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美 공장 인수·증설로 관세 리스크 해소…바이오시밀러 선두 유지하고 신약 강화"
미국·국내 설비에 총 5조4000억원 투자…2038년까지 바이오시밀러 41종·2027년까지 신약 20종 확보 목표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 사진=온라인 간담회 생중계 영상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셀트리온이 미국 공장 인수에 이어 대규모 증설까지 단행하며 미국 관세 리스크에서 벗어난다. 이뿐 아니라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했다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은 19일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일라이 릴리 미국 공장 증설 및 향후 활용 계획 ▲국내 신규 생산시설 투자 계획 ▲2038년까지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 41종 확보 ▲비만 치료제, 라이선스-인 등 신약 개발 역량 강화 등 회사의 성장 비전과 방향성을 설명했다.
미국·국내 생산시설 동시 확대…시설 확보·증설·신설 등에 총 5조4000억원 투자
셀트리온은 미국 뉴저지 브랜치버그에 위치한 일라이릴리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를 연내 마무리하고, 완료 즉시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대규모 증설을 단행한다.
우선 1차 증설로 3년에 걸쳐 1만1000리터 배양기 3기를 추가하고, 이후 미국 내 제품 수요 상황을 고려해 2차로 1만1000리터 배양기 3기를 추가해 합계 6만6000리터 증설을 총 5년에 걸쳐 진행할 계획이다. 두 번에 걸친 증설에는 총 70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는 약 7000억원이 투입될 공장 인수 및 운영 비용과는 별도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은 미국 현지 생산시설 확보와 생산 능력 강화에 총 1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증설을 위한 예비 설계는 이미 착수한 상태로, 공장 인수 즉시 증설 착공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연말까지 설계 및 각종 허가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한국과 미국 정부가 상호 관세의 기본 틀을 정리했다. 하지만 의약품 품목별 관세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최대 15%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미국 생산을 강화한다"며 "이번 증설을 통해 셀트리온은 미국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과 관세 요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인수한 공장은 정제 라인 2개와 1만1000리터 바이오리액터 6기를 갖춘 공장으로 6기를 추가 증설해 총 12기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미국 현지 생산에 따른 원가율 상승 우려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생산하면 당연히 원가가 높아지지만 관세보다는 낮다"며 "미국 공장은 우리 제품을 미국에 판매하기 위한 생산과 미국에 판매하려는 다른 제약사의 CMO 물량을 함께 소화하는 시설로 사용할 것이다. CMO 영업이익률은 통상 25~30% 수준으로, 회사에 큰 부담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회사는 국내 신규 생산시설 추가 확보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송도 캠퍼스 내 건설중인 액상 완제의약품(DP) 공장에 더해 ▲신규 원료의약품(DS) 공장(인천 송도) ▲신규 완제의약품(DP) 공장(충남 예산) ▲신규 PFS(Pre-Filled Syringes, 사전 충전형 주사기) 생산공장(충북 오창)을 건설할 계획이다.
국내 생산시설 증설에는 약 4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신규 확보되는 국내와 미국 공장은 각각 국가별 상황과 수출 목적에 맞춰 적시에 의약품을 공급하게 된다.
서 회장은 송도 공장의 가동률 감소 우려에 대해 "미국 공장은 미국 판매 제품을 위한 시설이다. 미국 외 다른 나라의 제품은 송도에서 생산한다"며 "이미 송도 공장만으로 모자라 CMO를 쓰고 있다. 미국 공장 인수는 내재화 공간이 생긴 것으로, 송도 공장 가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그는 2030년 이후 송도 생산량 한계를 지적하며 "18만리터 설계를 시작해야 한다. CMO 사업까지 확대하면 36만리터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 선두 유지·신약 파이프라인 강화로 새로운 도약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선두 지위를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파이프라인 확장 등을 통해 신약 부문에도 빠지지 않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를 하는 회사 중에서는 직판망을 가진 회사가 거의 없다"며 "유럽에서는 바이오시밀러라고 하면 셀트리온이 브랜드다"라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2038년까지 총 41개의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먼저 2030년까지 7개의 신규 바이오시밀러를 추가 출시해 총 18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상업화할 계획이다. 목표 제품은 ▲키트루다(흑색종) ▲코센틱스(건선) ▲오크레부스(다발성경화증) ▲다잘렉스(다발성골수종)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서 회장은 "현재 11개를 런칭했고 2030년이 되면 18개, 2038년이 되면 41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에 강점을 보이는 자가면역질환, 항암제 영역에서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는 동시에, 아토피 피부염, 혈우병, 천식, 발작, 면역항암 등 새로운 영역의 치료제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이미 출시된 제품에 대해서는 신규 제형 변경 등 제품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로 양적·질적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글로벌 선진 규제기관에서 '임상 3상 축소·면제'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바이오시밀러의 경쟁 심화가 우려된다는 의견에는 "개발력이 있어야 1상 PK 기반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임상 3상 면제 시대로 가더라도 경쟁이 치열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신약 파이프라인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현재 보유한 파이프라인은 20여종이며, 속속 임상 진입하고 있다.
서 회장은 "신약 쪽에서도 현재 셀트리온이 가지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다른 회사보다 부족하지 않다"며 "올해 4종이 임상 1상에 들어가고, 2026년에는 5종, 2027년에는 12종, 2028년에는 17종으로 늘어난다. 라이선스-인한 물질을 포함하면 임상 단계·임상 대기·개발 단계를 합쳐 약 20종 정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 및 다중항체 신약은 2025년 임상 단계에 돌입하는 4종을 포함한 총 10종 이상의 파이프라인에서 출발해 2027년에는 임상 단계 10종 이상을 포함한 총 20종의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제품 개발이 확대될 전망이다.
셀트리온 신약 파이프라인에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후보물질 5종도 포함돼 있다. 이들 후보물질은 FcRn(태아 Fc 수용체) 타깃 단백질 물질을 비롯해 삼중항체 플랫폼, ADC 플랫폼, 공간전사체 플랫폼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플랫폼 기술 특성상 항체와 케미컬 간 결합 방법, 제제 유형 등이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하나의 물질로부터 수십, 수백가지의 신약 물질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또한 셀트리온은 라이선스-인 방식을 통해 도입한 플랫폼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성 및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비만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높인다. 현재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을 포함한 2중·3중 작용제가 주류인데, 이를 넘어 4중 타깃이 동시에 작용하는 모델로 개발될 예정이다.
4중 작용제 방식으로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 'CT-G32'는 이전 세대 치료제의 큰 단점으로 지목되는 ▲개인 편차에 따른 치료 효과 ▲근손실 부작용 등 개선을 목표한다. 서 회장은 "비반응률은 5% 아래로 예상한다"며 "지방분해 촉진 효과와 체중 감소율도 25%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회장은 "비만 치료제 얘기하면 다 위고비 얘기한다. 그건 초기 모델이고 단일 작용하는 펩타이드 제품"이라며 "위고비 시대에는 오래 가지 않는다. 이제 다 경구용으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측은 현재 기존 글로벌 기업 제품 대비 효능이 우수한 후보물질을 확보했으며, 이 중 성공 확률이 높은 선도물질에 대해서 질환모델 동물 효능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6년에는 물성·안정성, 유전·세포독성 등을 검증해 전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미국 내 짐펜트라의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에는 "사보험 3개 중 2개와는 합의가 끝났는데 한 곳이 아직 안 됐다. 최근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는 트럼프 케어를 추진하면서 모든 사보험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올해는 과도기적 현상이지만 내년에는 의미 있는 성장을 보일 것이다. 실제로 처방 환자는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이 위탁받고 셀바솔이 영업…·M&A 논의 기업, 연내 결정날 것
서 회장은 미국 생산시설 인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장, 신약 개발 역량 강화 등으로 올 4분기 실적 성장을 기대했다.
그는 올해 4분기는 직전 분기 대비 최소 30% 이상 신장된 매출액, 30%대 중반의 매출원가율, 40% 내외 수준의 영업이익률 개선 등 주요 실적 지표에서 모두 압도적인 성장세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합병에 따른 일시적 비용 부담 요인이 3분기를 기점으로 종료됐고, 기존 주력 제품의 글로벌 판매가 안정적인 가운데, 새롭게 출시된 고수익 신규 제품들의 가파른 성장세가 더해짐에 따른 분석이다.
특히 고수익 신규 제품의 가파른 성장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3분기 미국과 유럽에 각각 신규 출시된 '스토보클로-오센벨트'(성분명 데노수맙), '옴리클로'(오말리주맙)가 출시 초반부터 가파른 처방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말에는 '아이덴젤트'(애플리버셉트)와 스토보클로-오센벨트가 유럽 시장에 신규 출시돼 매출 확대에 기여할 예정이다.
서 회장은 CMO·CDMO 전략에 대해 "미국 공장 투자로 셀트리온이 직접 CMO 사업을 시작하는 구조가 됐다"며 "셀트리온이 직접 위탁을 받고,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한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셀바솔)은 영업과 PM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타 제약사 수주에 대해서는 "릴리는 공장 인수 당시부터 CMO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미국 공장 증설 계획을 밝힌 이후 여러 제약사에서 미국 내 CMO 캐파를 확보할 수 있는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ADC는 현재 공급 과잉이고, 펩타이드는 비만 치료제 때문에 주목받지만 우리는 경구용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별도 펩타이드 CMO 설비 투자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최근 밝힌 M&A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 중인 곳이 있다"며 "한 건은 이미 의향서를 제출하고 협상 중이다. 경쟁이 있는 상태지만 연내에는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주환원과 관련해서는 "내년부터는 EBITDA의 3분의 1은 주주환원, 3분의 1은 R&D와 시설투자, 나머지 3분의 1은 재무구조 개선과 현금 유동성 확보에 사용할 것"이라며 "R&D 비용은 내년부터 8000억원 이상, 이후에는 1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상법 개정안으로 2026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셀트리온 이사회는 거수기가 아니다. 이사회에서 사전 보고 없이 모든 이사가 동의할 때까지 설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특별히 부담되는 부분은 없다"고 했다.
서 회장은 상법 개정으로 인한 자사주 소각 압박 가능성에 대해서는 "자사주를 소각하면 최대주주가 가장 큰 수혜를 본다.주주들이 전량 소각하자고 해도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다만 상법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주주들이 동의해 자사주를 유동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자사주는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주주들과 상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 정기주주총회에 50%는 소각하고, 나머지 50%는 3년 이내 유동화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파트너에게 넘겨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는 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