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우려 비급여 관리 확대 신호탄 평가…건보 재정 압박 속 가격·횟수·청구기준 제도권 편입
의료계 “비급여 가격 통제 확산 땐 진료 자율성 위축…필요 환자 접근성 저하 우려”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 사진=보건복지부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료계 반발에도 7월부터 도수치료를 관리급여로 전환한 가운데, 이번 조치가 도수치료 한 항목에 그치지 않고 과잉 우려 비급여 전반을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관리하기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적정 의료이용’을 명분으로 도수치료에 이어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 온열치료 및 온열치료계획까지 관리급여 대상 항목으로 검토하고 있다. 고령화와 필수의료 보상 강화, 고가 신약 급여 확대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급여 관리가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보건복지부는 7월 1일부터 도수치료 관리급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의료기관별로 제각각 비용이 책정되던 도수치료는 1회 4만3850원의 동일 가격이 적용된다. 본인부담률은 95%다.
본인부담 95% 관리형 급여…가격·횟수·기록까지 통제
관리급여는 일반적인 건강보험 급여처럼 환자 부담을 대폭 낮추는 방식과는 다르다. 비급여를 건강보험 제도 안으로 편입하되 본인부담률을 95%로 높게 설정해 이용량을 관리하고, 가격과 급여기준을 공적 관리체계 안에서 통제하는 방식이다.
도수치료는 그간 비급여로 운영되면서 의료기관별 가격 편차가 컸다. 복지부에 따르면 기존 도수치료는 1회 평균 약 11만 원 수준이었다. 치료 효과가 일부 있지만 선택적·보조적 성격이 큰 치료인 만큼 오남용 우려가 제기돼 왔고, 정부는 적정 가격과 진료기준 마련 필요성이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도수치료 인정 횟수는 주 2회, 연간 총 15회로 제한된다. 수술이나 골절 등으로 관절 구축 또는 강직의 뚜렷한 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예외적으로 연간 최대 24회까지 인정된다.
도수치료 효과 평가 등 기록도 의무화된다. 단순재활치료나 기본물리치료를 우선 시행하도록 하고, 기준 횟수를 초과한 진료에 대해서는 건강보험과 환자 본인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없도록 진료 기준도 강화된다.
즉 도수치료는 단순히 건강보험 급여로 편입돼 환자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가 아니라, 가격과 이용 횟수, 진료 기록, 청구 방식이 제도권 안에서 관리되는 ‘관리형 급여화’에 가까운 셈이다.
도수치료 다음은 신경성형술·온열치료…비급여 관리 확대 가능성
중요한 것은 관리급여가 도수치료 한 항목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복지부가 공개한 관리급여 개요에 따르면 관리급여의 목적은 의료체계 왜곡이나 환자 안전 문제가 야기될 수 있는 과잉 우려가 큰 비급여에 대해 적정 가격과 진료기준을 마련해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대상 항목은 비급여 보고제도 등 모니터링을 통해 적정 관리가 필요한 항목으로 선정된다. 복지부는 도수치료 외에도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 온열치료 및 온열치료계획을 관리급여 대상 항목으로 제시했다.
복지부가 도수치료에 이어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 온열치료 및 온열치료계획을 관리급여 대상 항목으로 제시한 것은 이들 항목이 모두 고가 비급여이면서 의료기관별 가격 편차, 이용량 증가, 실손보험 연계 가능성 등 관리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척추질환 환자나 암 환자 일부에서 의학적 필요가 있는 치료까지 일률적인 가격·횟수 기준으로 묶을 경우 환자 접근성과 진료 자율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관리급여 대상은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에서 논의·선정하고, 전문평가위원회와 적합성평가위원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용량 변화와 재정부담 등을 모니터링한다.
정부는 향후 3년 주기로 도수치료 운영 성과를 평가하고,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급여 유형과 전환 원칙 등 세부 기준을 보완할 계획이다. 도수치료 관리급여 시행 결과가 향후 다른 비급여 항목의 관리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의료계 “과잉 관리 필요해도 일괄 통제는 우려…환자별 의학적 필요 반영해야”
의료계는 과잉진료 관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관리급여가 사실상 비급여 가격 통제 수단으로 확대될 경우 진료 자율성과 환자 접근성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도수치료 일부에서 과잉 이용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이유로 비급여 전체를 가격과 횟수 중심으로 묶는 방식이 확대되면 필요한 환자에게까지 제한이 갈 수 있다”며 “환자의 질환 상태와 기능 제한 정도, 치료 반응은 제각각인데 일률적인 횟수 기준이 현장 판단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관리급여는 본인부담률이 95%라 환자 부담을 크게 낮추는 급여화가 아니라 정부가 가격과 청구 기준을 정하는 관리제도에 가깝다”며 “신경성형술, 온열치료 등으로 확대될 경우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 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1회 4만3850원이라는 도수치료 가격이 실제 인력 투입과 치료 난이도, 치료 시간 등을 충분히 반영했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의료계는 동일한 도수치료라도 환자의 상태, 치료 부위, 기능 제한 정도에 따라 소요 시간과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비급여 관리를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 수단으로만 접근하면 의학적으로 필요한 치료까지 위축될 수 있다”며 “가격 통제보다 먼저 어떤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인지, 어떤 기준으로 효과를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임상적 기준을 의료계와 함께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