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간 신약 병용요법 급여 사례 '0건'...환자 접근성 개선 위한 정부 주도의 제도적 공백 해결 필요"
사진: (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와 이화여대 약학대학 이한길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최근 항암 치료는 단일요법을 넘어 혁신 신약 병용요법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제도적 한계로 인해 환자 접근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아스텔라스는 12일 서울 강남구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에서 ‘혁신 신약 병용요법 시대,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열고 글로벌 항암치료 패러다임 변화와 국내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적 과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공유했다.
각 세션에는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와 이화여대 약학대학 이한길 교수가 연자로 참여해 글로벌 항암 치료 트렌드와 임상 현장의 목소리, 그리고 국내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제도적 과제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김 교수는 최근 글로벌 항암 치료가 단일요법에서 서로 다른 기전을 가진 혁신 신약병용요법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용요법은 서로 다른 기전의 치료제를 함께 사용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전략으로, 다양한 암종에서 새로운 표준치료로 자리 잡고 있다.
2007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된 항암제 임상 연구 중 단독요법의 비중은 70%에서 20~30% 급감했고, 병용요법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80%까지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10년간 허가된 혁신 신약 병용요법 71건 가운데 약 75% 이상(54건)이 최근 5년 내 승인됐다.
김 교수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를 위한 파드셉과 펨브롤리주맙의 병용요법을 예로 들었다. 이 병용요법은 상호보완적 기전을 통해 기존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대비 전체 생존기간(mOS)을 약 두 배 수준인 33.8개월까지 연장했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와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에서 파드셉 병용요법을 전이성 요로상피암의 1차 치료로 유일하게 우선 권고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혁신 신약 병용요법은 두 약제가 함께 사용되는 치료 전략으로 임상적 효과가 입증된 치료다"면서 "이러한 치료의 가치는 개별 약제가 아니라 병용요법 자체의 임상적 가치로 평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1차 치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적 이득을 입증한 파드셉 1차 병용요법이 임상 현장에서 원활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두 약제 모두에 대한 급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드셉 1차 병용요법은 국내에서 2024년 7월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로 허가됐으며, 허가 이후 약 1년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비급여 상태에 머물러 있다. 2025년 10월에 열린 제8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 기준이 설정됐으나, 타사 간 신약 병용요법이라는 특성상, 관련 급여 평가에 대한 세부 기준의 부재로 향후 급여 논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여러 변수들이 산재해 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이어진 세션에서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0년간 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타사 간 신약 병용요법이 건강보험 급여로 등재된 사례가 없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배경에 대해 현행 급여 제도는 여전히 단일약제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최신 치료 전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타사 간 신약 병용요법의 경우 약가 조정과 가치 배분을 위해 양사 간 협의가 필요하지만, 현행 공정거래법상 공식적인 논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조율할 정부 차원의 중재 기구도 부재하다"면서 "현재 비용효과성 평가 체계는 단일 약제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혁신 신약 병용요법이 창출하는 시너지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영국의 제도 운영 사례와 벨기에 및 스웨덴 등 주요 국가들의 새로운 제도 도입 논의 현황을 소개하고, 산업계와 정부가 타사 간 신약 병용요법 급여 필요성을 인지하고 급여 평가 과정 개선에 협력하는 구체적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혁신 신약 병용요법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하고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급여 평가 체계와 프로세스를 현실에 맞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는 적극적 중재자로서 혁신 신약 중심의 병용요법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는 검토 체계를 구축하고, 환자 접근성을 향상시킬 실질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