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총 통해 회원 민심 회복하고 강경 투쟁으로 분위기 전환…비대위 리더 적임자 부재 여론 다수
지난 25일 진행된 의협 대의원회 임시대의원총회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한 차례의 기회를 더 부여 받고 '강경 투쟁' 노선을 시사한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 부결 이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지난 25일 진행된 의협 대의원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이 부결되면서 김택우 회장은 회무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임총 필요했던 내부적 이유, 회원 민심 회복하고 내부 단결 이뤄야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임총 분위기는 비대위 구성에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이날 비대위 구성 표결 결과는 찬성 50표, 반대 121표로 압도적인 표차를 보였다. 임총 개최에 찬성한 약 70명의 대의원 중에서도 반대 표를 던진 이들이 상당했던 셈이다.
복수 대의원들의 의견들을 종합하면 이 같은 표심은 '임총은 필요했지만 비대위는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임총 개최 자체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임총을 현 시점에 꼭 열어야 하는 이유는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이다.
대내적으론 최근 의료계를 옥죄는 여러 입법,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며 의협 집행부에 대한 일반 회원들의 불만이 쌓여왔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집행부에 대한 '채찍의 의미'에서라도 임총을 열어 대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책임을 묻는 기회가 필요했다는 게 다수 대의원들의 견해다.
즉 임총을 통해 조기에 내부 분열을 막고 다시금 리더십을 견고하게 쌓을 수 있는 기회였던 셈이다.
한 대의원은 "향후 집행부가 강경 대응을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현재 의협 회무 진행 상황을 들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또한 회장과 집행부가 직접 '더 열심히 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만으로도 성난 회원 민심 대부분은 돌리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정부·국회에 보내는 대외적 '강경 투쟁' 시그널
이번 임총은 대외적으론 정부와 국회에 보내는 '강경 투쟁' 시그널로서의 의미도 있다.
최근 의료계가 의정갈등 사태 이후 투쟁 동력을 잃고 표류하는 사이 정부와 국회는 의협이 그동안 반대해 왔던 여러 입법, 정책들을 추진 중이다.
국회에선 성분명 처방 시행, 한의사 엑스레이(X-ray) 허용, 의료기사 단독 개원 허용법안이 추진 중이고 정부는 공공의대, 지역의대 신설, 비대면진료 허용 등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들을 줄줄이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더 이상 의협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로서 임총을 열어 단결된 의료계의 모습을 대외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실제로 임총 결의문을 통해 의협은 '단결', '투쟁', '최후 통첩'이라는 강한 키워드를 앞세웠다.
의협은 결의문에서 "오늘 긴급 임총은 투쟁의 방식을 두고 숙의한 끝에, 분열을 막고 모든 역량을 한 곳으로 집중하기 위한 결사적 의사결정을 내렸다"며 "우리의 분노와 심각한 우려를 최고 수위로 표명한다. 우리는 국회와 정부에 최후 통첩을 선언한다. 집행부가 전 회원의 뜻을 엄중히 위임받아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이라고 밝혔다.
임총은 찬성하지만 비대위는 '글쎄'…적임자 부재하고 내부 갈등 양산
반면 임총 개최와 달리 대의원들이 비대위 구성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한 이유는 명료하다. 임총을 통한 대정부·국회 대응과 관련한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아예 현 집행부를 대신할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은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부적으론 리더십이나 대외협력 차원에서 현 집행부를 대체할 마땅한 적임자(비대위원장)가 부재하다는 여론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현재 차기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물들 중에서 현 집행부를 월등히 뛰어넘어 다수 회원들을 만족시킬만한 준비된 적격자가 부족하다는 여론이 많다"고 전했다.
비대위가 만들어질 경우 기존 집행부와 관계에 있어 갈등이 양상되고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비대위 구성 부결의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현 집행부 김택우 회장과 박명하 상근부회장 역시 비대위원장 출신으로 비대위의 구조적 한계를 대의원들에게 집중적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다만 이번 임총에서 비대위 부결에 표를 던진 대다수 표심이 현 의협 집행부에 대한 신뢰나 긍정적 여론으로만 해석하긴 무리라는 반응이 많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비대위 구성안 부결은 곧 현 의협 집행부를 재신임한 것이 아니라, 의사협회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정부와 국회의 압제에 맞서 적극적으로 싸우라는 준엄한 명령이며, 마지막 기회"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대의원 역시 "결국 이번 임총은 집행부가 책임지고 이번 사태를 해결해 달라는 뜻이다. 다만 해결해야 할 의료현안이 막중한 만큼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지 못할 경우엔 내년 총회에서 무거운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