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4.27 17:28최종 업데이트 26.04.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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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빠진 의료기사법 논란, 의료계 반발 확산…제2 간호법 우려 이유는?

의사 개입 축소 가능성…의료계 ‘환자 안전 위협’ 반발 확산에 릴레이 반대 성명

사진=국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사의 지도 의무를 사실상 축소하는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조만간 국회 법안소위에 상정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조직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서울, 인천, 부산, 대구, 광주, 경상북도 등 시도의사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정형외과의사회, 신경외과의사회 등 각 직역 의사회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는 “간호법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기사의 업무 범위를 조정하는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상정될 가능성 감지됐으나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법안 상정이 미뤄졌다. 

해당 개정안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공동 발의한 법안으로, 의료기사의 업무 수행 기준을 기존 ‘의사의 지도 아래’에서 ‘지도 또는 처방·의뢰에 따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은 의료기사가 의사의 지도·감독 하에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일정한 처방이나 의뢰가 있을 경우 의사의 직접적인 현장 개입 없이도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해석될 여지를 두고 있다.

발의 측은 고령화와 지역사회 돌봄 확대 등 변화된 의료 환경을 반영해 방문재활 등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사의 업무 범위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지난주부터 개정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릴레이 반대 성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의료기사 업무 기준에서 기존 ‘의사의 지도 아래’라는 문구를 ‘지도 또는 처방·의뢰에 따라’로 변경하는 데 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표현 수정처럼 보이지만, 의료계는 이를 의료현장의 권한과 책임 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변화로 보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 ‘지도’는 의사가 환자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치료 과정 전반에 관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반면 ‘처방·의뢰’는 사전 지시 이후 의료기사가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각 시도의사회는 “의사의 지도는 치료 전 과정에 걸친 지속적 감독과 즉각적 개입을 전제로 하는 개념인 반면, 처방·의뢰는 일회적 지시에 불과하다”며 “해당 개정안은 의사의 관여를 구조적으로 배제해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의사 없이 치료가 이뤄질 수 있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 반발이 거세다.

의료계는 이처럼 의사의 즉각적 판단과 개입이 배제될 경우 환자 안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환자 상태는 치료 과정에서 급격히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진료 현장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응급 상황이 상시 발생하는데, 의사의 지도 없이 의료기사가 단독으로 처치를 수행할 경우 즉각적인 의학적 대응이 어려워 환자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책임 구조 문제 역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는 의사의 지도 아래 이뤄지는 행위로 간주돼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가 책임을 지는 구조지만,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책임 주체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한은 분산되지만 책임은 그대로인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대개협은 “의사는 처방만 했다고 하고, 의료기사는 처방에 따라 시행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의료계는 이번 개정안이 단순한 직역 간 갈등을 넘어 환자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반드시 책임과 통제 장치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번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두고 과거 간호법 논란과 유사한 흐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두 법안 모두 보조 직역의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의사의 지도·감독 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특히 ‘환자 안전’과 ‘의료 접근성’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구조 역시 간호법 논쟁과 닮아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계는 당시 간호법 논란이 직역 간 극한 대립으로 이어졌던 만큼, 이번 개정안 역시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될 경우 유사한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당시 간호법도 충분한 합의 없이 국회에서 밀어붙이면서 직역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던 전례가 있다”며 “이번 의료기사법 개정안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여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현실화될 경우 또다시 의료계 전반의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입법이 진행될 경우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도 27일 송파구에 위치한 남인순 의원 지역 사무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안은 의료기사가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의도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하고 의사의 면허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법안이다. 그동안 이같이 의료기사의 단독개원을 목표로 하는 유사한 법안이 몇 차례 나왔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의사의 직접적인 지도·감독이 없는 상황에서는 환자의 상태 변화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고, 의사와의 신속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의료사고에 대해 책임소재도 불명확해진다. ‘처방·의뢰’에 따른 행위와 실제 수행 행위 간의 책임 분리가 발생할 경우, 법적 분쟁과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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