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최근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리듬, 취침 전 디지털 기기 사용, 늦은 카페인 섭취 등으로 현대인은 수면 부족과 수면 질 저하를 겪고 있다. 하지만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성장과 인지, 정서 안정, 대사·심혈관 건강, 사고 위험과 관련이 있는 만큼 단순한 피로 문제로만 치부하면 안 된다. 이에 대한수면학회 심포지엄에서 생활리듬과 질환 특성, 연령대에 맞는 수면습관과 수면환경을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수면학회는 11일 서울성모병원 본관에서 '세계 수면의날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국민 수면건강 현황과 코골이·수면무호흡증·불면증 환자, 어린 아이를 위한 수면환경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대한수면학회 김동규 홍보이사
"스트레스·생활리듬이 수면 질 좌우…학회 차원 홍보·교육 필요"
김동규 홍보이사는 대한수면학회와 시몬스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국내 성인들의 수면 부족과 수면 질 저하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의 약 3분의 1은 수면시간에 불만족했고, 전체의 약 70%는 학회가 권장하는 성인 최소 수면시간에 도달하지 못했다. 자정 이후 취침 비율은 45%, 잠들기 어려움을 호소한 비율은 46%로 나타났다.
김 이사는 수면의 질과 관련해 심리적 상태와 스트레스, 생활리듬의 규칙성이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심리적인 상태와 스트레스, 그리고 생활 리듬의 규칙성이 개선이 되면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고 느끼고, 이러한 것들이 나빠지면 수면의 질이 나빠졌다고 느낀다"며 "주관적인 숙면의 질의 만족도는 심리적인 상태와 스트레스 그리고 생활 리듬 등이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취침 전 디지털 콘텐츠 소비와 카페인 섭취 시점도 수면의 질과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취침 직전 디지털 기기 사용이 활발할수록 수면시간에 대한 불만족 비율이 높았다. 카페인은 섭취 여부 자체보다 언제 마시느냐가 수면의 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이사는 수면 자세와 수면 만족도 간 연관성을 소개하며 "옆으로 수면을 하는 사람들은 수면의 만족도가 낮았고, 바로 눕는 자들은 수면 만족도가 높았다. 이런 현상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수면이 불만족스러운 사람들에게 병발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이들은) 수면의 질이 나쁨을 인식하고 있는 것과 함께 개선하고자 하는 니즈가 크다"며 "학회가 이런 부분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수면습관과 환경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대한수면학회 최지호 학술이사, 엄유현 교육이사
코골이·수면무호흡 '경고' 신호…수면습관, 밤 아닌 낮부터 설계해야
최지호 학술이사와 엄유현 교육이사는 코골이·수면무호흡증·불면증 환자를 위한 수면습관과 수면환경에 대해 발표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모두 상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히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코골이는 상기도가 좁아져 떨리면서 나는 소리며, 수면무호흡증은 그 통로가 실제로 막혀 산소농도가 떨어지는 질환이다.
최 이사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호흡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경고' 신호"라며, 주간 졸림, 피로감, 집중력 저하부터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상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이사는 "위험요인을 이해하는 것이 곧 수면습관 교정의 출발점"이라며 ,비만, 목둘레 증가, 상기도 구조 이상, 코막힘 같은 해부학적 요인뿐 아니라 나이, 성별, 폐경 후 여성, 유전적 소인도 수면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위험요인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며, 체중 조절, 금주, 약물 주의, 옆으로 눕는 자세치료, 구강호흡 방지와 비강호흡 유도 등을 제안했다.
최 이사는 수면환경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너무 푹신하거나 지나치게 단단한 매트리스보다는 몸을 적절히 지지하고 압력을 분산하는 침구가 좋다"며 "개인에게 맞는 베개를 선택해 기도를 확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수면무호흡증은 양압기 치료가 표준이지만, 환자마다 위험요인과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수면습관과 수면환경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엄유현 이사는 불면증은 '과각성(hyperarousal)' 상태라며 '낮은 낮답게, 밤은 밤답게' 수면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이사는 "불면증은 단순한 수면 부족이 아니라 뇌와 몸의 각성 스위치가 쉽게 꺼지지 않는 상태"라며 "걱정과 생각의 반복, 밤늦은 자극 노출, 침대를 깨어 있는 공간으로 학습해 버린 습관이 과각성을 악화시킨다. 불면증 환자는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고민을 이어가는 행동을 줄이고, 침대는 잠자는 공간으로 다시 학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수면은 단순한 규칙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설계하는 것"이라며 "밤이 아닌 낮부터 설계해야 한다. 잠자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낮에 제대로 충분히 활동하고 있는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 빛 노출과 낮 시간 충분한 활동으로 낮과 밤의 생체리듬 진폭을 키우고, 밤에는 빛과 소음, 생각 자극을 줄여 각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엄 이사는 "진료 현장에서 보면 환자들은 이미 기본적인 수면위생 수칙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다 해봤는데도 안 됐다'고 호소한다. 이는 정보 부족이 아니다. 왜 그 행동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대한수면학회 김은희 홍보이사
영유아부터 청소년까지…발달 단계별 수면관리 필요
김은희 홍보이사는 '우리 아이를 위한 수면 습관 및 수면 환경'에 대해 발표하며, 연령과 발달 단계에 따라 서로 다른 수면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신생아기와 영유아기, 학령기, 청소년기는 모두 수면의 구조와 문제가 다르다"며 "신생아와 영아는 성인보다 렘수면 비율이 높고 수면주기가 짧아 자주 깨기 쉽지만, 이 시기 수면은 뇌 발달과 신경망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2세부터 12세까지는 깊은 잠이 풍부해 성장과 인지 발달에 중요한 시기며,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사춘기 호르몬 변화로 잠드는 시간이 생리적으로 늦어지는 수면위상지연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생후 초기부터 낮과 밤을 구분시키고, 생활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낮에는 빛과 소음에 어느 정도 노출을 해주고 밤에는 그런 노출을 줄여줘야 한다. 또 먹고 놀고 자는 패턴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유아기에는 취침시간 통제 결여로 인한 소아 불면증이 흔하게 나타난다며 "취침 시간을 늦어지지 않게끔 매일 15분씩 당겨서 자야 하는 시간에 자도록 계속 연습을 반복해야 된다. 그 시간을 꼭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학령기와 청소년기에서는 늦은 시간 전자기기 사용과 보상적 취침 미루기로 수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청소년기의 늦은 취침은 게으름이 아닌 생물학적 변화"라면서도 "바쁜 일상 속에서 자유시간을 보상받으려는 심리로 유튜브, SNS, 게임 등을 하며 잠을 미루는 보상적 취침 미루기가 청소년 수면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김 이사는 청소년기 수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주중·주말 수면시간 차이를 줄이고, 늦은 밤 전자기기 사용과 야식을 피하는 등 생활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