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계기 '각성'한 전공의들 다수 수련병원서 지부 설립…정부∙병원과 교섭 및 파업 가능해져
서울대병원에도 대한전공의노동조합의 지부가 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대한전공의노동조합이 지난 1일 출범을 알린 가운데, 서울대병원 등 다수의 수련병원에서 노조 지부가 설립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번번이 무산됐던 전공의 노조 활성화 움직임이 이번만큼은 '찻잔 속 태풍'이 아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 결과, 서울대병원에도 대한전공의노조의 지부가 설립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외에도 다수의 수련병원에 지부가 설립됐으며, 조만간 전공의 노조 대의원회에서 지부장들에 대한 인준 절차가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서는 상징성이 큰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다수의 병원에서 전공의 노조 지부가 설립된 것과 관련,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전공의들은 수련 기간이 3~4년으로 한정돼 있는 데다, 병원과 교수들에 반감을 살 우려가 있어 노조 결성에 소극적이었다. 실제 이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집행부들도 몇 차례 전공의 노조를 확산시키려고 시도했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년 반의 의정 갈등이 전공의들을 ‘각성’ 시키는 계기가 됐다. 법정 상한시간인 주 80시간 근무시간 준수는커녕 수련 중 임신한 전공의조차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열악한 수련환경을 군말 없이 감내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출범을 알린 첫날에만 조합원으로 1000여명이 가입하는 등 전공의들의 반응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조합원비로 월 1만원씩을 걷는데 벌써 1000명이나 가입한 건 엄청난 호응”이라며 “지도부가 잘 이끈다면 이전과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 노조는 다른 노조들과 마찬가지로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을 갖게 돼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이다. 수련환경∙임금 등과 관련해 병원 측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며, 병원이 이를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또 지난해 의대증원 2000명으로 촉발된 의정갈등과 같은 상황에서도 사직 대신 파업을 통해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민주노총 법률원장을 지낸 권두섭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정부나 병원을 상대로 교섭을 통해 협약을 체결하고 노동 조건을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파업과 같은 단체행동도 필수유지 업무 등 일정 수준의 제한은 있겠지만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전공의노조는 기존에 동일한 명칭의 노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명칭 변경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