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의료공동행동 기자간담회서 다양한 의견 제시…"표심 위한 선심성 공약들 쓸데없어" 비판도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 최윤영 전공의, 하은진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역의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산 수가·지역의사제 의무복무 기간 연장·의료진 권역별 집중화 등 다양한 대책이 제시됐다.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역의료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 가산수가를 제안했다.
오 교수는 “지역에서 일하는 게 수도권에서 일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더 손해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지역에서 일하면 자녀교육 등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데, 그 이상으로 가산수가를 매겨야 한다”며 “지역의 의사 밀도에 따라 가산 수가를 매기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면 지역에서 일하는 게 오히려 비용적으론 이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와 관련해선 “지역의사제를 통한 의대입학 조건 중 하나가 해당 지역에서 중학교부터 재학해야 한다는 건데, 이 경우엔 자녀 양육 측면에선 강남보다 지역이 유리해질 수 있다”며 “이 역시 지역에서 거주하는 데 따른 비용을 줄이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수가가 올라가고 비용이 줄면 의사들이 지역에 가기 시작할 거다. 의사와 의료진이 늘어 팀이 생기기 시작하면 소송 비용이나 위험도 줄 것”이라며 “그러면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물밀듯이 지역으로 가는 변곡점이 생길 수 있다. 지역의사제는 그 변곡점을 넘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여지가 약간은 있다”고 했다.
지역의사제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 지역 의무 근무기간을 15~20년으로 늘려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최윤영 전공의(소아청소년과)는 “군에서 일할 의사 양성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는 군위탁 제도는 대표적 실패 사례다. 나라에서 학비, 월급을 다 지원해 주지만 10년만 군복무를 하면 나가서 근무를 해도 된다”며 “10년이란 기간은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 과정이 포함돼 있는데 사실상 수련받는 기간 7~8년을 제외하면 군에서 기능적인 의사로 일하는 기간은 2~3년에 불과한 셈”이라고 했다.
이어 “실제로 기능하는 의사로 만들어지는 데 7년이 걸리는데, 그 기간 이상으로 지역에서 일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며 “지역의사제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선 필수 복무기간이 적어도 15~20년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전공의는 지역에서 근무하는 전문 간호사의 처우 개선 필요성도 주장했다. 그는 “소아중환자실을 운영하려면 소아 중환자를 볼 수 있는 전문간호사가 필요한데, 지역으로 갈수록 그런 인력이 없다”며 “진료는 의사 혼자 가능한 게 아니라 팀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하는데, 정부에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역의사제가 단순히 ‘표심’을 사기 위한 용도로 활용돼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하은진 교수는 “지금은 강남에 잘 사는 아이들이 SKY 의대의 80%를 차지하고, 의대생들 80%가 상위층인데 그다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지역에 대한 애정으로 지역환자를 돌볼 의사를 뽑을 수 있는 시스템들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당장에 표가 될 것 같으니 지역의대를 만들고 지역의사제를 만들겠다는 건 쓸데없는 소리고 아무 의미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역의 경우 병원마다 1~2명씩 있는 의사들을 질병이나 권역 특성에 따라 한 병원에 모아서 근무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줘야 하고, 여기에 공적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며 “그 돈을 공공의대 설립 등에 쓰면 오히려 엉뚱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