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11.09 12:00

10대 주식·현금 증여→20대 일감몰아주기→30대 고액급여·배당…"그렇게 금수저가 된다"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사주 A는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그룹 내 제약회사B의 주가가 상장 후 급등할 것을 예상하고, 자녀들에게 상장 예정이라는 내부 정보를 흘렸다. 자녀들은 상장 직전의 B사 주식을 취득해 단기 주가상승에 따른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렸다. 또한 주력계열사 C는 사주자녀가 지배하는 계열사 D에서 원재료를 시가보다 높은값에 사는 방법으로 부당지원했다.
사주 E는 지배사인 F로부터 동일직책 임원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십억원대 급여를 받았다. 해외현지법인을 청산하면서는 법인의 청산대상 재산인 수십억원대 골프회원권을 사적으로 썼다. 또한 실제로 일한 적 없는 유학생 자녀에게 억대 급여를 지급, 해외 체류비로 쓰도록 했다.
국세청이 대기업·고액자산가의 편법적 부의 승계와 사익편취, 탈세 행위 등 혐의자 30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은 ▲IT, 부동산·건설, 사치품 등 코로나 호황업종을 영위하면서 고액급여·배당, 법인명의 슈퍼카·고급주택 구입 등으로 반사이익을 사적편취한 탈세 혐의자(12명) ▲사주자녀 명의로 유한회사 등 요람 역할 회사를 설립한 후 사업기회 제공, 일감몰아주기 등 자녀법인을 부당 지원한 경영권 편법승계 혐의자(9명) ▲신종 금융상품을 이용한 변칙 자본거래 등 대기업 탈루행태를 모방한 중견기업(9명) 등이다.


조사 대상자는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매출이 월평균 7063억원에서 7514억원으로 6.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가의 총 재산은 2020년 기준 9조3000억원으로, 평균 3103억원에 달한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30.1% 급증한 것이다. 조사대상 사주 자녀세대 재산의 경우 그 증가율이 39.0%에 달했다.
코로나19 반사이익을 가로챈 유형의 탈세 혐의자들은 펜데믹 상황에서 상대적 호황으로 얻은 기업이익을 법인명의 슈퍼카, 호화리조트, 고가미술품 등을 구입하는데 사용하고 이를 사주일가가 사적 사용하거나 고액 급여·상여·배당을 통해 기업이익을 가로채는 등 사익을 편취했다. 이번 조사대상은 최고 7억원짜리 리무진, 84억원대 단독주택(용산구 이태원동), 26억원 규모의 콘도회원권 등을 소유하고 있었다. 세무조사 대상 법인의 사치성 재산의 분야별 총액은 슈퍼카·요트 141억원, 고가주택·별장 386억원, 고가회원권 2181억원 등이다.
자녀에게 재산증식의 기회를 몰아준 유형의 탈세혐의자들은 주로 공시의무 없는 유한책임회사 등을 자녀명의로 설립해 사업기회제공, 일감 몰아주기·떼어주기·끼워넣기 등으로 자녀에게 부를 변칙적으로 이전했다. 또한 사주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사업 시행권, 부동산을 염가·무상으로 이전하거나 무형자산 고가매입·사용료 과다지급 등으로 편법 지원했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10대에 부모찬스를 통해 법인 주식과 종잣돈을 증여받고, 20대에는 일감몰아주기·사엄기회 제공으로 주식가치를 부풀린 후, 30~40대에는 고액급여·배당을 통해 수월하게 재산을 증식하는 양상을 띈다"고 설명했다.
중견기업이 불공정 자본거래나 역외탈세 등 대기업의 탈세를 모방한 사례도 적발됐다. 법인이 콜옵션부 전환사채를 발행한 후, 주가 상승 시 사주와 사주자녀에게 콜옵션을 부여(법인 행사 포기)하고, 사주는 시가보다 낮은 가격(전환가액 상당액)으로 전환사채를 매수 후 주가급등 시점에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얻는 식이다. 또한 사주일가가 해외 부외자금을 역외펀드로 위장해 계열사 주식을 우회거래하고 수익을 축소 신고하거나, 차명소유 해외법인과 부당 거래를 통해 기업이익을 해외로 빼돌리기도 했다.
김 국장은 "조사과정에서 증빙자료 조작, 차명계좌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세청은 최근 4년(2017~2020년) 간 불공정 탈세와 관련해 총 5039건을 조사, 9조3257억원을 추징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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