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2019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 딸의 입시관련 의혹에 대해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진 분들에게 열려 있는 기회라는 뜻"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줄만한 발언이었다. 대한민국에서는 병역, 입시 관련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의무의 이행과 기회의 평등 면에서 국민들이 아주 예민하게 반응을 보이는 분야이다.
지난 2월 의대정원 증원 문제가 추계위와 보정심을 거치면서 일단락됐고, 정부는 늘어난 정원은 지역의사제 인원으로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역의사의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 제정됐고 지난 2월 24일 공포돼 시행됐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세부 운영을 방안은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았다. 3월 10일 이 법률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제정돼 공포, 시행됐는데 기존에 알려져 있는 지역의사제도에 대한 세부 사안들이 조문으로 정리됐다.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됐던 공공의대, 의전원 설립과 관련해 '시도지사 및 시민단체 추천 전형'이라는 기괴한 선발방식이 시도된 적이 있었다.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진 분들'의 기회의 통로가 될 것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하고 우려할 만한 정책이었다. 당시 정부는 그런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었지만 이미 관련 자료들은 여기저기 배포돼 있다.
이번 지역의사제도는 늘어난 정원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정책으로 선발되는 학생들에게는 약 10여년간의 의무복무 조건이 주어진다. 결국 이를 감수하고도 의사가 되려는 학생들이 이 전형을 통해 입학을 하게 되는 것인데, 일반적인 입시전형에 비해 경쟁 수준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가 3월 10일 공포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살펴본 바로는 선발방식에서 지난 문재인 정부와 그것과 같은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의 의무복무기간 동안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진 분들'이 누릴 수 있는 특혜는 역시 존재했다.
일반적으로 복무형 지역의사제인 경우 10년간 해당지역에 고정돼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의무복무지역의 변경을 신청할 수 있고, 이를 시도지사를 통해 보건복지부장관 승인 하에 변경이 가능하다. 변경을 위한 신청 사유는 규정돼 있지 않으며, 승인 결정시 고려해야 할 사항만 규정돼 있다.
이쯤 되면, 시도지사를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짐작이 갈 것이다.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진 분들에게 열려있는 기회'는 이런 곳에서 가치있게 실현된다.
그렇다면 어느 지역으로 이동을 하려고 할 것인가? 해당 법률의 시행령에는 의과대학 소재지 별 의무복무지역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맨 마지막에 있는 9)경기도, 인천광역시의 인천중부권역은 옹진군을 제외하고는 인천광역시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인천광역시의 신도시 지구인 송도와 청라를 제외하면 사실상 도심지역과 마찬가지인데 떡하니 의무복무지역으로 선정돼 있다. 이곳에서 의무복무를 하려는 수요는 분명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누가 갈 수 있을 것인가?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진 분들의 영향력이 있는 사람'
이러한 복무지역을 한정 짓는 경우 이에 대한 예외 조항은 법에 명시해야 하지만, 지역의사제의 의무복무 예외 조항은 법, 시행령, 시행규칙 조문에는 나와 있지 않다.
시행령에 첨부돼 있는 '별표[3] 의무복무지역'에 부가 설명으로 붙어 있다.
규정돼 있는 의무복무지역을 벗어 날 수 있는 방법을 쉽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의무복무 지정 의료기관에 정원이 다 찼을 때
2) 수련 받고자 하는 전문과목이 해당지역 수련기관에 없을 때
3) 응급, 공공, 필수 의료 인력이 부족할 때
이 규정대로 라면 응급, 공공, 필수 의료인력이 부족한 종합병원이나 공공의료기관은 수도권 지역이라도 보건복지부장관의 지정, 고시만으로 지역의사제 의무복무를 할 수 있다. 수도권 공공의료기관에는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진 분들의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는 셈이다.
개정고시가 쉬운 것이 아니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매일 몇개씩 올라오는 고시를 일일이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을 것인가? 의사들은 자신들의 진료와 밀접한 보험 급여 개정 고시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다.
처음 도입되는 제도와 신설되는 법률에 이렇게 촘촘한 세부 방안을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의료 제도는 선시행 후보완을 외치며 그렇게 삐걱대며 시행착오와 부작용들을 감당해가며 시행해 왔다. 아무리 지적하고 제도의 선제적 정비를 이야기해도 들어주지 않던 보건복지부와 정치권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세세한 방안을 별표에 숨겨 명시할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했다면, 그것은 누군가 이렇게 이 예외 조항을 이용할 준비를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누군가는 의무복무 10년동안 해당 지역에서 기간을 채우기 위해 있어야 하겠지만, 누군가는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해 지역의사제로 선발되지 않은 이들과 같이 지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