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9.17 12:50최종 업데이트 22.09.17 12:53

제보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가 말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가 쉽지 않은 이유

①원격진료 플랫폼 역할 제한적 ②보험수가 적용 어려움 ③소비자는 지불 의향 없음 ④미국 고용주 시장 국내는 아직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가 전경련국제경영원에서 '대한민국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에 대해 조찬 강연을 펼쳤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는 시장의 떠오른 기대만큼 성공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한국의 건강보험 적용 장벽에 소비자가 건강관리에 비용을 쓰지 않는 구조라 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는 쉽지 않다. 수많은 회사가 뛰어들고 있는 원격진료 역시 의료전달체계 훼손 우려로 플랫폼 회사들이 우위에 있기도 힘들다. 기존 의료시스템을 기반으로 의사를 돕는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기술이나 제품이 가장 현실적인 비즈니스모델이다.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는 16일 열린 전경련국제경영원 조찬강연에서 헬스케어 비즈니스가 쉽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를 비롯해 대기업들이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장밋빛' 사업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짚은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디지털과 헬스케어를 연결해 병원 안이 아니라 집이나 일상생활에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원격모니터링, 원격진료, 디지털치료제, 의료영상 인공지능, 유전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김 상무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환자, 사용자들이 어떤 계기가 있어서 제품을 사용하면 데이터 수집이 된다. 그 결과를 다시 환자에게 적용한다. 환자들 사이에서 사용자 가치가 올라가고 더 많은 환자들이 이 제품을 쓰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그리고 있다”라며 “하지만 이런 선순환 구조를 그려내는 것이 쉽지 않다”고 단언했다. 

①원격진료는 일차의료기관·재진 한정, 플랫폼 역할 제한적   

우선 그는 30~40개 기업이 뛰어든 원격진료(비대면진료) 시장은 한국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이후 임시로 원격진료가 허용돼있고. 아직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는 정식으로 입법화돼있지 않은 상태다.

김 상무는 “한국에서 원격진료가 허용되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이 붙어야 가능하다. 첫 번째로 큰 병원에선 안 되고 일차진료, 동네의원에서만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초진 환자는 안 되고 병원에서 진료를 한 번 이상 받은 재진환자여야 한다. 의료계가 두 가지 전제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이 좋아 의사를 만나기 편한 나라지만, 제도적으로 의료전달체계를 훼손할 수 없어서다. 김 상무는 “우리나라는 독특하게 동네 의사부터 서울대병원까지 환자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만약 환자가 제한없이 동네의원부터 서울대병원을 다 갈 수 있다면 무조건 서울대병원으로 가고 싶어한다. 원격진료에서도 이런 모델이 적용되면 동네의원은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이어 "원격진료를 위해 의사들을 콜센터로 몰아놓고, 콜센터를 통해 전국 감기 환자를 끌어모으다 보면 결국 원격진료 클리닉 3-4개만 남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 상무는 “과연 그 상황을 우리가 감당하는 것이 맞을까. 국민건강을 위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국민 건강에 맞는 시스템으로 들여오는 것이 맞다라고 본다"라며 "의료접근성의 장점을 지키기 위해 1차 의료기관을 기반으로 한 의료전달체계가 돌아가야 하는데, 제한이 없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원격진료 플랫폼 회사도 비즈니스 우위를 차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김 상무는 “플랫폼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갑질이라고 생각한다"라며 “1차 진료에 재진 환자 위주로 한정되면 플랫폼이 갑질을 하기가 힘들다. 의사가 보던 환자만 보는 형태라서 그렇다. 강력한 원격진료 플랫폼이 나오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②비용대비 효과 등의 가치 입증 쉽지 않아 보험 적용 어려워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가 어려운 이유는 건강보험에 적용하고 수가를 받기 어려워서다. 헬스케어 사업은 제품을 쓰는 사람(환자)과 제품을 쓸지 말지 결정하는 사람(의사), 돈을 쓰는 사람(보험)이 모두 다른데, 셋 중에 하나라도 끊기면 비즈니스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현재 나오고 있는 제품이나 기술은 기존에 있고 보험적용을 받던 제품이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더 좋게 만들겠다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상상도 못하는 기술을 토대로 기존 의사들이 생각도 못하는 것을 팔겠다는 회사도 많지만, 그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이고 이전 치료법 이상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라며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서 가치 입증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역설했다.

의료인공지능이 수가를 받는 것이 제한적인 이유도 마찬가지다. 만약 인공지능을 사용해서 정확도가 3~4%p 정도 올라간다면 이를 이용해 환자들이 오래살 수 있을까. 그렇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만, 이를 검증하기란 만만치 않다. 김 상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에서 보험수가를 잘 받기 힘들다. 기술이나 제품을 통해 환자가 오래 산다는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현재까지 나온 의료영상 인공지능은 대부분 ‘의사를 도와서’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데, 그렇지 않은 인공지능으로 ‘IDx-DR’이 있다. 이 제품은 당뇨병 환자가 망막 사진을 찍으면 당뇨성 망막병증 때문에 바로 안과에 내원해야 할지, 혹은 1년 뒤 검사를 할지 결정해준다. 이 제품의 진단능력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검사를 받도록 유도하고 의료비를 절약해주는 가치를 인정받아 미국에서는 정식 수가를 적용받았다.  

하트플로우(Heartflow)도 비슷한 사례다. 협심증, 심근경색이 있는 경우 가장 정확한 검사 방법으로 관상동맥조영술을 이용한다. 하지만 비싸고 위험하다는 단점 때문에 관상동맥 CT를 통해 협심증의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만 선별해내는데, CT만으로는 좁아진 혈류를 보지 못한다. 이 제품은 관상동맥 CT를 찍은 다음 그 결과를 인공지능에 넣으면 혈류 흐름을 보여주고 관상동맥조영술이 필요한 환자를 선별할 수 있다. 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저위험 환자를 미리 분류해주는 가치로 미국에서 임시 수가를 인정받았다. 

김 상무는 “보험은 비용 대비 효과성을 따진다. 그만큼 제품이나 기술을 사용했을 때 환자의 건강이 좋아지는 지를 따져야 한다”라며” 만약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면 스크리닝(Screening) 단계가 아닌 치료 단계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가치가 더 커지는데, 반드시 이를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김치원 상무 발표자료 중 웰니스 가치 창출의 어려움 

③소비자가 지불 의향 없어 B2C모델도 한계  

김 상무는 헬스케어 비즈니스는 B2C 모델을 도입하기란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용자가 직접 사용해보며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경험재’, 사용자가 써보지 않더라도 수소문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탐색재’와 달리 의료는 실제 사용자가 써보더라도 전문가인 의사의 도움 없이는 판단이 어려운 ‘신용재’이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의료는 환자들이 진료에 대해 잘 모르고 의사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구조다. 혈당측정기나 혈압계도 의사가 쓰라고 한다. 의사가 기본적으로 권하고 개입해야 환자들이 쓰는 구조가 나온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만약 안마의자를 쓴다고 해서 허리 디스크가 좋아질까. 좋은 경험을 한 소비자들은 돈을 쓰고 회사는 경험재로 팔 수도 있다”라며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은 일단 좋은 기술을 갖고 쉽게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판매해야 한다. 즉 신용재를 갖고 경험재처럼 팔아야 하지만, 소비자를 설득해서 판매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소비자 인식 역시 돌파해야 하는 과제다. 당장 소비자에게 짧은 시간 안에 혜택을 주면 좋지만 그러긴 힘들고 소비자 입장에서 혜택이 줄면 관심이 없다. 당장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질병 치료일 뿐인데, 이는 B2C 영역이 아니다.

김 상무는 “결국 B2C 헬스케어는 지불 의향의 이슈다. 소비자는 당장 위험하지 않고 5년 뒤 질병 위험이 있는 데는 돈을 쓰지 않는다"라며 "지불 의향은 웰니스보다 암 치료로 갈수록 높아지는데, 지불 의향이 높은 곳은 B2C가 아닌 질병과 건강보험의 영역"이라고 했다. 

④미국 고용주 시장 존재하지만 한국은 아직 

미국 시장에서는 건강보험 의무가입이 아닌 만큼 새로운 것이 있다. 바로 기업의 고용주가 대신 직원들의 의료비를 부담하는 구조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열리지 않고 있는 시장이라 미국 모델을 그대로 들여오기도 힘들고, 미국에 진출하려면 완전히 다른 전략을 짜야 한다. 

김 상무는 “미국의 고용주 시장은 의료비 절약이 애매해도 다른 가치가 있으면 고용주가 받아들일 수 있다"라며 "직원이 진료를 받으려면 반차를 써야 하지만, 원격진료를 통해 회사에서 10분만에 진료를 받는다면 회사의 생산성 측면에서 계산법이 달라진다"라며 "보험과는 달리 고용주가 돈을 내는 시장이 존재한다”고 했다. 

가령 액티비전 블리자드라는 게임회사가 직원들에게 제공하려는 서비스는 근골격계, 육아, 출산, 난임, 정신건강, 만성질환 관리 등이다. 스마트 요람을 만드는 스누(Snoo)는 직원의 출산 시 고용주가 직원들에게 제품을 제공하는 것에서 비즈니스모델을 시작했다. 

김 상무는 결론적으로 “기본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쉽지 않다. 쉽게 접근해선 곤란하다. 차라리 정통 의료기기가 쉽고, 기존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을 입히는 것이 훨씬 더 쉬울 수 있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하기 좋은 나라는 아니다"라며 "다만 더 많은 관심이 생기고 투자금도 들어오고 있는 만큼 의료기기를 포함해 폭넓은 관심을 가지면 적절한 시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