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2.11 15:50최종 업데이트 20.12.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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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20병상에 코로나19 환자 겨우 6명 수용 가능...환자 1명당 의료인력은 15명 필요"

정부, 민간병원에 5배~10배 병상 수가‧인력 지원 약속했지만 의사들은 냉소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마련을 위해 상급종합병원에 수가 보전과 부족한 중환자 진료 인력 파견을 약속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밝지 않다.
 
수가 지원과 별개로 여유 병상이 많지 않아 일반 중환자 진료를 포기해야하는 경우가 많고 정부 인력 파견으론 인력 부족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보건당국은 상급종합병원에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면 병상당 5배의 수가를, 진료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는 10배의 병상비용 수가를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의료인력과 관련해서도 의사협회와 간호협회 등 의료계 단체들과 논의를 통해 추가 인력을 모집하고 중환자치료간호사 350명의 교육훈련이 마무리 단계인 만큼 이들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상급종합병원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 같은 상황의 가장 큰 이유는 상급종합병원들이 일반 중환자 환자들의 진료 공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에 위치한 상급종합병원 중 하나인 A병원은 약 60병상정도의 중환자실 규모를 갖추고 있는데 이 중 3분의 1정도를 코로나19 중환자를 위해 비우게 된 상황이다.
 
A병원에 근무하는 한 교수는 "60개 병상의 3분의 1수준인 20개 중환자 병상을 투입해야 코로나19 중환자 6명을 볼 수 있다"며 "단순히 돈이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되면 일반 중환자 진료에 큰 차질이 생기게 되고 분명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현재도 병원 내부적으로 큰 업무로딩이 있는 상황인데, 병상당 평균 3~4배의 의료인력이 필요하게 된다면 의료의 질과 더불어 감염관리에 있어서도 큰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정부의 경제적 보상안이 발표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수가를 제대로 보전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병상이 제대로 마련된다고 해도 코로나19 중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을만큼의 의료인력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의료인력을 파견하겠다는 정부의 대책도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론이다.
 
세브란스병원 구성욱 대외협력처장(신경외과 교수)은 "코로나19 중환자 한 명을 케어하기 위해서 15명 정도의 의료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음압병실에서 장비를 갖추고 3시간 이상 근무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병원 자체적인 인력을 가지고는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 대외협력처장은 "정부에서 의료인력을 파견한다고 발표했지만 단순히 파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감염관리를 신경쓰면서 중환자 진료를 한다는 일은 굉장한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며 "아무리 교육을 받은 인원들이라고 하더라도 낯선 환경에서 일하다보면 감염의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유럽과 미국 등 코로나19 대규모 펜데믹 상황을 겪은 나라들의 사례를 봤을 때, 성급하게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더다가 오히려 의료진이 감염돼 병원내 N차 감염이 더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구 대외협력처장은 이번 의료인력 파견은 앞선 사례와는 결 자체가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선 대구와 경북의 대규모 확진 상황에서 의료진 파견이 이뤄졌지만 큰 문제가 없었던 이유는 파견 인력들이 검체 채취 등 단순한 업무에만 동원됐기 때문"이라며 "반면 이번 상황은 단순한 검역 수준이 아니라 위중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상황 자체가 다르고 인력 파견이 큰 힘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의료계는 상급종합병원안 대신 거점전담병원 확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 홍성진 전 회장(여의도성모병원 교수)은 "문제가 적지 않다. 많은 상급종합병원들이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지원하기 위해 음압병상, 동선 개선 등 추가적인 내부 공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또한 파견 인력풀을 정부에서 실제로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고 진료 질 하락과 감염관리 차원에서 병원들도 외부인력에 대해 그리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안과 거점전담병원안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짜피 거점병원이 문을 열면 그곳에서 일하게 될 전문인력의 3분의 1은 상급종합병원이 지원해야 한다"며 "현재 지원 인력풀이 없으니 정부는 일반 대형병원급에서 중환자 진료 인력을 지원받으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 병원들의 여력이 되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있다. 거점병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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