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추계위가 의사 인력 증원 결정 주도…"한국도 추계위 독립·중립성 보장, 정치적 개입 줄여야"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주요 6개국 보건의료인력 수급 결정 과정 분석 보고서 발간
사진=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주요국 보건의료인력 수급 계획 및 결정 과정 분석' 보고서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과 향후 단순 자문기구를 넘어 제도적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나라도 해외 선진국들처럼 추계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해 정치적 개입을 배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19일 '주요국 보건의료인력 수급 계획 및 결정 과정 분석: 의사인력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 책임자는 아주의대 노준수 교수다.
이번 보고서는 2024년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반면교사 삼아, 미국, 일본, 영국, 네덜란드 등 주요 선진국의 의사인력 거버넌스 모델을 체계적으로 비교‧분석했다.
연구 결과, 국가마다 다양한 형태를 취하지만, 의사인력 수급 추계에 있어 총량을 결정하는 방식은 전문가 주도 독립성과 재정 연계가 핵심이다.
네덜란드(전문가 위임형)는 의사인력 수급 추계와 결정 권한을 독립된 전문가 자문기구인 Capaciteitsorgaan(의료인력역량위원회) 산하 ‘의료인력수급계획위원회(ACCMP)’에 위임한다. 정부는 위원회의 권고안을 대부분 수용해 승인한다. 의료계·교육계·보험자 등이 동수로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정치적 개입을 배제한다.
일본(중앙-지방-전문가 협력형)은 후생노동성 산하 ‘의사수급분과회’가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해당 분과회는 의사 중심(22명 중 17명)으로 구성된다. 정부 산하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합의를 최우선으로 해 정치적 갈등을 최소화하며, 해당 검토회의 결과가 정부 정책의 초안으로 기능한다. 특히 지역의사회가 참여하는 지역의료협의회가 지역별 의사확보를 위한 실행기반이 된다.
미국(시장 기반 분권형)은 의과대학 정원을 개별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으나, 의학교육 평가인증과 연계돼 있다. 특히 연방정부의 직접적인 정원 통제는 없으나 전공의 수련에 대한 재정 지원 상한선이 있어 간접적으로 총량을 조절한다.
그밖에 정부(NHS)가 인력 계획을 주도하며 재무부 승인을 통해 예산과 정원을 직접 연계하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문기구와 협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영국, 연방정부-주정부-의사단체간 협의체가 논의하는 독일 모형이 있다.
사진='주요국 보건의료인력 수급 계획 및 결정 과정 분석' 보고서
특히 선진국들은 의대 정원·교육 예산·수련 비용이 연동하는 시스템이 구축(네덜란드, 미국, 일본, 영국, 호주)돼 있어 단순히 의사 수 증가만 논의할 수 없는 구조임을 확인됐다.
연구진은 "수급 추계 기구는 정부기관과 민간기구가 독립적 수행해 경쟁적으로 발표하거나(미국), 정부 기구나 산하 전문가위원회가 수급 추계 및 관련 논의를 주도하는 형태가 있다(영국, 일본, 호주). 그밖에도 독립 공익재단 기구가 수급추계 결과 보고서를 발표는 유형(네덜란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국들은 의사인력 수급 추계에 있어 단순 인구 대비 비율이 아닌, 다양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활용해 기술 혁신(생산성 향상), 근무 시간(FTE) 변화 등을 반영(네덜란드, 미국, 영국, 호주)하고 있다"며 "네덜란드의 경우 다양한 정책시나리오를 포함한 시뮬레이션 기반 모델을 적용하고 있으며, 인구 변화, 질병 부담, 의료 수요, 기술 혁신, 의료 수요 변화 등 50여 개 변수를 활용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진은 "한국의 추계위가 정책집행에 있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자문기구를 넘어서 제도적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 추계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해 정부의 정치적 개입을 배제하고, 추계위의 권고안을 정부가 수용하는 구조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인원 수(Head count)가 아닌 실제 근무량(FTE),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 등을 반영한 정교한 시뮬레이션 모델 도입과 이를 위한 데이터 생성 및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며 "의사 인력 증원 결정시 이에 수반되는 교육 예산, 수련 비용 지원, 필수의료 수가 가산 등이 자동으로 연동되는 제도적 매커니즘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