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인사들, 입 모아 의협 비판…"의협 집행부 협상력·입지 어디까지 밀렸는지 가늠 안돼"
사진은 지난 11일 대한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 앞에서 진행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반대 궐기대회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총궐기대회를 통해 강경 투쟁을 언급한 지 하루 만에 '정부의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방향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내자 의료계 내 공분이 들끓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17일 '검체검사수탁 인증관리위원회 3차 회의'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의협이 검체검사에 대한 질 관리 필요성에 동의하고, 그에 따른 검체검사 위수탁 개편 방향을 존중한다고 밝혔다”며 “의료계 다수는 원칙적으로 현재와 같이 시장 논리에 따라 상호정산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나, 대승적 차원에서 검체검사 위수탁 질 관리를 위해 위수탁기관별 수가를 신설하고 청구체계를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방향을 존중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협이 복지부와 합의해준 것과 같은데, 시작도 하기 전에 싸워보지도 못하고 영토를 내어준 것과 같다"며 "복지부는 대통령실에 ‘의협과 합의했다‘라는 보고를 올리기 위해서 ‘건정심 한달 연기’라는 사탕을 내어주면서 멘트를 얻어낸 걸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주 회장은 "대통령실은 의약분업 때도 그렇고, 의대정원 증원 때도 그랬지만, 의협과의 합의를 선결로 가져오라고 한다. 시끄러워지는걸 막기위해서"라며 "앞으로 의협은 검체수탁 문제로 싸울 기회와 명분을 잃어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의도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이 내뱉는 문구들은 모두 정책 추진을 위한 과정에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한 번 정해 놓으면 의사들이 투쟁으로 들어서지 않는한 그대로 진행한다. 지난번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사태와 다른 점은 당시에는 전공의들이 들고 일어났다는 것이고, 지금은 개원의들의 차례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성남시의사회 김경태 회장도 "강경투쟁을 예고하며 집회를 연 지 하루 만에 벌써 힘이 빠지는 소식이 들려온다. 집회에서 소리지르며 마이크에 튄 침이 마르기도 전에 복지부가 보도자료를 바로 뿌리고 기사화 되는 걸 보면, 지금 의협 집행부의 협상력과 입지가 어디까지 밀려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의협의 앞날이 참 걱정된다"고 말했다.
미래의료포럼 조병욱 정책위원장은 "하루만에 태세전환은 좀 해도 너무 하지 않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반면 의협 범대위 검체수탁대응위원회 박근태 위원장은 "의료계는 검체 수탁과 관련해 상호 정산밖에 답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고 복지부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일단 11월 건정심 통과만은 막자는 취지"라며 "'존중'이라는 단어를 개편에 합의했다고 보는 이들이 있는데 합의가 아니라 향후 더 협의를 이어가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