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7.14 07:26최종 업데이트 26.07.1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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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재정 지속가능성에 맞춰진 정부 정책…의협 “검체·영상 수가 조정에 그치지 않을 것”

비용 분석, 공공정책수가·대안적 지불제도·성과보상 근거로 확대…“의료계 참여가 관건”

 대한의사협회 이세영 보험이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이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면서, 최근 추진되는 검체검사·영상검사 수가 조정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료계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와 불필요한 지출 억제를 명분으로 비용 분석 기반의 수가 개편에 나서고 있는 만큼, 향후 정책은 특정 항목의 수가 인하를 넘어 공공정책수가, 대안적 지불제도, 기관 단위 보상, 성과 보상, 가치 기반 보상 등 새로운 지불제도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12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43차 종합학술대회 ‘건강보험 재정에 영향을 주는 정책들’ 세션에서 대한의사협회 이세영 보험이사는 ‘건강보험 재정의 현 상황과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보장성 확대에서 공급체계 유지·재정 지속가능성으로 정책 축 이동”

이 이사는 현재 건강보험 정책의 방향이 과거 보장성 확대 중심에서 의료공급체계 붕괴 방지와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문재인케어 때는 보장성 확대에 역점을 두고 환자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면, 현재 가장 큰 화두는 의료공급체계의 붕괴를 방지하는 것”이라며 “필수의료를 강화하고 정당한 보상을 하면서도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해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재 건강보험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 여건은 이미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이 이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경상의료비는 112조원에서 213조원으로 약 2배 증가했고, GDP 대비 비중도 6.5%에서 8.4%로 높아졌다. 총진료비 역시 65조원에서 130조원으로 2배 늘었다.

그는 “10년 동안 환자 수는 2.8%, 청구 건수는 11% 늘었지만 건당 진료비는 80% 가까이 증가했다”며 “물가 상승률, 근로소득 증가율, 1인당 GDP 증가율 등 정부 통계 중 요양급여비용 증가율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보험료율도 재정 압박 요인이다. 현재 건강보험료율은 7.19%로 법정 상한인 8%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이사는 “현 상태가 유지되면 2030년에는 연간 적자액이 27조원, 2035년에는 65조원에 이를 수 있다”며 “지금 구조로는 건강보험 체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체·영상 수가 조정은 시작…“비용 분석, 새 지불제도 근거 될 것”

이 이사는 정부가 최근 검체검사와 영상검사 수가 조정에 나선 배경도 이 같은 재정 구조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 지출을 줄이고 필수의료 저보상 영역으로 재정을 이동하기 위해, 정부가 비용 분석을 기반으로 과보상·저보상 영역을 조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흐름이 검체검사나 영상검사 수가 조정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이사는 “비용 분석은 단순히 상대가치 점수를 조정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며 “보완형 수가, 대안적 지불제도, 성과 중심 지불제도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비용 분석 개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상대가치 제도는 의료행위를 구성하는 요소를 아래에서부터 쌓아 올려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반면 비용 분석은 의료기관 단위의 총수익과 총비용을 먼저 계산한 뒤 이를 행위 단위로 배분해 손익을 따지는 구조다.

이 이사는 “상대가치는 전문가들 사이의 합의가 중요한 제도지만, 비용 분석은 왜 이 비용이 해당 행위에 배분돼야 하는지 근거를 따지는 방식”이라며 “의료행위의 가치 판단 주체가 의료계 중심의 합의 구조에서 정부의 데이터와 근거 중심 구조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 분석이 앞으로 공공정책수가와 대안적 지불제도, 기관 단위 보상, 성과 보상, 가치 보상의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예를 들어 분만 대기 인력 보상, 병원 단위 손실 보상, 지역 필수의료 유지 보상,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 성과 보상은 기존 행위별 수가나 상대가치만으로 산정하기 어렵다. 결국 의료기관의 실제 비용과 손실, 성과를 분석해 보상 규모를 정하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는 “향후 특정 질환 단위나 병원급 의료기관의 기관 단위 보상 방식으로 지불제도가 변형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종적으로는 행위별 수가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불제도가 함께 작동하는 혼합형 지불제도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가 결정권, 정부 데이터로 넘어가나…“의료계 비용 분석·종별 역할 재정립 필요”

문제는 비용 분석이 확대될수록 의료계의 대응 역량이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비용 분석 결과는 향후 수가 인상뿐 아니라 수가 인하, 재정 이동, 기관 단위 보상, 성과 보상 등 다양한 정책의 근거로 쓰일 수 있다. 의료계가 분석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면 정부 데이터와 배분 논리만으로 수가·보상체계가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이사는 “비용 분석은 의료기관의 총수익과 총비용을 기계적으로 배분해 행위별 손익을 따지는 방식”이라며 “어떤 비용을 어디에 배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의료계 내 비용 분석 전문가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책은 의료공급자의 참여를 통해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의료계가 비용 분석과 지불제도 설계에 참여해야만 현장의 진료 구조와 의료행위의 실제 가치가 반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건강보험 재정 관리를 위해서는 단순 수가 조정뿐 아니라 의료전달체계 재정립도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는 상급종합병원과 의원급이 중증도 구분이 모호한 상태에서 경쟁하고 있고, 이로 인해 환자 쏠림과 중복 진료가 발생해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증이 아니라 ‘복잡질환’이라는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며 “난이도, 위중도, 고비용 요소가 함께 반영된 환자별 복잡도를 산출해 상급종합병원에 적합한 환자군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원과 상급종합병원이 서로 경쟁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건강보험 재정 관리는 필요하지만, 국고지원 정상화와 외국 수준의 보험료율 인상도 함께 추진돼야 건전한 재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 #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 대안적 지불제도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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