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노 글로벌 환자안전 서밋]① “AI 조기 경보시스템으로 입원환자 심정지∙사망 줄일 수 있어"
뷰노 글로벌 환자안전 서밋 2026
뷰노(VUNO)가 지난 2월 7일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환자안전 서밋 2026(Global Patient Safety Summit 2026)을 열었다. 국제 신속대응시스템 학회(iSRRS)의 공식 후원을 받았으며, 중환자의학 전문의, 디지털 헬스 분야 연구자, 정부·공공기관 관계자 및 해외 전문가들이 참석해 각국의 AI 기술을 활용한 조기경보시스템(EWS)의 임상 가치와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번 서밋에서는 유럽중환자의학회(ESICM), 세계중환자의학회연맹(WFSICCM) 회장을 역임한 장-루이 빈센트(Jean-Louis Vincent) 교수, 국제 신속대응시스템 학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마이클 A. 드비타(Michael A. DeVita) 교수, 국가 조기경보 점수 NEWS와 NEWS2 개발을 주도한 브라이언 윌리엄스(Bryan Williams) 교수 등 전 세계 중환자의학 및 환자 안전 분야의 권위자들이 참석해 각국의 AI 기술을 활용한 신속대응시스템과 조기경보시스템의 임상 사례를 공유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각 강연의 주요 내용을 시리즈 형태로 게재한다.
①장 루이 빈센트 교수 “의료 AI, 단순 예측 넘어 환자 살리는 개입 이끌어낼 때 가치”
장 루이 빈센트 교수가 7일 열린 '글로벌 환자안전 서밋'에서 강연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장 루이 빈센트(Jean-Louis Vincent)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ULB) 중환자의학과 교수(전 세계중환자의학회 회장)는 “의료 인공지능(AI)의 가치는 단순한 미래 예측 자체가 아니라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의료진의 개입을 앞당기는 순간에 있다”고 밝혔다.
빈센트 교수는 7일 뷰노의 주최로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환자안전 서밋 2026(Global Patient Safety Summit 2026)’에서 ‘‘중증 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해법-조기 인지와 신속 대응을 위한 국가 차원의 체계 구축(Towards a Better Prevention of Major Complications – Building a National Framework for Early Detection and Rapid Response)’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먼저 병원에서의 ‘환자 경로(patient trajectory)’라는 측면에서 그동안 병원은 분절적으로 운영돼왔다고 지적했다. 중증 합병증 예방을 위해선 병원은 물론이고 이송 단계부터 모든 의료진이 협업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서 간 협업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며 “환자들은 응급실을 거쳐 일반 병동이나 ICU로 갈 수 있다. 병동에 있다가 ICU로 갈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고 했다.
이어 “예전에 의료진은 ‘여기는 내 응급실’ ‘여기는 내 ICU’ ‘여기는 내 병동’이라는 식의 부서 중심 사고에 갇혀 있었다. 실제로 각 부서에 속한 의료진은 함께 일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구급차 이송 단계에서의 데이터도 수집하지 않았다. 지금도 구급차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혈액 검사 등 일부 검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병원에 보낼 수도 있다”며 “이런 데이터는 병원에서 수집한 다른 데이터들과 결합해 환자 상태를 추적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중증 합병증 예방, 병원 전체 협력해야…RRS, 병동 의사 대체 아냐
빈센트 교수는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환자는 이미 서서히 나빠지고 있었는데, 부서 간 소통의 부재 등으로 의료진이 이를 인지하는 것이 늦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심정지 상황에서만 개입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이른 시점에 개입해야 한다”며 “환자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미국의 ICU와 중환자의학의 개념을 좋아한다. 미국은 ICU에 경계가 없기 때문(ICU without borders)”이라며 부서의 경계를 넘는 협업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빈센트 교수는 환자 상태 악화시 가동되는 RRS(Rapid Response System∙신속대응시스템) 호출 방식과 관련해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간호사나 환자 보호자가 아닌 의사가 직접 신속대응팀을 호출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빈센트 교수는 “문제가 생겼을 때 간호사는 먼저 병동의 주치의를 불러야 한다. 주치의의 확인 없이 신속대응팀을 부르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병동 주치의가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RRS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환자 보호자가 RRS를 직접 호출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보호자들에게 무거운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어떤 보호자들은 바쁜 의사들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호출을 꺼릴 수 있고, 반대로 어떤 보호자는 과도하게 자주 호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속대응팀이 병동 의사를 대체하는 형식이 돼선 안 된다고도 했다.
빈센트 교수는 “회진 중인 의사가 출동한 RRS에게 ‘우린 계속 회진을 돌아야 한다. 저기 상태가 나쁜 환자가 있으나 가서 봐 달라’라고 하는 식은 안 된다. 우리를 부른 의사도 같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며 “우리는 치료 계획 등에 대해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그 과정에서 서로 소통하고 계획을 세우고 교육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환자가 너무 악화되기 전에 ICU로 보낼 수 있고, 그러면 자연스레 ICU에서 지내는 기간도 짧아질 수 있다”고 했다.
장 루이 빈센트 교수가 강조한 환자의 중증 합병증 예방을 위한 4가지 단계. 자료=빈센트 교수 발표 슬라이드 중 일부
AI로 환자 악화 전 조기 개입 가능해져…여전히 의료진 판단 중요한 때도
빈센트 교수는 기술 발전으로 다양한 생체 신호를 통합적∙연속적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정 시점의 수치를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환자 상태를 파악하던 데서 한 발 더 나아가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AI를 통해 다양한 지표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추세를 분석하면서, 환자의 악화를 미리 예측하고 알람을 줌으로써 의료진의 조기 개입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높게 샀다.
그는 “AI는 진단뿐 아니라 환자의 사망률을 예측하는 데 뛰어나다. 다만 단순 예측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의료진의 실질적인 개입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신호를 통합하고 AI를 활용하면서 환자의 문제를 더 이른 시점에, 더 정확하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딥카스를 활용한 연구에서는 원내 심정지 발생률과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빈센트 교수는 끝으로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여전히 인간의 의사결정이 중요한 순간들이 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그는 “AI는 근거가 혼재돼 있고 불완전할 경우 사려 깊은 결정을 잘하지 못한다”며 “환자를 모니터링해 재앙을 예방하는 건 분명 중요하다”라며 “결국 환자의 상태와 경과에 맞춰 치료를 조정하고, 치료를 어디까지 지속할지 결정하는 건 의료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