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11.09 11:03

"요소 재고 바닥" 비료공장 한계인데…정부 "내년 2월까진 문제없어"

비료 원료 요소 공급 끊겨…가격 일주일새 t당 75달러 급등
비료 수요 비교적 적은 겨울철이지만, 장기화 우려
"벼농사 前 미리 비료 뿌려야…늦어지면 생산량 급감·품질저하"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문채석 기자] "요소 공급이 아예 끊겼습니다.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공장 전체 생산을 중단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지금은 요소를 절반가량만 쓰는 복합비료로 생산을 돌리면서 공장의 캐파(생산 능력)를 유지하고 있지만, 길어야 1~2달만 버틸 수 있는 실정입니다." (A비료업체)
"지난주까지만해도 요소 재고량이 300t가량 됐는데, 이번주는 ‘0’입니다. 요소를 아예 안 쓰는 복합비료로 품목을 바꿔 생산하면서 공장을 가동중입니다." (B비료업체)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에 따른 여파가 국내 비료 생산 업체로 이어지며, 농가에까지 ‘요소수 대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원료를 구하기 어려워진 업체들은 급히 생산 품목을 바꾸는 식으로 대응을 하고 있지만, 상황이 길어질 경우 내년 봄 벼농사분부터는 비료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재고량으로도 내년 2월까지는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차관 주재 수급점검 회의를 열어 추가 대응책을 검토키로 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풍농 등 국내 중소 비료제조업체들은 요소비료 생산을 사실상 중단했다. 공장 전체 중단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복합비료 위주로 요소 투입량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요소는 사실상 바닥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비료의 수입재료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한국비료협회에 따르면 요소는 지난 4일 기준 1t당 975달러로 1주일 전인 지난달 28일보다 75달러, 한 해 전 보다 3.2배 뛰었다. 비료 원자재라 불리는 염화칼륨은 t당 665달러로 전 주 대비 10달러 올랐다. 인산이암모늄(815달러)과 암모니아(725달러)는 같은기간 t당100달러, 10달러 치솟았다.
업체들은 급히 판로 개척에 나섰다. 협회에 따르면 중국 외 업계가 고려할 수 있는 판로는 카타르,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다. 이 중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국영기업이 장기 계약 위주로 거래를 진행하고, 민간 간의 거래를 통제해 사실상 중동 카타르가 유일한 대안이다.
문제는 요소비료를 제때 투입하지 않으면 작물의 생산량과 품질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벼농사를 짓기 직전인 2월에 토지를 해동시키고, 이에 앞서 밑거름용 요소비료를 뿌려둔다. 이 작업이 늦춰지면 작물 생산량과 품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농가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소 비료가 제 때 투입되지 않으면 대부분 작물의 생산량이 최대 절반가량 줄 것"이라며 "특히 벼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무부처인 농림부는 비료 가격 상승 가능성 및 수급 불안 우려를 감안해 이날 오후 박영범 차관 주재로 비료 수급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비료 수요가 영농철(3~5월)에 집중되는 만큼, 당장은 수요가 제한적이며 기존 재고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사재기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해 구체적인 재고 현황을 공개하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평년 수요를 고려하면 내년 2월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평년 대비 비료 수급상황이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은 된다"면서 "과거 시기별 판매량을 기준으로 짐작했을 때 현재 재고량은 내년 2월까지는 크게 문제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리적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농협을 통한 농업인 수요조사를 예년보다 일찍 시작하고, 연말 예정인 비료업체들과의 연간 계약도 서둘러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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