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202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가 44개 신약을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성 혈관부종(HAE) 예방 및 치료제가 3개 승인을 받았고, PD-1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의 피하주사제형, 유형과 상관없이 월 1회 투여하는 혈우병 치료제, 연 2회 투여하는 천식 치료제, 노안 치료용 점안제 등 다양한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약물이 승인돼 많은 관심을 모았다.
기업별로는 빅파마 가운데 베링거 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MSD, 사노피(Sanofi), GSK, 노바티스(Novartis)가 각각 2개 신약을 허가 받았고,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와의 협력의 결과물로 엔허투(Enhertu)에 이은 새로운 항체약물접합체(ADC) 허가를 받았다.
사이토키네틱스(Cytokinetics)는 설립 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FDA 승인 신약 개발에 성공했고, 리브 테라퓨틱스(LIB Therapeutics), 마일스톤 파마슈티컬스(Milestone Pharmaceuticals), 쿠라 온콜로지(Kura Oncology), 스텔스 바이오테라퓨틱스(Stealth BioTherapeutics) 등 다양한 바이오 기업들이 FDA 승인 관문을 넘는 데 성공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CDER 자료를 바탕으로 2025년 허가된 주요 신약 정보를 종합했다.
엑스덴서·레로콜·큐피틀리아, 새로운 기전으로 효과 지속 시간 늘려
GSK는 연 2회 피하 주사하는 천식 치료제 엑스덴서(Exdensur)를 12월 허가 받았다. 호산구형 중증 천식 환자에게 승인된 최초이자 유일한 초장기 지속형 생물학적 제제다. 천식에서 2형 염증을 유발하는 핵심 단백질인 IL-5 신호 전달을 억제함으로써 호산구 생성과 생존을 감소시켜 염증을 줄이고 천식 증상을 완화시키는 기전이다.
승인의 기반이 된 SWIFT-1 및 SWIFT-2 3상 임상시험에서 엑스덴서는 표준 치료와 병용 투여 시 52주 동안 연간 천식 악화 발생률을 위약 대비 각각 58% 및 48%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또한 입원 및/또는 응급실 방문이 필요한 임상적으로 유의한 악화의 연간 발생률이 72% 줄었다. 이를 통해 의료 시스템 부담을 줄이면서 환자의 치료 결과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브 테라퓨틱스는 월 1회 투여하는 3세대 PCSK9 억제제 레로콜(Lerochol) 허가를 받았다. 기존에 사용되던 PCSK9 억제제인 프랄런트(Praluent)와 레파타(Repatha)는 환자에 따라 2~4주 1회 투여하며 실온 반감기가 더 짧다. 반면 레로콜은 월1회 자가 투여하며 실온에서 3개월까지 안정성 유지하기 때문에 냉장 보관이 필요하지 않다.
리브는 2015년 BMS로부터 자산을 인수해 설립된 기업으로, 레로롤이 첫 승인 제품이다. 내년 2분기 프리필드 시린지 형태로 출시할 예정이며, 2026년 말 이전 개선된 자동 주입 장치를 선보일 계획이다.
사노피(Sanofi)의 큐피틀리아(Qfitlia)는 제8인자 또는 제9인자 억제인자(중화 항체) 유무와 무관하게 혈우병 A 또는 혈우병 B를 앓고 있는 환자의 출혈 에피소드 예방 또는 빈도 감소를 위한 일상적 예방 치료제다. 연간 단 6회 주사로 지속적인 보호 효과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보다 투여 빈도가 낮고, 투여 방식이 간소화돼 혈우병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혈우병 치료를 위한 최초의 항트롬빈 저하제로, 혈우병 예방 치료제 중 가장 적은 용량으로 투여할 수 있다. 결핍된 응고 인자를 대체하는 대신 항트롬빈 양을 감소시켜 혈액 응고에 중요한 효소인 트롬빈의 증가를 유도한다.
유전성 혈관부종의 첫 경구 치료제와 신규 기전의 예방제 2종 등장
올해는 유전성 혈관부종 분야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 각기 다른 기전으로 유전성 혈관부종의 발작을 예방 또는 치료하는 약물이 승인을 받았으며, 이는 기존 치료 환경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SL이 개발한 안뎀브리(Andembry)는 부종 발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장 단백질인 XIIa 인자를 표적, 유전성 혈관부종 발병 기전의 최상단을 억제해 유전성 혈관부종 발작을 예방한다. 한 달에 한 번 자동주사기를 통해 피하 자가주사로 투여한다. 임상연구에서 위약 대비 발작이 중앙값으로 99% 이상, 최소제곱평균으로 89.2% 감소했다.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Ionis Pharmaceuticals)의 다운제라(Dawnzera)는 RNA 표적 예방 치료제다. 유전성 혈관부종의 급성 발작과 관련된 염증 매개체를 활성화하는 핵심 단백질인 혈장 프리칼리크레인(PKK)을 표적한다. 4주 또는 8주 간격으로 피하 자동주사기를 통해 자가 투여할 수 있다. 임상시험에서 24주 동안 위약 대비 월간 발작률을 81% 유의하게 감소시켰고, 두 번째 투여 시점부터 측정했을 때 평균 발작률 감소율은 87%까지 증가했다.
칼비스타 파마슈티컬스(KalVista Pharmaceuticals)는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를 위한 최초이자 유일한 경구용 필요시 복용 치료제 엑털리(Ekterly) 개발에 성공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개발된 새로운 온디맨드(On-demand)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제로, 발작의 심각도, 위치, 연령 또는 장기 예방 요법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증상을 신속하게 완화하고 발작을 해소시킨다. 피하 또는 정맥 주사로만 투여할 수 있었던 기존 치료제와 달리 발작을 조기에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즈·트립티르, 점안액으로 효과적으로 노안과 안구건조증 해결
렌즈 테라퓨틱스(LENZ Therapeutics)의 비즈(Vizz)는 노안으로 인한 근거리 시력 저하 개선 치료제로 승인 받은 첫 아세클리딘 성분 점안액이다. 아세클리딘 성분이 동공을 수축시켜 빛을 효과적으로 모아 근거리 초점을 맞추기 쉽게 해준다. 하루 한 번 점안으로 30분 이내에 근거리 시력을 개선하고 최대 10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된다.
특히 기존에 표준으로 사용되던 돋보기나 다초점 렌즈를 대체할 수 있는 비침습적인 치료법이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용 대상자는 돋보기 없이 가까운 것을 보기 어려운 초기 노안 환자다. 단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고, 자가진단 및 사용은 불가능하다.
알콘(Alcon)의 트립티르(Tryptyr)는 각막 감각 신경을 자극해 눈물 생성을 빠르게 증가시키는 첫 TRPM8 수용체 작용제(신경조절제)로 안구건조증 증상 치료제로 허가 받았다. 기존 치료제와 달리 안구건조증의 주요 원인인 눈물 부족을 직접적으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기존 치료법은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환자의 만족도가 낮으며, 치료 순응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트립티르는 3상 임상시헒에서 1일차부터 빠른 속도로 자연 눈물 생성이 촉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두 번, 눈에 한 방울씩 점안하면 된다. 콘택트 렌즈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점안 후 15분 뒤에 다시 착용할 수 있다.
최초의 비마약성 진통제와 비강 스프레이형 칼슘 채널 차단제 눈길
버텍스 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의 저나백스(Journavx)는 증등도~중증 급성 통증을 위한 첫 비마약성 진통제이자 20년 만에 등장한 새로운 계열의 진통제로 FDA 승인을 받아 관심을 모았다.
저나백스는 통증 신호가 뇌에 도달하기 전에 말초 신경계의 나트륨 채널과 관련된 통증 신호 전달 경로를 표적해 통증을 감소시킨다. 오피오이드와 달리 중독 가능성이나 의존성 위험이 없어 급성 통증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마일스톤 파마슈티컬스는 코에 분사하는 형태의 칼슘 채널 차단제 카다미스트(Cardamyst)로 화제를 모았다. 카다미스트는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PSVT) 성인 환자를 위한 최초이자 유일한 자가 투여형 비강 스프레이자, 30여년 만에 나온 새로운 PSVT 치료제다.
작용 발현이 빠른 칼슘 채널 차단제인 에트리파밀을 함유하고 있어 심장 박동을 신속하게 정상으로 회복시켜 준다. 이에 환자들은 발작이 발생하는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대비할 수 있어 능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응급실 방문을 피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