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3.27 19:59최종 업데이트 26.03.2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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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업계, 약가개편 쇼크에 "감내 수준 넘었다"…환자·외국계는 '환영'

복지부 "치료 기회 보장하고 약품비 지출 부담 완화"…제약 업계 "혁신형 제약기업인 상위사도 체감 타격 막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보건복지부가 26일 발표한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두고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소리없는 비명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신약 보장성 강화'와 '건보 지속가능성'의 균형을 내세웠지만, 수익 기반이 통째로 흔들리게 된 국내사는 경영 한계를 넘어선 '물량 공세식 인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복지부는 건정심 논의 결과를 공개하며,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45%로 하향 조정하고, 기 등재된 제네릭과 특허 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연차별·단계적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복지부는 환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고혈압 치료제인 '노바스크정(5mg)'의 연간 약품비는 13만3955원이었으나, 개편안이 적용되면 연간 약품비는 11만6070원으로 줄어든다. 환자 본인부담은 30% 기준 4만187원에서 3만4821원으로 줄어 연간 약 5366원을 아낄 수 있다. 이외에도 고지혈증약 '리피토정(10mg)'은 9746원, 당뇨약 '트라젠타정'은 5913원의 본인 부담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

해당 약제는 수많은 환자가 사용하고 있다. 이에 오리지널보다 낮은 약가를 가진 제네릭을 보유한 국내 대형사 입장에서는 주력 품목의 매출 증발이 불가피하다.

또한 정부는 동일 성분 제제가 13개를 초과해 등재될 경우 약가를 자동으로 인하하는 '다품목 등재 관리' 제도를 신설해 사실상 후발 제약사의 시장 진입로를 차단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16% 인하 결정에 R&D 동력 상실"

이에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R&D 투자 기업에 대한 우대가 포함됐지만, 전체적으로 약가가 크게 인하되는 구조에서는 체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결국 연구개발 동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약가를 깎아 신약 보상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발상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며 "단순한 산술적 인하보다 원료 국산화와 품질 관리에 힘쓰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가치 중심의약가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환율·유가 상승과 원료의약품 공급망 불안 등 산업 경영 여건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급격한 약가인하가 동시에 추진되면, 산업의 투자와 생산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며 "이는 의약품 공급 안정성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위·대형 제약사는 인센티브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매출액이 큰 만큼 제도 개편에 따른 손실액은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R&D 중심 제약사에 대해 약가 인하율을 완화하거나 유예하는 인센티브를 도입한 것은 의미 있는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약가 개편이 전반적인 인하를 전제로 일부를 덜 깎는 구조인 만큼, 실제 수익 감소를 충분히 보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수익 기반이 약화되면 연구개발 동력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상위사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상위사나 중견, 중소사 관계없이 다 영향이 있다. 아무리 혁신형제약사라고 하더라도 약가를 인하하는 건 변하지 않는다"며 "상위사의 경우 산정률이 10%만 하향해도 금액이 크다보니 체감하는 타격이 더 크다. 근데 이번 제네릭 인하산정률은 기존 대비 16% 낮아졌다. 인건비나 물류비, 원료비는 계속 중가하는 상황에서 약가를 인하하는 이번 제도는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10년간 단계적 인하를 한다고 하지만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건보재정이 고갈되는 상황이다보니 추가적인 개편 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되는 상황이다. 이번 개편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번 의결에 대해 "주요 제약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대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대 10%의 약가 인하까지는 감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를 훨씬 상회하는 16%의 인하율이 결정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전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이미 다수의 제약기업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R&D와 설비 투자를 축소하고 채용 계획까지 전면 재조정하는 등 불가피한 조치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환자·외국계 "치료 접근성 개선·혁신신약 가치 보상" 긍정 평가

국내사의 거센 반발과 달리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번 약가제도 개편이 신약 접근권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환자연합회는 "신약 접근성 지연과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정 등 환자의 치료 기회에 영향을 미쳐 온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신약이 식약처 허가 이후 건강보험 적용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면서 환자가 치료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항암제는 평균 1년 10개월, 희귀질환 치료제는 2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이번 신속등재-후평가-조정' 모델은 환자 치료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해다.

마지막으로 제네릭 의약품 약가 산정률에 대해서는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 수준, 품목 경쟁 구조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제기된 재정 부담을 완화하려는 조치로 보인다"며 "약가 조정으로 절감된 재정은 수급안정의약품 보상과 희귀질환치료제 접근성 제고 등 환자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활용될 예정인 만큼 실제 정책 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운영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역시 이번 약가제도 개편을 "혁신 신약 가치를 보상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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