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6.09 07:21최종 업데이트 26.06.0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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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큰 병 놓칠까” 우려가 최대 변수…"일차의료 질 개선 우선돼야"

서울대 연구팀, 성인 2023명 설문 분석…응급·중증 의심 시 대형병원 접근 지연 우려 가장 커

동네의원·지역 의료기관 신뢰가 정책 수용성 좌우…“일차의료 질 개선·진료 연계 강화돼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쏠림 해소를 위해 이용제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큰 병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대형병원 진료가 지연되거나 동네의원을 거치는 과정에서 진단·치료가 늦어질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상급종합병원 쏠림 해소를 위해서는 환자 이용 제한에 앞서 일차의료 질 개선과 의료기관 간 진료 연계체계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이도경·김설아·도영경 연구팀은 보건행정학회지에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정책에 대한 대중의 수용성’ 논문을 게재하고 이같이 밝혔다.

경증질환 상급종합병원 쏠림 여전…구체적 제한수단 수용성은 절반 수준

연구팀은 상급종합병원이 고난도 의료기술이 필요한 중증·희귀질환자를 치료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지만, 의원급에서도 진료 가능한 경증질환자 상당수가 여전히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상급종합병원의 건강보험 급여비 중 외래 진료비 비중은 2003년 21.5%에서 2023년 36.9%로 증가했다. 대표적인 일차진료 질환인 고혈압·당뇨병도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병원에서 처음 진단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신규 고혈압 환자의 17.5%, 신규 당뇨병 환자의 33.4%가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병원에서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고혈압·당뇨병 환자 약 90%는 다른 동반질환 없이 고혈압 또는 당뇨병 단일 질환으로 진료를 받고 있어, 상급종합병원 이용 필요성이 낮은 환자군이 상당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연구팀은 이처럼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정부의 각종 이용제한 정책에도 해소되지 않는 배경에 정책 대상자인 대중의 수용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고 봤다. 상급종합병원 쏠림 완화 정책은 본질적으로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규제적 성격을 띠는 만큼, 정책 시행만으로 환자의 순응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정책에 대한 대중의 수용성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2024년 8월 14일부터 26일까지 19~69세 성인 202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온라인 설문조사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정책에 대한 포괄적 수용성과 함께 ▲진료의뢰서 없이는 3차 의료기관 이용 불가 ▲진료의뢰서 없는 경우 대기시간 증가 ▲진료의뢰서 없는 경우 진료비 추가 부과 등 구체적 정책수단에 대한 수용성을 함께 조사했다.

분석 결과,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정책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50.8%, ‘매우 수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19.0%로 나타났다. 반면 ‘보통이다’는 21.0%, ‘별로 수용할 수 없다’는 7.0%, ‘전혀 수용할 수 없다’는 2.3%였다.

상급종합병원 쏠림 해소라는 정책 방향에는 상당수 국민이 공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규제수단으로 들어가면 수용성은 크게 낮아졌다.

진료의뢰서 없이는 3차 의료기관 이용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수용 가능하다는 응답이 48.5%였다. 진료의뢰서가 없는 경우 대기시간을 늘리는 방안은 48.1%, 진료비를 더 부과하는 방안은 47.2%로 모두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연구팀은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정책에 대한 포괄적 수용성은 약 70%로 비교적 높았지만, 구체적 정책수단에 대해 수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약 50%로 20%포인트 낮았다”고 밝혔다.

이는 대형병원 쏠림 개선이라는 거시적 목표에는 동의하더라도, 실제 정책 집행 과정에서 개인의 불편, 비용 부담, 의료기관 선택 자유 제한이 발생할 경우 심리적 거부감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불수용 이유 1위는 “급한 상황에 큰 병원 빨리 못 갈까 봐”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정책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답한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급한 상황이나 큰 병이 의심될 때 빨리 큰 병원에 가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연구팀이 정책에 대해 ‘보통’ 또는 ‘수용할 수 없다’고 답한 611명을 대상으로 불수용 이유를 조사한 결과, 우선순위 가중치를 반영한 기준에서 해당 응답은 27.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원하는 병원을 직접 선택할 수 없어 불편할 것 같아서’가 17.2%, ‘동네의원을 거치는 과정에서 진단이나 치료가 늦어질 수 있어서’가 16.8%, ‘동네의원의 의료서비스나 시설이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아서’가 11.0%로 뒤를 이었다.

그 밖에 ‘큰 병원에서 진료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질 것 같아서’ 9.2%, ‘여러 병원을 다녀야 하니 오히려 의료비가 더 많이 들 것 같아서’ 8.2%, ‘시골이나 의료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불리할 것 같아서’ 5.8% 등이었다.

즉 국민들이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정책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단순히 대형병원을 선호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큰 병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과 동네의원 진료에 대한 신뢰 부족, 진단·치료 지연 가능성 등 의료의 질과 적시성에 대한 우려가 핵심이었다.

연구팀은 “구체적 정책수단에 대한 수용성이 포괄적 수용성보다 낮고, 특히 불응의 주된 이유로 위급 상황에서의 적시 진료 불가와 진단 지연이 꼽힌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중이 정책 취지에 기본적으로 찬성하더라도 본인의 건강권이나 편의성이 제한받는 구체적 상황에 직면하면 행위자로서 불응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쏠림 해소하려면 이용제한보다 일차의료 신뢰 회복 먼저”

연구팀은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일차의료 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응급·희귀질환 중심으로 전환하고,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동네의원과 지역 의료기관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이 기존 고혈압·당뇨병 중심 만성질환관리 사업보다 진전된 모델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실제 환자들이 체감하는 정책 접근성은 여전히 낮을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정책 실행 초기에는 상급종합병원 이용이 제한된 경증 환자들이 일차의료기관보다 지역 내 종합병원이나 지역 포괄 2차 종합병원으로 대거 유입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연구팀은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일차의료의 질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며 “일차의료 혁신모델의 조속한 실행과 확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정책이 단순히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경우 정책 불응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의료기관 간 진료 연계와 협력체계 강화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팀은 “일차의료의 질에 대한 신뢰와 중증질환 발생 시 상급종합병원 적시 접근을 보장하는 제도적 신뢰가 뒷받침될 때 대중의 의료기관 선택이 변화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정책에 대한 수용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이용제한 정책에 대한 대중의 포괄적 수용성이 높더라도, 잠재적 불수용 집단에서 의료의 질에 대한 우려가 핵심 장애요인으로 나타났다”며 “의료의 질 제고, 의료기관 간 진료 연계·협력 강화, 효과적인 정책 커뮤니케이션이 정책 수용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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