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1.20 08:40최종 업데이트 26.01.2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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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1인당 환자 수 100여명…당직이 두렵습니다"

[수련병원 블랙의국·모범의국] ①서울 소재 A병원 내과-과도한 1인당 환자 수에 병원 떠나는 전공의들

그림=챗GPT
전공의노조·메디게이트뉴스 공동기획 수련병원 블랙의국·모범의국 

정부의 무리한 의대증원 2000명이 촉발한 의정갈등은 의료 시스템과 환자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지만,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수련병원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전공의 복귀 후, 수련병원들은 그간 당연시했지만 실은 ‘당연하지 않았던 부분’들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병원에선 여전히 개선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오는 2월 새로운 전공의법 시행을 앞두고 전국전공의노동조합과 함께 선정한 블랙의국∙모범의국의 시리즈 기사를 통해 수련현장의 현실을 조명한다.

① 서울 소재 A병원 내과-1인당 환자 수 최대 100여명∙주 72시간 준수도 꼼수 동원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당직 시에 전공의 1인당 담당하는 환자 수가 50~100명에 달합니다. 환자안전 측면에서 너무 위험합니다.”
 
서울 소재 수련병원 내과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B씨는 일주일에 2번 당직을 설 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최대 100여명에 달하는 환자를 다음날 아침까지 무사하도록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전공의 38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공의 1인당 환자 수는 평균 41.8명이었다. 최하위 순위를 기록한 병원은 평균 90.1명이었다. A병원 내과 전공의들은 이를 크게 웃도는 수의 환자들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100여명 안에는 상태가 위중한 환자들도 여럿 있다. 3~4명의 중환자가 동시에 상태가 나빠지는 날에는 부담이 더욱 커진다. 물론 교수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할 수 있지만, 대응이 조금만 늦어지더라도 환자들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어깨를 짓누른다.
 
실제 일부 전공의는 이 같은 상황에 부담을 호소하며 병원을 떠났다. B씨 역시 정신과 진료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과도한 전공의 1인당 환자 수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건 물론이고,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공의 1인당 환자 수는 전공의들이 지속적으로 개선을 촉구하는 문제다. 실제 지난해 9월 노조의 실태조사 결과 전공의 90%가 ‘1인당 환자 수 상한선이 필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전공의노조는 전공의법에 전공의 1인당 적정 환자 수 상한선을 명시하고, 이에 대한 평가와 감독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공의 1인당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해선 결국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A병원의 경우 당직을 설 전문의 인력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요구에도 묵묵부답인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병원은 인건비 부담 때문인지 추가로 인력을 채용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전공의 입장에서는 환자가 잘못됐을 경우 법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 등으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추가 근무시간이 제대로 산정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A병원은 정부가 운영 중인 전공의 주 72시간 근무 시범사업 참여 기관이다. 하지만 B 전공의에 따르면 수련시간 상한인 72시간은 ‘꼼수’를 통해 지켜지고 있다.
 
B씨는 “세부분과에 따라 일이 많은 경우에는 추가 근무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아예 추가 근무 시간을 입력할 수 없도록 시스템상으로 막아놨다”며 “정부 지원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전공의 근무시간에 대해 정기적으로 실사를 진행하고 전공의법을 위반하는 병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금은 소액의 과태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선 법을 위반하는 게 지키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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