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제약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은 후보물질 발굴 및 설계와 같은 신약 개발 초기 단계는 물론, 제조 공정과 임상시험, 시판 후 안전관리 등 의약품 개발 전 주기에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기반 독성 계산 모델은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고, 대상자 선정과 용법·용량 최적화를 통해 임상시험을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 규제기관들 역시 의약품 개발 분야에서 AI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정책과 AI를 어떻게 규제에 도입할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의약품 개발 및 규제 과정에서 AI 활용을 조정하고 감독하기 위해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 내 AI 위원회를 신설했다. CDER 내 여러 AI 관련 조직과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함이다.
또한 지난해 5월 새로운 신약 개발 도구(DDT)로 AI 기반 정신 건강 평가 도구를 처음으로 승인했으며, 올해 1월 신약 개발 시 AI 사용에 대한 첫 번째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6월에는 내부적으로 사용할 생성형 AI 도구인 '엘사(Elsa)'를 출시했다. 임상시험 데이터 평가를 포함한 모든 FDA 업무에서 AI 활용을 확대함으로써, 신약 심사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엘사는 읽기, 쓰기, 요약 작업을 지원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 AI 도구다. 부작용을 요약해 안전성 프로파일 평가를 지원하고, 라벨 비교를 더 빠르게 수행하며, 비임상 응용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개발을 돕는 코드를 생성할 수 있다.
FDA 마틴 마카리(Martin A. Makary) 국장은 "AI 기술의 기관 전체 도입은 새로운 치료제의 검토 시간을 단축하는 데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범 프로젝트에서 엘사는 2~3일이 걸리던 작업을 몇 분 만에 끝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업무를 줄이고 과학자들이 핵심 연구와 판단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FDA 측은 "이미 엘사를 활용해 임상 프로토콜 검토를 가속화하고 과학적 평가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며, 우선 순위가 높은 검사 대상을 식별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면서 "엘사 도입은 FDA의 전체 AI 여정의 첫 번째 단계다. 이 도구가 성숙해감에 따라 데이터 처리 및 생성형 AI 기능 등 다양한 프로세스에 AI를 통합해 FDA의 사명을 더욱 지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8월부터 발효된 세계 최초 AI 규제법인 'AI법(AI act)'으로 규제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 이 법은 의료기기와 체외진단의료기기에도 적용된다.
유럽의약품청(EMA)은 2028년까지 의약품 규제에 AI를 적용할 계획이다. 5월 유럽의약품안전관리기구(HMA)와 공동으로 발표한 작업 계획을 통해 ▲정책 및 지침 개발 ▲AI 도구 및 기술 ▲협력 및 교육 강화 ▲실험 및 혁신 촉진 등 4가지 AI 관련 핵심 분야에 대한 조치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의약품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AI 활용에 대한 지침 제공과 AI 도구 활용을 위한 프레임워크와 협력 체계 구축, AI 기술 활용 역량 개발, 규제 기관의 AI 전환에 대한 정보 제공 등이 포함된다.
EMA와 HMA는 전략적 접근을 통해 AI 기반 의약품 규제의 신뢰성, 투명성,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며, 데이터 품질 및 환자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또한 AI의 윤리적 활용과 데이터 보호, 인간 중심 감독 체계 마련도 중요한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국내에서도 AI를 의약품 규제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부터 기존 빅데이터정책분석팀을 '인공지능데이터기획팀'으로 개편에 식의약 분야에서 AI 도입 및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AI 기반 의약품 개발과 허가에 필요한 지침을 제정해 AI 활용에 대한 규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6월 발간한 '의약품 개발 시 인공지능(AI) 활용 안내서'를 통해 의약품을 개발할 때 AI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안내하고, 데이터 및 AI 기술 관련 규제 적용을 위해 기술적·윤리적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소개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올해 주요 업무 중 하나로 AI 의약품 심사 체계 도입을 추진한다. 우선 심사 검토서 작성에 AI를 활용함으로써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9월 2일 메디게이트뉴스가 주최하는 '미래 헬스케어 트렌드 컨퍼런스'에서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실제 AI 활용 사례가 소개된다.
3세션 '디지털 헬스케어와 제약바이오 콜라보: 진단을 넘어 치료 영역까지 도전'에서 ▲오라클 라이프사이언스 고성훈 수석 솔루션 컨설턴트가 'AI와 데이터마이닝을 활용한 약물감시 시그널 탐지 전략' ▲쓰리빌리언 금창원 대표가 '희귀질환 진단, 데이터, AI 신약개발 혁신'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신현진 소장이 'AI 신약개발, 우리의 현재와 미래' ▲대웅제약 신승우 AI신약팀장이 'AI 신약개발 첫 성공사례 우리가 만든다'를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