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8.05 10:26최종 업데이트 23.08.0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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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수 줄어드는데 교사 부족이라는 헛소리

[칼럼] 안양수 미래의료포럼 발기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과사망(일정 기간 예상되는 수준보다 높은 사망)

며칠 전 영국의 무상의료가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는 기사가 나왔다. 영국은 모든 의사를 국가가 고용하고 전국민에게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나라다. 그런데 현재 740만명이 병원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치료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영국의 초과사망(일정 기간 예상되는 수준보다 높은 사망) 사례가 지난 50년 내 최고치로 치솟았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올해도 초과사망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그래서 의료진을 더 확충하고 예산도 더 투여하겠다고 발표했다는 기사였다. 

예방가능사망, 치료가능사망, 회피가능사망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보려면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봐야 한다. 영국의 경우 초과사망사례를 제시했지만 한국 정부가 해마다 발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보면 예방가능사망률, 치료가능사망률, 회피가능사망률이란 지표가 등장한다. 

질병 예방을 통해 막을 수 있는 사망이 예방가능사망이고, 시의적절한 치료를 통해 막을 수 있는 사망을 치료가능사망이라고 하며 이 둘을 합쳐 회피가능사망이라고 말한다.

사망률 계산은 인구 10만명당 몇 명이 사망했는지로 계산하는데 숫자가 적을수록 잘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복지부가 발표한 OECD보고서(2022)를 보면 한국은 예방가능사망률 103.0명, 치료가능사망률 44.0명으로 이 둘을 합친 회피가능사망률이 147.0명을 기록했다. OECD 평균이 각각 135.7명, 79.5명, 215.2명이었다. 평균대비 월등하게 좋은 성적을 보여준다.

또한 보고서는 한국의 회피가능사망률이 2014년 185.0명에서 2019년 147.0명으로 무려 38.0명이 감소했다고 적시했다. 같은 기간 OECD평균은 13.7명 감소하는데 그쳤다. 객관적 지표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 치료받을 사람이 제대로 치료를 잘 받고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런 나라에서 의사수급 용역만 하면 의사부족이란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고 해가 없다고 말하는 헛소리나 마찬가지란 거다.   

갈수록 환자가 줄고 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한국의 인구수가 조만간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지만 아직은 인구가 조금씩 늘고있기 때문에 환자의 절대 숫자도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그리고 의사는 매년 3000명이 넘게 배출되고 있다. 의사 수급을 계산하려면 의사 증가속도와 환자 증가속도를 비교해보면 된다. 환자보다 의사 증가속도가 더 높으면 의사가 넘치는 것이고 의사보다 환자 증가속도가 더 높으면 의사가 부족한 것이다.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이 간단한 계산이 정부 용역이 나가고 대학교수 손에 넘어가면 아주 희한한 결과치가 나온다. 

의사 1인당 환자수가 해마다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이 계산의 핵심이다. 입원환자수에 비해 외래환자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복잡하게 계산할 것없이 외래환자수의 추이를 보면 대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의과(상급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의 의사당 외래환자수는 2003년 8751명이었는데 2021년 5964명으로 18.7%가 줄었다. 추세를 보면 2009년에 딱 한번 살짝 고개를 들었지만 19년을 내리 감소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소아과의원의 외래 환자수 추이를 보자. 건보공단의 통계자료는 의원급의 경우 전문과별로 몇 명의 의사가 근무하는지 알기 어려워 그냥 의원수로 계산했다.

동네 소아과의 의원당 외래환자수는 2012년 2만7356명으로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1년 1만3291명으로 딱 반토막이 났다. 하나의 의원에 여러 의사가 근무하는 경우가 제법 많으니 의사당으로 계산하면 이것보다 훨씬 더 낮아진다는 말이다. 오죽하면 폐과선언까지 했겠는가? 그런데 그런 소아과를 2019년 자료를 들이대며 공개 저격한 교수가 있었다. 의사들의 분노가 어땠을지 상상이나 가는가? 불난 집에 부채질정도가 아니라 아예 기름을 퍼부었다는 거다. 

1년내내 비어 있는 병상이 23만병상

대형병원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를 봐야 한다. 백화점이 호황이면 우리나라 유통업이 다 호황인가? 시스템 하부에 있는 동네병원은 1년내내 비어 있는 병상이 23만 병상이 넘고 2006년 10만병상이었던 동네의원은 2021년 5만병상으로 반토막났고, 그마저도 1년에 250일 이상이 빈병상인데 의사부족이라니 가당키나 한 말인가?

환자수가 줄어드는데도 의사부족이라면 학생수가 줄어드는데도 교사부족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똑같은 말이다. 서로의 주장이 맞서면 누가 더 가공하지 않은, 마사지하듯 통계를 주무르지 않은, 날 것의 증거를 제시하는지를 봐야 할 것 아닌가?

객관적인 지표도 다 무시하고 의대 신설을 위해 의사수를 늘리겠다면 의사들에게도 정당한 저항권을 주어야 마땅하다. 놀면서 돈 빼먹는 것도 아니고 몸을 갈아 OECD 최고의 지표들을 장식하는 의사들이 객관적 지표를 제시하며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깡그리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의사들도 저항할 수단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영국의 경우 국가가 의사를 고용하고 있고 있지만 의사들도 파업을 한다. 한국의 의사들은 민간인 신분이지만 법으로 단체행동도 하지 못하도록 꼭꼭 틀어 막았다. 법으로 꼼짝 못하도록 묶어 놓고 객관적 증거들을 제시해도 무시하고, 매번 무언가를 할 때마다 말도 안되는 헛소리들로 의사를 대상화, 악마화하며 밀어 붙인다. 의사들의 인내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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