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환자에게 머리를 숙일 때 용납할 수 없었다."<기호 1번 이태수 후보>

"우리의 투쟁 끝나지 않았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 <기호 2번 한성존 후보>

제28기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선거 후보자로 나선 후보들이 18일 토론회에서 맞붙었다. 

기호 1번 이태수 후보는 한성존 후보가 이끈 대전협 비대위의 투쟁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한성존 후보가 환자단체를 만나 사과한 일에 대해선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맹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기호 2번 한성존 후보는 끝나지 않은 투쟁을 이어가기 위해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한편, 수련 기간 단축, 전문의 시험 일정 조율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회무 추진에 있어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태수 후보 "사직은 우리 잘못 아닌데 사과 왜"…한성존 후보 "대정부 갈등 불씨 남아있어"

이날 이태수 후보는 기존 대전협 비대위에 대한 불만을 대놓고 드러냈다. 이 후보는 "대전협 비대위가 환자에게 머리를 숙일 때 용납할 수 없었다. 우리가 병원을 떠난 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정부의 폭거를 막고자 일어난 우리의 지난 1년 반은 당당하다"며 "이는 의사로서 죽을 때까지 자랑스러운 긍지"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지난 1년 반은 고개 숙일 일이 아니다. 잘못하지 않은 일에 고개를 숙이고 살고 싶지 않다. 우리가 그저 남들 말을 잘 듣고 아무 데나 고개 숙이는 그런 의사가 되기 위해 지금까지 견뎌왔느냐"며 "인턴, 레지던트 5년을 보내고도 실력 없는 의사가 돼 비굴하게 살게 되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다시 우리를 악마화하고 횡포를 부릴 수도 있다. 우리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실력 없는 의사, 긍지 없는 의사다. 저는 전공의들의 긍지를 지키고 수련권을 보장하기 위해 출마했다"며 "수련환경과 교육자에 대한 역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인력 백업 시스템을 확보해 단순 근로자를 넘어 피교육자의 신분으로 전공의를 격상시키겠다. 정체돼 있는 전공의, 올라올 의대생들을 위해선 압축 수련 커리큘럼을 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반대로 한성존 후보는 아직 많은 문제가 산적에 있따는 점에서 앞으로의 문제 해결의 책임에 대해 회피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내비쳤다. 

한 후보는 "지난해 2월 윤석열 정부의 근거 없는 2000명 의대증원과 일방적인 정책추진으로 의료계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고통과 혼란 속에서 우리 젊은 의사들은 사회를 배우고 경험하며 성숙해졌다"며 서툴렀을지언정 꿋꿋이 견뎌왔다. 현재 많은 전공의들이 수련을 재개하며 표면적으론 갈등이 봉합된 듯 보이지만 곳곳에 아직 불씨가 남아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한 후보는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거버넌스 구조 개편, 군 입대로 인해 중단된 수련의 연속성 확보, 수련 환경 개선과 수련의 질 향상, 의료 사고에 대한 과도한 법적 부담 완화, 이 네 가지는 대전협 비대위가 꾸준히 주장해 온 요구"라며 "이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일이 단숨에 이뤄지기 어렵고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 길에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 강조했다. 

이태수 후보 "계엄 이후 전략 바꿔야 했지만"…한성존 후보 "투쟁 끝나지 않아, 싸움 계속될 것" 

그동안의 대전협 비대위 회무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이태수 후보는 "한 가지 방식으로만 싸움을 이어나갈 수 없고 경우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전략을 바꿔야 하는 시점이 존재한다. 지난해 12월 계엄 때까지는 가만히 있어야 하는 싸움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사태가 급변했고 그 순간부터는 우리도 다른 전략을 취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대전협 내부의 목소리, 일반 평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아무런 전략 없이 남은 시간을 흘려보냈다"며 "결국 우리는 피해자이고 가장 많은 것을 얻어야 하는 집단임에도 가해자라는 형태로 변경돼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다급하게 9월에 복귀했다. 이는 대전협 자체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밖에 말 할 수 없다. 대전협은 폐쇄적인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성존 후보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대전협은 투쟁의 최전선에 섰다. 전공의와 대전협 비대위는 정부의 압박을 견뎌냈고 경찰 조사와 여러 압박들을 잘 버텨왔다"며 "대전협과 비대위는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 1년 반이라는 투쟁이 끝났다고 표현을 하지만 아직 투쟁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태수 후보 "수련 단축 아닌 이미 수련 완료"…한성존 후보 "수련협의체 회의, 결과 기대"

이날 토론회에선 두 후보가 수련기간 단축, 전문의 시험 일정 조율 등 전공의 복귀 이후 대안도 제시했다. 

이태수 후보는 "수련 단축이라고 표현하지만 이는 실제로 얘기해선 안 되는 단어다. 전공의 수련은 일정한 양이 있어야 하고 수련의 양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우리 주장은 수련 시간단축이 아니라 이미 필요한 수련을 완료했다는 것이 돼야 한다. 그래야 의학회, 교수들이 보기에 거절할 수 없는 명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우리는 현재 우리의 근로 기준 시간보다 훨씬 많이 일하고 있다. 현재 4년 차의 경우 1년 반 동안 가장 많이 지역사회에서 의료 활동을 했다. 그 활동이 밀도는 다소 낮더라도 충분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6개월의 수련 시간에 결코 모자람이 없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저희는 2월 시험, 6개월 추가 수련을 얘기하고 있지만 이는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다. 특히 향후 특혜 시비로 볼 수도 있다"며 "또 군대 복귀자, 졸업 학생들이 언젠가는 다 3월에 돌아올 예정이고 우리도 반드시 3월 수련 프로그램으로 변경해야 한다. 그럼 가장 피해를 줄일 수 있고 모든 것을 많이 정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기에 정확하게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성존 후보는 "수련 시간 단축, 전문의 시험에 대해선 회원들 우려가 많고 수련 현장 일선의 많은 고민들을 알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지금까지 수련협의체 7차 회의까지 이뤄졌다"며 "관련 내용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주장하고 있고 논의돼 왔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는 "논의 과정에서 우리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수련 기간 단축과 전문의 시험 일정 조율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언젠간 3월 (수련)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이 과정은 수년에 걸쳐 이뤄질 수도 있다"며 "9월 수련 재개를 선택한 만큼 그 선택과 믿음이 어느 정도 의미 있는 결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