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지역·필수·공공의료 공백을 인공지능(AI)으로 보완하기 위해 전국 보건소와 취약지 의원에 AI 진료·행정 지원 도구를 보급하고, 응급환자 이송부터 적정 병원 선정까지 실시간으로 지원하는 통합 AI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2029년까지 전국 권역·지역 책임의료기관 72곳을 중앙 AI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공공의료 AI 고속도로’도 추진한다. 공공·임상·연구데이터를 결합한 국가 보건의료데이터 허브를 구축하고 국내 임상데이터를 학습한 한국형 의료 AI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청와대에서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를 개최하고 지역·필수·공공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AI 기본의료 전략’을 발표했다. 전략은 ‘생명을 위한 AI, 모두가 누리는 의료혁신’을 비전으로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AI 의료혁신 ▲전국 어디서나 첨단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 AX 기반 구축 ▲지속 가능한 AI 의료혁신 생태계 조성 등 3대 전략과 10대 정책과제로 구성됐다.
정부는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과 지역·필수·공공의료 공백을 AI를 통해 완화하고, 거주지역과 관계없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2027년부터 보건소에 진료·행정·건강관리 AI 패키지 도입
정부는 2027년부터 전국 보건소와 보건지소 등 지역보건의료기관에 진료와 행정, 건강관리를 보조하는 ‘일차의료 AI 솔루션’을 도입한다.
진료역량 강화형 패키지에는 의료영상 판독 보조와 의무기록 자동 생성 등이 포함된다. 건강관리 고도화형 패키지는 만성질환 관리와 건강기록 기반 질병 위험 예측 등을 지원한다. AI 솔루션은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과 연계해 의료진이 진료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의료취약지에 위치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가정의학과 의원에는 ‘일차의료 AX 바우처’를 지원한다. 의원이 진료보조 AI를 도입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해 취약지 주민의 진단과 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섬과 산간지역 등 의료진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방문간호사가 AI를 활용해 원격지 의사와 비대면 협진을 수행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과 연계한 만성질환 관리에는 AI가 환자 문진 결과를 자동 요약하고 개인별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을 적용한다. 생성형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고령화와 인구 변화에 따른 지역 의료수요를 예측하는 기술도 개발한다.
구급대 이송부터 적정 병원 선정까지 ‘응급 통합 AI 플랫폼’
응급환자가 진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하는 미수용 문제를 줄이기 위해 구급대 이송 단계부터 적정 병원 선정까지 실시간으로 지원하는 ‘응급 통합 AI 플랫폼’도 실증·확산한다.
플랫폼은 환자의 상태와 병원별 병상·인력·최종 진료역량 등을 분석해 수용 가능한 의료기관을 탐색하고 추천하는 방식이다. 소방청 119 구급 스마트시스템과 중앙응급의료정보망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응급환자가 의식 소실 등으로 의료정보 열람에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사전 동의한 가입자의 개인건강기록(PHR)을 응급의료진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구급일지와 응급실 간호 초기평가 등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증도를 모니터링하고 병원 자원 배정을 지원하는 응급실 특화 임상 의사결정 지원시스템도 개발한다.
정부는 119 구급상황센터와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기관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 정보망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진료기록·의료영상 병원 간 공유 ‘국민 AI 건강비서’ 도입…공공의료 AI 고속도로 구축
환자가 병원을 옮길 때마다 의료영상이 담긴 광디스크를 복사하거나 동일한 검사를 반복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PHR을 기반으로 병원 간 진료정보와 의료영상을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환자가 동의하면 AI가 처방전과 진료기록에 포함된 어려운 의학용어를 일상적인 표현으로 요약·해석하는 ‘국민 AI 건강비서’도 도입한다. 대화형 비의료 건강상담 챗봇 기능도 포함할 예정이다.
환자 전원 과정에서는 AI가 방대한 진료기록을 분석·요약하고 진료의뢰서 초안을 작성해 병원을 옮겨도 기존 진료정보가 단절되지 않도록 지원한다.
지역 공공병원이 영상 판독과 의무기록 작성 등 AI 서비스를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중앙 플랫폼 기반의 ‘공공의료 AI 고속도로’도 구축한다.
정부는 2026년 하반기 권역 책임의료기관 3곳과 지역 책임의료기관 6곳을 시작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2029년까지 권역 책임의료기관 17곳과 지역 책임의료기관 55곳 등 총 72곳을 연결할 계획이다.
중앙 플랫폼에는 영상 판독, 의무기록 생성, 환자 의뢰서 요약 등의 의료 AI가 탑재된다. 재정 여건으로 개별 AI 도입이 어려웠던 공공병원이 플랫폼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노후화한 지방의료원의 전산시스템도 AI 솔루션과 연동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으로 교체한다. 지방의료원의 임상데이터 표준화를 지원하고 만성질환·다빈도 질환·소아청소년 분야를 중심으로 의료 AI 개발과 실증을 추진한다.
진료·간호·수술·원무 전반 재설계하는 ‘AI 네이티브 병원’…국가 보건의료데이터 허브 구축
병원 방문부터 귀가까지 진료·간호·수술·원무 등 의료서비스 전반을 AI로 지원하는 ‘AI 지능형 병원정보시스템’도 개발한다.
국립대병원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 단계부터 핵심 모듈을 공동 개발한다. 권역별 AI 특화병원 시범사업에서는 진단·환자관리·예후예측을 지원하는 상용 AI 10종과 의뢰·회송·전원 문서를 자동 생성하는 AI, 병실 모니터링과 AI 회진·간호기록 기술 등을 통합 적용한다.
기관별로 흩어진 보건의료데이터를 AI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보건의료정보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립암센터 등이 참여하는 원스톱 데이터 컨설팅을 지원한다.
기관별 데이터 보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보건의료 데이터 지도를 만들고, 각 기관에 데이터 분석 전담팀을 신설한다.
정부는 건보공단과 국립암센터의 공공데이터, 국립대병원의 임상데이터,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의 연구데이터를 결합·개방하는 국가 보건의료데이터 허브도 구축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임상데이터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한 한국형 의료 AI를 개발하고 외국 AI 모델 의존도를 낮추는 ‘소버린 의료 AI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가명정보 활용 규제도 조정한다. 가명처리 데이터의 위험도에 따라 심의 절차를 차등화하고, 피험자에게 물리적 위험이 없는 비식별 데이터 연구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다만 데이터 상업적 오남용과 유출, 재식별을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 등을 통해 이용 제한과 관리·감독 체계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AI 의료서비스, 사용량 아닌 의료성과 중심 보상 검토
AI 의료기술이 일회성 도입에 그치지 않도록 건강보험 보상체계도 개편한다.
현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의료 AI 기술이 임상적 근거를 축적하는 동안 최대 4~5년간 비급여로 사용된 뒤 안전성·유효성과 급여 적정성을 평가받는 방식이다.
정부는 개별 AI 기술 사용에 보상하는 현행 방식과 함께 AI 도입으로 환자의 치료성과와 의료서비스의 질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평가해 보상하는 방안을 폭넓게 검토할 계획이다.
의료 AI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윤리 가이드라인과 보건의료 보안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의료기관의 민간 클라우드 사용 요구와 의료데이터의 민감성을 함께 고려해 국가정보원 보안 기준에 맞는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한다.
해외 AI·바이오헬스 연구자도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매년 6명씩 총 18명을 유치한다. 국내 AI 융합 인력 양성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AI는 지역·필수·공공의료의 공백을 메우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도구”라며 “관계부처와 함께 AI 기본의료 전략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배경훈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해관계자 간 소통과 조율을 통해 속도감 있는 정책 실행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