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7.17 17:05최종 업데이트 23.07.1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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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챔피언 된 서려경 소아과 교수 "목표는 세계 챔피언"

[인터뷰] 프로복싱 챔피언 순천향대천안병원 서려경 교수, 소아과 현실엔 "저수가와 부모들 항의에 힘들어" 어려움 토로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서려경 교수는 지난 14일 여자 프로복싱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사진 제공=서려경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목표는 세계 챔피언입니다.”
 
서려경 교수(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는 17일 메디게이트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병원 일과 프로 복서 생활을 병행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거침없이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서 교수는 지난 14일 열린 ‘KBM 3대 한국 타이틀매치’에 출전해 임찬미 선수를 8라운드 38초만에 TKO로 꺾고 KBM 여자 라이트플라이급 한국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서 교수의 챔피언 등극 소식이 알려지면서 의료계도 술렁였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소아과 일을 하면서 취미 수준이 아니라, 프로 복싱 챔피언 자리까지 오르는 건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배 추천으로 복싱 입문…무패 행진으로 데뷔 3년만에 챔피언 등극
 
서 교수가 복싱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지난 2018년. 당시 복싱 체육관을 다니고 있던 병원 선배가 평소에도 운동을 즐기던 서 교수에 “잘할 것 같다”며 복싱을 추천했다.
 
“체육관에서 가서 잘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재미를 느꼈어요. 열심히 하니까 실력이 느는 것도 보였고요. 그러다 관장님이 프로 테스트를 해보라고 권유해서 프로 입문까지 하게 됐습니다.”
 
서 교수는 프로 세계에 입문할 때즈음에는 마음만 먹으면 챔피언도 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꿈은 2020년 프로 무대 데뷔 후 3년만에 현실이 됐다.
 
서 교수의 통산 전적은 7전 6승(4KO) 1무. 데뷔 후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오서독스(Orthodox∙오른손잡이 복서)인 서 교수가 자신의 장기로 꼽는 건 라이트 스트레이트와 레프트 훅이다. 실제 챔피언 타이틀 전에서 상대를 TKO 시킨 것도 강력한 레프트 훅이었다.
 
서 교수는 지난해까지는 펠로우(전임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병원 일과 훈련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병원 일이 끝나면 무조건 체육관으로 달려가 운동을 마치고 나서야 집에 가 잠을 청했다.
 
“그나마 지금은 전담전문의로 일하고 있어서 시간이 남는 편입니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일 체육관에 가서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훈련을 하고 있어요.”

병원 일도 복싱도 힘들어…"현재 소아과 기피 현상은 당연"
 
그는 복싱이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이겨내는 데서 오는 보람이 있다면, 소아과 일은 치료를 받은 아이들이 나아져서 퇴원할 때 느끼는 보람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소아중환자실 일과 복싱 중 어떤게 더 힘들고 어렵냐고 묻자 ‘막상막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서 교수는 “인턴이나 전공의 초반 때는 모르는 것도 많고 경험도 없어서 의사 일이 훨씬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병원 일은 숙련이 되면서 나아졌는데, 복싱은 점점 강한 상대를 만날수록 훈련량도 많아지고 강도도 세지기 때문에 지금은 복싱이 더 힘들지 않을까요. 아, 그런데 그렇게 말할 수도 없는게 작년 펠로우 생활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비교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최근 젊은 의사들의 소아과 기피가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선 “현실적으로 지금 누가 소아과를 하겠나 싶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저는 대학병원에 있지만 대학병원 뿐 아니라 개인병원에 나가있는 소아과 전문의 친구들 얘기를 들어봐도 못할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가 자체도 문제고, 특히 보호자들이 값싼 소아과 치료비 때문인지 소아과 의사를 만날 때는 막말하는 경우도 많고 갑처럼 돼 버려요.”
 
소아과의 현실에 대해 한숨 섞인 이야기를 하던 서 교수는 세계 챔피언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마지막 질문에는 다시 전의를 불태웠다.
 
“할 수 있습니다. 하는 데 까지 해봐야죠.”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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