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복지부 사이 낀 샌드위치 신세·시설도 노후화…R&D 예산으로 운영비 지원하고 신축 검토해야
원자력병원 전경. 사진=원자력병원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보건복지부의 주요 수가 보전 정책 등에선 소외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병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28일 개혁신당 이준석∙이주영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흔들리는 원자력병원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원자력병원 관계자들은 “복지부와 과기정통부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원자력병원은 지난 1963년 개원한 국내 유일의 과기부 산하 병원이다. 2002년에는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를 개소해 방사능 재난 상황에 대비한 국가 안전망 역할도 도맡고 있다. 초기에는 국가 암 치료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각광받았지만, 빅5 등 주요 병원들이 암센터를 잇따라 건립하며 현재는 과거 대비 존재감이 크게 줄어든 실정이다.
과기부 산하라는 점도 되레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원자력병원은 소속 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복지부의 주요 수가 보전, 상급종합병원 지원 사업 등에서 외면 받고 있다. 반면 과기부는 병원 운영비를 R&D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이다. 두 부처의 무관심 속에 원자력병원은 시설 노후화와 인력 부족에 시름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자력병원의 위기는 지표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병상 가동률은 평일 70% 수준에 그치고, 주말에는 50%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환자들로 붐비는 다른 병원들과 달리 오후 3시 이후에는 외래, 검사실, 검진센터도 한산하다. 이는 곧 병원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실제 올해 예상되는 적자 규모만 300억~400억원에 달한다. 병원 경영진 사이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본잠식을 피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병상 가동률 평일 70%∙주말 50% 미만…'착한 적자' 프레임에 빠져선 안 돼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진료센터 조민수 센터장은 병원이 ‘착한 적자’라는 프레임에 빠져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센터장은 “공공의료기관라는 이유로 적자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적자를 사회적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으려면 뚜렷한 사회적 기여가 전제돼야 한다”며 “가치 있는 적자를 만들거나 적자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원자력병원 김동호 병원장은 “병원이 곧 R&D”라는 인식 하에 연구와 임상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미국의 MD 앤더슨 암센터를 모델로 신성장 동력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병원장은 “영상, 검사 결과 등 환자 진료 데이터는 그 자체로 고품질의 임상 실증 데이터다. 원자력병원은 진료를 통해 국가 과학기술 자산인 데이터를 생산하는 공간인 셈”이라며 “인체 유래물 수집의 허브이자 AI 진단 솔루션 실증, 신약 및 신약의료기술 임상 시험, 나노 센서 및 정밀의료기기 환경을 테스트하는 곳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AI 기반 의과학 실증 플랫폼을 구축하고 방사성 동위원소 신약 개발, 실증에 힘쓸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운영비 예산을 실증 인프라 유지 R&D 예산으로 인정하고, 고가 장비 도입과 인력 운용에서도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2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흔들리는 원자력병원 해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병원 신축이 해법 주장도…과기부 "방사선의학 전주기 지원 가능한 임상실증센터로 육성"
홍영준 전 원자력병원장은 노후화된 현재 시설하에선 한계가 분명하다며 병원 '신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전 병원장은 “병원이 지금 자리로 이전된 게 1984년인데 이후 40년간 대대적인 개보수가 없었다. 장마철에 출근했더니 물폭탄으로 내 방 천장이 내려앉고 엉망이 된 일이 있을 정도”라며 “최근에 차관이 방문하다고 해서 비가 새는 구역을 동선으로 짜보자는 얘기까지 했었다”고 했다.
이어 “우수한 하드웨어를 갖추지 못한 병원은 우수 의료진 확보가 어렵고 환자들도 찾지 않는다”며 “해법은 결국 병원 신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이준석 의원은 본인의 지역구인 '동탄'을 입지로 추천하기도 했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원자력병원의 위기에 공감하며 지원을 약속했다.
과기부 원자력연구개발과 남혁모 과장은 “병원 사정이 어렵지만, 방사선의학 관련 풍부한 인프라와 경험을 갖추고 있는 건 강점”이라며 “원자력의학원을 방사선의학에 대한 전주기 지원을 할 수 있는 첨단의과학 임상실증센터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산 논의 과정에서도 의학원의 장비와 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을 우선순위에 놓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 공인식 단장은 “기관 단위 보상, 공공정책 급여 등 기존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지불 제도를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지역, 필수, 공공의료의 중요한 주체인 원자력의학원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