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3.08 10:20최종 업데이트 20.03.0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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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만 정부가 칭찬받는 이유...한달 전부터 중국 입국 금지, 마스크 수출 제한과 전량 정부 매입

사스 경험 토대로 자국민 보호를 위한 과잉대응...확진자 45명, 사망자 1명으로 막은 비결

 사진 = 중국 우한시와 대만, 한국 간 거리 구글 지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도가 거세지면서 우리나라 확진자 수가 세계 2위가 됐다. 코로나19 발생국가인 중국을 제외하면 1위다.

이 같은 수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리나라가 중국과 거리상 매우 가깝고 교류도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런 식의 접근이라면 우리나라 보다 중국과 더 가깝고 교류가 많은 대만의 코로나19 환자가 더욱 많아야 할 것이다.

처음 코로나19가 발병한 중국 우한시에서 직선 거리만 봐도 대만이 1000km, 한국이 1382km이며, 대만과 한국 모두 대중국 수출입 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어 경제적 의존도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3월 7일 오전 0시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6767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44명에 달한다. 대만은 확진자 45명, 사망자는 1명에 불과하다.

실제 지난해말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 조짐을 보일 때 대만 정부와 한국 정부는 서로 다른 대책을 내놨다. 대만은 '외교', '경제적 실리' 보다는 '자국민 보호'에 초점을 맞춰 '과잉대응'했다. 대만이 우리나라보다 선제적으로 했던 정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마스크 수출 금지와 중국인 입국 금지다. 

우선 마스크 대책을 보면, 우리나라는 2월 26일에서야 시작한 수출제한 조치를 했지만 대만은 이보다 한달 빠른 1월 30일부터 시작했다. 대만 안에 있는 마스크 외부반출을 완전히 중단시켰는데, 여행객 중 캐리어에 10매 정도를 사간 것까지 모두 잡아낼 정도로 매우 강하게 시행했다.
 
 사진 = 대만의 약국별 마스크 재고량 확인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일본 ANN뉴스 화면 갈무리.

대만 중앙전염병지위센터가 현지에서 생산된 일반용 마스크와 수술용 마스크를 일괄적으로 사들이고, 이를 국민과 의료기관에 저렴하게 배포하기도 했다. 1일 1인이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 수량도 3개로 제한했다.

대만 IT장관은 보건당국과 협력해 약국에 성인용, 아동용 마스크가 몇 개나 재고가 있는지 국민들이 모두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두 달간 중국 등 외부 반출과 매점매석, 사재기 등에 손을 놓고 있다가 국민들의 성토와 지적이 빗발치고 수천명의 확진자가 나오고서야 부랴부랴 마스크 사재기 제한과 생산량의 10% 이상 수출 금지 등의 정책을 내놨다. 

정부는 초반에 마스크 수급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품귀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고,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는 의료기관 의사들은 3일간 같은 마스크를 쓰거나 자외선 살균기로 소독해 마스크를 사용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국민들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새벽부터 긴 줄을 서야 했고 심지어는 자가격리 중이던 확진자까지 마스크 구매 대열에 합류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도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금지하는 마스크 재사을 오히려 보건당국이 제안하고 있는 형국도 보였다.

급기야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5일 일주일에 2매씩 마스크 구매 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만 정부는 마스크 뿐 아니라 '입국금지' 역시 '골든타임'을 지켰다. 2월 6일 대만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0명이 되면서 중국인을 포함해 방문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대만 국민이더라도 중국을 방문했다면 귀국 후 14일간 자가격리하도록 했다. 중국 본토에 이어 홍콩과 마카오에서 오는 외국인의 입국도 전면 금지했다. 

우리나라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한시적으로나마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차례 제시했다. 심지어는 7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국민청원에 동의했다. 일단 방충망을 닫은 후 들어온 모기에 한해 약을 뿌려 잡자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는 경제적 교류 중단과 외교상의 갈등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조언과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건의료 전문가로 일해온 경험이 있는 여당 국회의원마저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며 중국인 입국제한을 반대했다.

정부가 감염병 사태를 의료전문가들의 조언 대신 정치적으로 대응하고, 결국 코로나19 발병 세계 2위, 발병국 제외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안게 된 것이다.

신천지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슈퍼전파'가 발생해 환자가 급증했다고 하나, 이 역시 중국 입국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까지 원인불명의 지역사회 감염도 수두룩한데, 이 역시 중국인 입국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자신의 동선을 명확하게 기록해 자가격리의 '모범사례'로 불리는 1129번째 확진자 사례를 보면, 해외를 다녀온 이력이 없이 중국인 관광객 가이드를 한 후 코로나19에 걸렸다. 직업이 문화해설사로 1월 23∼26일 서울 창덕궁과 경복궁 등에서 중국인을 상대로 가이드를 한 후 인후통과 발열이 발생, 1월말 확진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무증상 확진자에 의한 감염으로 밖에 추측할 수 없다. 당시 정부는 당시 '무증상 감염'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공항에서 열감지기 카메라만 통과하면 모든 중국인을 받아줬는데, 이 같은 허술한 대처로 인해 지역사회 3, 4차 감염이 번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만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았다고 한다. 2003년 5월 대만에서는 신규 사스 감염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해 일일기준 중국본토 감염자 수를 추월했다. 당시 WHO는 "대만의 사스 감염 급증은 전염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고, 응급실 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은 다시는 사스 때의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코로나19 초반부터 '과잉대응'을 했다.

우리나라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반면교사가 있었다. 심지어 메르스는 사스보다 발생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2015년 5월 20일 당시 첫 환자가 확진되고 무려 186명의 감염자를 발생시키고 38명이 사망자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전문가들은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최선을 다하며 과잉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의료에 정치적 이유가 개입되면서 중국 입국을 막지 않은 우리나라는 이제 오히려 100여개국으로부터 입국금지조치를 당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5년전 끔찍한 사건을 되풀이하는 것을 넘어 오명의 기록을 경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도 제대로 막지 못하면서 이제 외교와 수출입은 물론 내수시장마저 엉망이 됐다. 내국인들은 서로를 두려워하느라 일상생활이 완전히 무너졌고 학교와 공공시설도 모두 멈춰선 상황이다. 외교도, 경제도, 방역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바로 서지 못한 모습을 보면서 되묻고 싶다. 우리는 왜 대만처럼 지난날의 대규모 감염사태에서 '반면교사'를 삼지 못했는지 말이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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