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 김종운 권역모자의료센터장 “3년 지역 거점병원 근무 병역 대체 인정해야…교수 인력 확보 해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지역 거점병원 산과, 신생아과에서 근무하면 병역 대체를 인정해주는 ‘지역필수의료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지역 모자의료 인력난이 현재 환자를 진료할 교수 부족을 넘어 미래 인력인 전공의 부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병역 대체를 통해 지역 거점병원에 전문의와 미래 교수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남대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 김종운 센터장(전남의대 산부인과)은 1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전남대병원에서 열린 ‘산부인과 회복을 위한 정책 포럼’에서 “인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산과와 신생아과 교수가 없는데 교수가 되려면 그 전에 전공의가 돼야 한다. 그런데 전공의는 감소 추세고 그마저도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다”며 “교수가 줄면 업무 부담이 더 증가하고, 그러면 다시 교수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문제는 현재 환자를 진료할 교수도 없지만, 전공의라는 미래 인력도 같이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이미 공백이 발생한 지역에 공중보건의나 군의관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정 갈등 당시 공보의∙군의관이 파견됐던 것처럼 한시적으로라도 지역 거점병원의 인력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도 전공의도 없다”…지역 모자의료 인력난 악순환
중장기 대책으로는 ‘지역필수의료복무제’를 제시했다.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취득한 뒤 군 복무 또는 병역 의무를 앞둔 의사들이 일정 기간 지역 거점병원 산과, 신생아과에서 근무하면 이를 병역 대체로 인정해주는 방식이다.
김 센터장은 “이 기간 급여나 인사 관련 문제를 일반 전문의와 똑같이 인정하고, 추후 이 인력이 교수가 되길 원할 때 해당 경력을 충분히 인정해주자는 것”이라며 “의무복무기간이 적어도 3년일 텐데 그 기간 전문의가 확보되고 이들이 해보니 할 만하다고 느끼면 이후 교수 인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보다 더 확실하게 교수 인력을 확보할 방법은 없는 것 같다”며 “소아청소년과 쪽에서도 이런 의견이 나왔지만 복지부에선 법을 바꿔야 해 어렵다는 반응이 있었다. 아직 정부가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주로 당직 근무를 하는 외부 전문의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김 센터장은 “외부 전문의가 근무하면 전공의가 당직을 서지 않아도 된다. 전공의가 당직을 서면 다음 날 오프가 되지만, 외부 전문의가 당직을 서면 전공의가 다음 날 낮에 업무를 백업할 수 있다”며 “낮 시간에 일할 인력이 있어야 양질의 진료가 가능하고, 전공의의 진료 능력도 올라간다”고 했다.
이어 “전공의가 야간 콜을 받을 수 있게 되면 야간에 근무할 수 있는 인력이 늘어나고, 외부에서 전원 의뢰가 왔을 때 환자를 더 많이 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올해 초부터 공고를 냈지만 초반에 2명 들어온 뒤 더 이상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 2명이 없으면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다. 이들을 독려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남대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 김종운 센터장이 11일 전남대병원에서 열린 '산부인과 회복을 위한 정책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전담간호사 지원과 모자의료 지역협력 시범사업의 정식사업 전환 필요성도 언급했다. 전남대병원은 모자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전담간호사 정원을 한시적으로 5명까지 인정받았고, 이들이 현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지속 근무가 가능하도록 조기 정식사업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전담간호사가 많이 늘어났는데 이들을 특수파트 간호사로 인정하고 학회 차원의 교육도 필요하다”며 “우리 병원은 모자의료 시범사업으로 정원을 5명까지 한시적으로 받았고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들이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조기 정식사업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래 인력인 전공의 지원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의대생과 인턴이 산부인과를 선택해도 평생 일할 수 있는 전공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수가 정상화, 자극적 보도 지양, 사법 리스크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학생들이나 인턴들이 봤을 때 산부인과를 선택하면 평생 일할 수 있는 전공이라는 환경이 돼야 한다”며 “수가 정상화, 언론의 자극적 기사 지양, 사법 리스크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도 산부인과 의무화해야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의 진료과 개설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현행 기준상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중 3개 진료과 이상을 갖추면 개설이 가능해 주로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 중 하나가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김 센터장은 “300병상 미만 병원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중 3개 이상을 개설하면 되다 보니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 중 하나가 빠질 수 있다”며 “산부인과 개설 의무 조항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런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의료계 내부 이해관계 때문에 발의만 될 뿐 실현되지 않았다”며 “지역 모자의료 체계를 유지하려면 제도적으로 기본 진료과를 남겨둘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이처럼 종합병원에서 산부인과가 개설되면 시니어 산부인과 전문의의 요양병원 등으로의 이직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광주∙전남∙전북 지역에서도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적지 않은 만큼 이들이 지역 산부인과 진료에 참여할 수 있다면 인프라를 보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외부로 빠져나간 의사들이 다시 전문 분야로 돌아오면 된다”며 “시니어 의사들이 임신 초기 산부인과 진료 등을 맡으면 불필요한 원정 진료를 줄이고, 상급병원의 환자 부담과 병상 부족도 완화할 수 있다. 동시에 산부인과가 평생 일할 수 있는 전공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의대생과 전공의 지원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포럼을 개최한 대한산부인과학회와 전라포럼은 “대한민국 분만의료 체계가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며 ▲산과, 신생아과 교수 인력 확보 위한 지역필수의료복무제 도입 ▲비수도권 수련병원 전임교원 확대, 전공의 대체 인력 지원, 외부 전문의 채용 통한 전문의 양성 체계 회복 ▲군의관, 공보의 긴급지원, 전문 PA 제도 도입, 국가 차원 배상보험 지원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에 세부전문의 참여와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확대 반영 ▲NICU 및 분만의료 지역가산수가와 필수의료 특별회계 신설 등의 5대 통합 대책을 제시했다.
전라포럼 김윤하 조직위원장(전남의대 명예교수)는 “전북대병원 NICU 사태는 특정 기관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전라지역, 나아가 우리나라 필수의료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라며 “전라지역 현장에서 출발한 이번 제안이 실질적 국가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분만 인프라는 산과 전문의, 신생아 전문의, 병상, 이송체계가 함께 유지될 때만 작동한다.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교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며, 국가가 책임 있는 정책과 재정 지원을 통해 필수의료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