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중장기적인 대정부 투쟁 강화를 위해 대한의사협회가 '상설투쟁위원회' 신설을 준비 중이다.
의협 회장과 별개로 투쟁위원장을 선출해 투쟁위원장이 투쟁 전권을 갖고 투쟁을 이끌겠다는 취지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17일 오후 '의협 조직 혁신을 위한 상설투쟁위원회 신설 및 운영 체계 개편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번 상설 투쟁위 신설안은 그동안의 비상대책위원회 잔혹사를 종식시키고 투쟁 동력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행 임시 비대위 체제는 출범 시마다 집행부와의 권한 갈등, 회무 연속성 단절, 예산 낭비 등의 부작용을 초래해 투쟁 동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운영위는 안건 제안 이유에서 "의료 악법 및 현안에 대해 일회성 대응이 아닌 민주노총 등 타 이익단체에 준하는 상설 투쟁 노하우와 조직력 확보가 시급하다"며 "투쟁 실패가 곧바로 회장 탄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고 협상의 역할을 분리해 조직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설 투쟁위원회가 신설되면 의협 회장과 투쟁위원장의 역할이 분리된다. 의협 회장은 일반 회무, 대외 소통, 대정부 협상을 총괄하고 투쟁위원장은 대정부, 대국회 투쟁 전권을 행사하면서 투쟁 기획과 실행을 총괄하게 된다.
상설투쟁위원회 신설시 의협 회장과 투쟁위원장의 역할 분담안.
투쟁위원장은 상근부회장 급의 대우를 받으며 위원회 산하 전담 상근이사와 실무 사무처 직원이 상시 배치된다.
투쟁위원장 선출은 의협 회장 선거 시 '러닝메이트'제로 동시 선출하게 된다. 또한 투쟁위원장의 무능이나 성과 미비 시, 의협 회장이 교체 지명하고 대의원회의 인준을 거쳐 경질이 가능하다.
투쟁위원장은 재임 중 또는 퇴임 후 차기 의협 회장 선거 출마를 금지하는 내용도 안건에 담겼다. 이를 통해 투쟁 이슈와 관계없이 집행부가 본연의 회무를 수행할 수 있어 조직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게 운영위의 견해다.
반면 상설투쟁위원회가 집행부 면피용 조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상근 집행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상설 투쟁기구가 만들어지면 권한이 분산되고 책임이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투쟁위원장이 회장과 러닝메이트제로 선출되고 임면권도 회장이 갖고 있다 보니 투쟁위가 집행부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투쟁위가 제대로 존재하기 위해선 의협 집행부와 독립된 조직으로 신설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부 여론이 등장하니 집행부가 상설투쟁체로 대응하는 듯하다. 그러나 이는 회장이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특히 투쟁위원장의 피선거권제한, 의협 회장에게 종속되는 문제가 부각될 수 밖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김경태 감사는 "의협은 본래 집행부 자체가 상설 투쟁 조직이어야 하는 단체"라며 "이미 상근 집행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비대위나 범대위를 반복적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책임을 피하기 위한 구조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상설 투쟁기구를 만드는 것은 권한은 분산시키고 책임은 흐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결국 회장의 면피용 장치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한편 안건이 대의원회 운영위에서 의결될 경우 정개특위를 거쳐 대의원회 법정관분과 논의 후 총회에 상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