한 학생에게 낙인이 찍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학장은 지역의사제 학생만을 별도로 묶는 교육방식이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관련 프로그램을 일반 학생에게도 개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질환만 볼 게 아니라 지역의 문화·질병·일차의료 알아야
이번에 공개된 조선의대 지역의사제 학생 양성 교육체계는 지역 의료기관 실습과 체험 강화에 방점이 찍혀있다. 학생들이 향후 복무할 지역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녹아 있는 셈이다.
김 학장은 “지역의사제이기 때문에 학생이 나중에 복무할 지역을 더 잘 알아야 한다”며 “의사로서 질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특성, 문화, 잘 발생하는 질환, 일차진료를 맡은 의료진이 환자를 보고 관리하는 방식까지 학생 때부터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경험이 있어야 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나중에 그 지역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계기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지역의사제 교육이 강의나 임상실습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지역 주민과 만나고 봉사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관계를 맺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학장은 “지역의사제 학생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역 주민과 함께 어울리며 동화돼야 남게 된다”며 “교육만 시킬 게 아니라 지역에 가서 주민을 만나고, 지역사회 안에서 관계를 맺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의사제만으로는 안 돼…의료전달체계 함께 바꿔야
결국 그는 지역의사제의 성패가 현재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어렵게 만드는 '왜곡된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달려 있다고 봤다.
김 학장은 “이들이 10년 뒤에는 결국 현재의 의료전달체계에 노출된다”며 “지금도 지역이나 필수의료에 남지 않는 이유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역의사제 의사들도 똑같은 문제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로 가게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여건과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국립대병원뿐 아니라 지역의 상급종합병원까지 포함해 지역에서 중증·필수의료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국가가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의사제의 핵심을 단순히 특정 지역 출신 학생을 선발하는 데 둬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학장은 “지역의사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은 특정 지역에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뽑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지역의사제라는 제도에 적합한 학생을 선발해, 궁극적으로는 의무복무 기간이 끝난 뒤에도 지역에 애정을 갖고 삶의 틀을 잡으며 지역의료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