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1.07 06:38최종 업데이트 25.11.0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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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멈춘 '로봇수술' 급여화…"복강경 수가 정상화와 함께 추진해야"

주요 국가 대부분 효과 입증 '로봇수술' 급여화…복지부 "근거 축적된 분야부터 단계적 보험 적용 검토"

6일 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 ‘고형암 로봇수술 급여화’ 세션에 참여한 패널들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고가의 치료비 탓에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로봇수술을 급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존 수술법들에 비해 정밀성, 적은 합병증, 빠른 환자 회복 등 이점이 충분하다는 것인데, 이에 앞서 복강경 수술 수가 정상화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는 ‘고형암 로봇수술 급여화’와 관련한 세션이 진행됐다. 이날 세션에 참여한 국내 외과 교수들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로봇수술 급여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미국, 영국, 일본, 대만, 중국 등 주요 국가는 주요 암 로봇수술에 대해 복강경 수가를 적용하거나 가산 수가를 매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비급여로 환자들이 1500만~20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비급여 로봇수술, 환자 부담 커 권하기 쉽지 않아…日은 가이드라인서 강력 권고

특히 학회는 일본 사례에 주목했다. 일본 정부는 로봇수술에 대해 우선 복강경 수가를 적용했다. 대신 수술 전∙후 증례를 국가 데이터베이스(NCD)에 등록하게 하고 관련 학회 등과 함께 로봇수술의 효과를 살폈다. 이후 복강경에 비해서도 우수한 임상 효과를 보인 전립선 절제술(2012년), 부분신장 절제술(2016년), 위 절제술(2022년) 등의 분야부터 순차적으로 가산 수가를 매겨오고 있다.

이날 세션에 영상으로 참가한 도쿄과학대학(Institue of Science Tokyo) 기누가사 유스케 외과 교수는 “일본의 로봇수술은 보험 지원, 임상 근거 축적, 지속적인 기술 혁신으로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기누가사 교수에 따르면 일본에서 직장암 로봇수술은 보험 적용이 된 2018년 1335건에서 2022년 8495건으로 4년 만에 6배 이상 늘었다. 

대규모 분석 결과, 5년 전체 생존율은 95%(복강경 수술 89%∙개복 수술 81%), 무재발 생존율은 93%(복강경 86%∙개복 76%)로 복강경과 개복 수술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 출혈량, 합병증 발생률, 입원기간 단축 측면에서도 우수한 결과가 나왔다. 이를 토대로 일본 대장암연구회(JSCCR)는 지난해 가이드라인에서 직장암에 대한 로봇수술을 강력 권고했다.

대한외과학회 김익용 보험이사(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외과)는 “의료적으론 로봇수술을 권하고 싶어도 환자들에게 재정적 부담될 수 있어 주저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며 “여러 국가에서 로봇수술을 급여화하는 건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수한 기술을 언제까지 비급여로 놔둬야 하느냐”고 했다.
 

국내 복강경 수술, 저수가에 할 때마다 손해…"복강경 수가 정상화→로봇수술 급여화"

다만 학회는 로봇수술 급여화에 앞서 원가에도 못 미치는 복강경 수술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복강경 수술 수가는 일본의 3분의 1에서 2분의 1 수준이다. 일본은 복강경 수가 자체가 높아 로봇수술 임상 근거 축적을 위해 로봇수술에 복강경 수가를 적용해도 무리가 없었지만, 국내에서 동일한 방식을 택하기엔 복강경 수가가 비현실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용인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김태형 교수는 “장비비, 재료비 등 직접 비용을 따지면 한 번 복강경 수술을 할 때마다 병원은 300만원 정도 손해를 보고 있다”며 “복강경 세트가 1억 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 하는데 한 번 도입하면 병원 입장에선 본전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최소 10년은 교체를 해주지 않는다. 컴퓨터도 10년을 쓰면 완전 구형이 돼 버려서 문제가 되는데 진료장비는 어떻겠나”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진 교수는 “앞으로는 이 수술을 로봇수술로 할지 말지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시대가 올 거다. 건강보험 재정 문제 등을 떠나서 우리나라의 의료수준만 생각한다면 모든 환자들이 양질의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게 (로봇수술을) 급여 체계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복강경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유정민 보험급여과장은 “근거가 충분히 축적된 (로봇수술)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급여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과장은 “현 정부의 국정 과제에도 비급여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급여화 차원에서 전립선암 로봇수술의 급여화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이미 어느 정도 근거가 쌓인 분야에 대해 먼저 급여화를 검토하면서, 동시에 근거 산출에 어려움이 있는 부분이 있다면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는 복강경 수술 현실화 요구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과보장되고 있는 검사 수가 등을 조정하면서 수술∙마취∙기본진료비로 배분하는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최근에 수술 관련 수가를 핀셋 인상해 주는 사례가 많았는데, 복강경 수술 등 아직 저보상 상태인 영역도 있고 난이도∙중증도 반영이 필요하다는 얘기들도 있어 일차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 개선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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