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응급실 떠난 경험 소환…“남은 의사는 볼모 되고 결국 죄인 된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김진규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이 운영 중단을 앞둔 것과 관련해, 소아응급실 의사 출신인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동병상련의 아픔을 전하며 “보건복지부는 지난 2년간 무엇을 했나”라고 성토했다.
이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 2년 전 당시 본인이 근무하고 있던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존폐 위기에 몰려있단 내용의 본지 기사와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폐쇄 관련 본지 기사를 나란히 공유하며 이같이 밝혔다.
전북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김진규 교수는 전날인 28일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열린 분만 인프라 정책 포럼에서 사직 가능성을 시사하며 “저도 정말 버티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시스템이 더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칼을 품고 스스로 찌르는 심정입니다”라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전북에서 들려 온 피를 토하는 목소리다. “2년 전, 저 말을 똑같이 하고 떠난 사람이 충남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이주영”이라며 “다른 시간, 다른 장소, 그러나 똑같이 반복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24년 2월 사직서를 내고 10년간 일한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응급실을 떠났다. 지속적인 의사들의 이탈과 그에 따른 업무 부담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후 그는 22대 총선에서 개혁신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 의원은 “내가 되고 싶은 건 소아응급의 상징이었지, 소아응급 붕괴의 상징은 아니었다”며 “아마 전북대 교수님의 저 말씀도, 그리고 결단도 신생아과 몰락의 경고등이 아니라 신생아 중환자들의 마지막 등대가 되고픈 마음이셨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일들은 명백하다. 현실에 한계를 느낀 누군가가 현장을 떠나고, 남은 의사들이 더 오래 버틴다”며 “환자는 더 몰리고, 당직은 더 길어지고, 책임은 매일 더 무거워진다. 그러다 또 한 사람이 빠지고 또 한 번의 사건이 터지고, 그러다 어느 순간 ‘아직 운영 중’이라는 말과 ‘실제로 받을 수 있다’는 말 사이에 서로 닿을 수 없는 거대한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휴직을 결정하고 사직을 고민하는 과정도 그랬다”며 “남아있는 사람들은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숭고한 희생’으로 칭송 받거나 현장을 잘 아는 사람들로부터 ‘버티는 너 때문에 더 망가진다’고 비난 받는다”고 했다.
이어 “일을 계속할 수도, 더는 하지 않을 수도 없는 괴로운 시간들이 하릴없이 흐른다”며 “그리고 그 동안에도 환자는 또 오고, 그리고 가고, 민원과 소송과 일신 상의 고통 또한 오고, 그리고 그것들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 의원은 “남아있는 사람은 볼모가 되고, 무책임한 사람이 되고, 결국 죄인이 된다”며 “그리고 혼자 남을수록 의학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가장 외로워진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또 이렇게 많은 돈을 준다는데도 의사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어 안 온다고 할 거다.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이렇게 많은데 왜 신생아를 못 보냐고 할 거다”라며 “보건복지부 한글파일 보고서 위에는 숫자만 늘어난 거품 정책들이 또 올라올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그러다 또 어디선가 종말의 신호가 울리면 마지막 남은 그 사람에게 조금만 더 버텨 달라, 당신마저 떠나면 아이들은 어쩌냐, 급조한 졸속 지원으로 등 두드려주는 체 하며 개인의 어깨에 국가의 짐을 한 겹 더 얹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십 번, 수백 번을 말했다. 소아응급실 의사로도, 소아 환자의 엄마로도, 정치인으로도 말했다”며 “고위험 핵심의료 종사자들에게 심평의학 따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전적인 진료자율권을 주고, 그렇게 결정된 일에 대해 민형사상의 확실한 보호를 보장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대한민국에는 세계 최고의 임상을 펼칠 수 있는 전문의들이 널리고 널렸다”고 했다.
이 의원은 “좋은 의료를 도입하고 싶으면 지속 가능한 합리적인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최고의 의료를 유지하고 싶다면 최고의 신뢰를 보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라고 했다”며 “하지만 드지 않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진료자율권은 의료와 간호의 현실을 모르는지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지 현장에서의 판단 하나하나를 과잉이네 과실이네 여전히 정치와 돈으로 평가하기 바쁘고 민형사 보호는 해줄 것처럼 말만 무성했지 오히려 절대 피해나갈 수 없는 중과실과 유죄를 상정한 배상보험 운운하며 올가미만 더 촘촘해졌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가에, 지역에,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 있고 그 일이 진정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정책을 만들고 돈을 집행하는 여러분부터 나서서 하고 싶을 만한 일로 만들라”며 “아무도 엄두 못 낼 역할을 상상으로 만들어 놓고 사명감 운운하며 가장 열심히 하고 싶고, 가장 끝까지 버텨 보려는 사람부터 맨 앞에서 화살 맞게 만드는 짓은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어 “2년 전 응급실의 이주영이 묻는다. 2년 후 신생아 집중치료실의 누군가가 또 묻기까지 대한민국 보건복지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