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4.27 08:07최종 업데이트 26.04.2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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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회 전병조 이사장 “응급환자 미수용?…의사·병원 탓으로만 보면 안돼"

[인터뷰] 네트워크형 이송체계·지역 맞춤 프로토콜·의료분쟁 제도 보완 필요

대한응급의학회 전병조 이사장(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응급의료시스템 실패를 의사나 병원 탓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최근 환자가 응급실에서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사건들이 소위 '응급실 뺑뺑이'라는 단어로 회자되고 있다. 국무총리까지 직접 나서 제도 개선을 주문하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여론은 '병원이 환자를 미수용했다'라는 식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대한응급의학회 전병조 이사장(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응급실 뺑뺑이와 환자 미수용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개별 병원이나 의사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라고 규정했다. 그는 현재의 응급의료 체계가 지난 20여 년간 지나치게 하드웨어 중심으로 구축돼 왔다고 지적했다.

시설, 장비, 병상 수, 응급·중환자실 유무 같은 고정된 기준에 지원이 집중됐을 뿐, 실제로 병원 간 환자를 어떻게 전원하고 소통할지 등 운영 체계는 충분히 설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환자 흐름 못보고 거점병원만 의존, 구조적 문제…해법은 '지역 네트워크'

전병조 이사장은 24일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정부가 '몇 병상이 있느냐, 인공호흡기가 몇 대 있느냐'는 정량적인 것을 보는 데 치중하다 보니, 정작 응급의료 자원을 어떻게 환자 흐름과 연결해서 운영할지에 대한 소프트웨어적 부분은 빠져 있었다”고 그동안의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응급의료기관을 단순히 단계별로 나눠놓기만 했지, 병원 간 협력과 환자 이송 등을 설계하는 방식은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전 이사장은 기존 응급의료 정책이 특정 거점병원 중심으로 운영돼 온 점도 한계로 짚었다. 그는 “광주·전남만 봐도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 너무 치중된 구조였다”며, 중증 환자는 무조건 상급종합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식의 정책이 오히려 현장 혼선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중증도를 감당할 수 있는 병원들이 지역에 꽤 있는데도, 네트워크로 묶이지 못해 환자 이송 단계에서 패스돼 버린다”고 지적했다. 장비와 시설, 진료 의지가 있어도 병원 간 연결이 되지 않아 결국 환자가 특정 병원으로 몰리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응급의학회가 제시한 해법은 명확했다. '지금 현재의 의료 자원으로 최대한 커버할 수 있는 지역 응급 환자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전 이사장은 “지역 특성화가 감안된 이송 체계”를 강조하며, "119와 광역상황실이 지역 의료기관과 의료인력의 역량을 모두 파악한 뒤 환자 흐름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응급의료를 개별 병원이나 개별 지역에 맡겨서는 더 이상 해법이 없다"며 “이제는 우리나라 전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봐야 한다. 어디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더라도 이미 프로토콜이 정해져 있고, 이송과 처치 체계가 작동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은 부족한 의료 인력으로 모든 병원 응급실이 당직을 서고 있다. 그러나 병원 간 네트워크만 제대로 이뤄질수 있다면 적은 필수의료 인력을 가지고도 지역에서 발생한 중증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며 "일례로 A, B, C병원에 각각 응급 내시경을 할 수 있는 전문의가 3명씩 있다면 9명이 따로 매일 당직을 서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제대로 구성해 업무를 나눠야 한다. 그럼 위장관 출혈 환자의 응급 내시경은 365일 가능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호남권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성공한 이유는?

전 이사장은 응급의료 지역 네트워크가 제대로 발현된 사례로 최근 광주와 전라권에서 진행 중인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꼽았다. 그는 “시범사업은 전적으로 하드웨어나 고정적인 문제로 답을 풀려 하지 않고, 융통적이고 소프트웨어를 강조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시범사업이 네트워크 중심으로 진행되진 않았다. 당초 정부가 추진했던 시범사업안은 중증응급환자(KTAS 1~2등급)의 경우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병원의 수용 능력을 확인한 뒤 이송 병원을 선정하도록 하는 구조였다. 또 골든타임을 넘겨 이송이 지연될 경우에는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해 환자를 보내고, 안정화 처치 이후 최종 치료를 담당할 병원도 광역상황실이 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안이 알려지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환자를 우선 응급실로 밀어 넣는 구조”라며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응급의료진의 사법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정부안 대신 각 지역의 응급의료진과 구급대 등이 참여하는 지역 거버넌스 네트워크가 마련한 이송지침을 우선 적용하기로 하면서 의료진의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 실제 전남대병원이 위치한 광주 지역의 경우 질환·중증도별로 이송 지침을 보다 세밀하게 정비했다. 특히 환자 질환과 상태에 따라 구급대가 병원에 문의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정보를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광주에서는 심근경색 등 10여개 질환에 대해 KTAS 기준 대신 해당 질환 환자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병원 목록을 사전에 구급대에 공유하고 있다. 구급대가 수용 가능성이 높은 병원에 우선적으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구급대가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해 10~15분가량이 지나면 지역 내 6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당직의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환자를 수용할 병원을 논의한다. 여기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광역상황실이 인접 시·도 병원에 연락을 돌리고, 이 과정에서도 병원을 찾지 못할 때 최종적으로 강제 선정이 이뤄진다.

전 이사장은 이번 응급의료 시범사업이 잘 작동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일정 수준의 지역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었다는 점과 더불어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 의료의 특성과 필수의료 인력이 빠르게 묶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시범사업이 전국으로 확산되기 위해선 일률적이기 보단 지역 상황에 맞는 '맞춤형'으로 설계돼야 한다. 광주·전남·전북에 맞는 사업을 부울경으로 옮기면 부울경에 맞는 사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수조사가 먼저”…필수의료 인력 기피 핵심은 사법 리스크

다른 지역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하려면 무엇보다 '전수조사'가 우선이라고 했다. 각 지역에서 어떤 환자가 미수용 가능성이 높은지 순위를 뽑아내기 위해선 우선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응급환자 이송체계에 있어 질환군 별로 따로 떼어 보는 접근도 필요하다. 소화기계 중증환자, 신경계 응급환자, 중독 환자, 고위험 산모 등 지역별로 대응이 어려운 질환군을 찾아 맞춤형 이송체계를 짜야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119가 도착한 뒤 병원 선정까지 60분 이상 지체된 환자들을 따로 모아 질환군을 분석하면, 지역에서 어떤 환자가 미수용되는지 드러난다고 봤다.

전 이사장은 "질환군별 조사를 바탕으로 복지부가 대책을 세워야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응급의료 대응이 가능하다"며 "복지부나 중앙의료센터가 해당 권역의 응급의료 역량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환자군이 가장 배정이 어려운지 분석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모든 지역이 모든 질환을 다 커버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 이사장은 “대동맥 박리처럼 발생 빈도는 낮지만 생명에 치명적인 질환은 모든 지역이 다 치료 역량을 갖출 필요는 없다”며, "권역 간 이송과 헬기 이송까지 포함한 광역 네트워크가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택과 집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의사들이 응급의학과와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법 리스크'가 가장 먼저 지목됐다. 전병조 이사장은 “의료분쟁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가장 큰 부담”이라며, "여기에 낮은 보상 체계와 사회적 존중 부족이 겹치고 있다"고 말했다.


 낮은 보상 체계·사회적 존중 부족 겹쳐…젊은의사들 응급실 근무 기피

최근 통과된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해서도 그는 강한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법이 통과됐다고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며, 세부 시행규칙과 대통령령에서 원래 법안이 가질 수 있는 부작용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12대 중과실 조항은 전문학회의 의견을 다시 반영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전 이사장은 “이 조항들이 필수의료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덫이 될 수 있다”며, "의료는 불확실성의 영역이다. 중과실 내용을 법에 명시해 명확성을 높이려다 오히려 의료의 판단 영역을 사후적으로 좁게 재단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응급실이나 수술실처럼 결과가 항상 같을 수 없는 환경에서, 행위 기준을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열거하면 결국 의료진이 방어진료에 몰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 대해서도 "전문 의료인의 참여 비율이 충분해야 한다. 비전문가가 전문성을 판단하는 구조는 인민재판과 다르지 않다"는 우려했다. 

젊은 의사들이 응급의학과와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법 리스크'가 가장 먼저 지목됐다. 전병조 이사장은 “의료분쟁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가장 큰 부담”이라며, "여기에 낮은 보상 체계와 사회적 존중 부족이 겹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렵고 힘든 과를 택한 사람들에게 사회가 ‘당신들 덕분에 이 사회가 지탱된다’는 마인드를 줘야 한다”며, "자긍심과 보상이 함께 가야 인력 유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힘들다'는 인식만 남으면 젊은 세대는 앞으로도 절대 필수의료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 이사장은 미래 응급의료 시스템 내 인공지능(AI) 도입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금은 '응급실 AI 과도기'라며, "AI는 진단 보조나 처치의 참고문헌 수준에서는 유용하지만 환자별 치료를 직접 결정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혈액검사나 영상 판독, 질환 감별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치료의 세밀한 판단까지 맡기기엔 아직 검증이 많이 부족하다는 게 전병조 이사장의 견해다. 

그는 또 "AI가 전문의의 학습 욕구를 약화시킬 수 있다. AI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응급실 의사가 돼서는 안 된다”며, "응급의료에서 AI를 어떻게 현명하게 사용할지에 대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볼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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