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사 바이오테크(Luxa Biotechnology) 공동창업자 겸 최고과학책임자(CSO)인 샐리 템플(Sally Temple) 박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줄기세포 기술이 손상된 세포를 대체하는 치료부터 새로운 치료 표적을 발굴하는 신약개발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면서 신경계 질환의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룩사 바이오테크놀로지(Luxa Biotechnology) 공동창업자 겸 최고과학책임자(CSO)인 샐리 템플(Sally Temple) 박사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기조강연에서 줄기세포 기반 신경계 질환 치료 기술의 발전과 주요 임상 성과를 소개했다.
이날 템플 박사는 줄기세포 기술의 역할을 ▲질병 기전 이해(Understand) ▲신경세포 보호(Protect) ▲손실된 세포 대체(Replace)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그는 "줄기세포를 활용하면 이전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방식으로 질병의 발생 기전을 이해할 수 있다.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보호할 치료법을 찾을 수 있으며, 이미 세포가 소실된 경우에는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대체하는 치료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템플 박사 발표자료 중 일부.
줄기세포 기반 세포치료 임상 본격화…파킨슨병·뇌전증서 초기 성과
템플 박사가 제시한 2025년 연구에 따르면 다능성 줄기세포 유래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은 116건이며, 83개 세포 제품이 개발되고 1200명 이상의 환자가 치료받았다.
실제로 파킨슨병에서는 소실된 도파민 신경세포를 대체하는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블루록 테라퓨틱스(BlueRock Therapeutics)는 다능성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도파민 신경세포 전구체를 환자의 양측 조가비핵에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2025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블루록 테라퓨틱스의 임상 1상 연구에서 고용량 투여군 7명의 운동기능 평가점수(MDS-UPDRS Part III)는 이식 전 평균 49.0점에서 18개월 후 25.2점으로 감소했다. 점수가 낮을수록 운동기능이 양호한 것이며, 이식편 유래 이상운동증은 관찰되지 않았다.
난치성 뇌전증에서도 초기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뉴로나 테라퓨틱스(Neurona Therapeutics)는 다능성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GABA성 억제성 신경세포(인터뉴런)를 환자의 해마에 이식해 과도한 신경세포 흥분을 억제하는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1/2상 임상시험에 따르면 이식 후 13개월 이상 추적한 환자 9명의 장애를 유발하는 발작 빈도는 중앙값 기준 89% 감소했다. 9명 중 8명은 발작 빈도가 50% 이상 줄었다. 향후 무작위배정·모의 시술 대조 3상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템플 박사가 개발에 참여한 건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치료 연구에서도 시력 개선 결과가 보고됐다. 룩사 바이오테크놀로지는 망막색소상피 줄기세포(RPESC)에서 유래한 RPE 세포를 망막 아래에 주입해 손상된 세포를 대체하는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초기 임상시험에서 일부 환자는 치료 3개월 후 시력검사에서 읽을 수 있는 글자 수가 13~36개 증가했다. 시력 개선 효과는 1년 이상 지속된 사례도 보고됐다.
템플 박사는 "세포가 이미 소실된 경우에는 이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대체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런 가운데 최근 줄기세포가 중추신경계에서 소실된 세포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점차 긍정적인 답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템플 박사 발표자료 중 일부.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로 질병 '초기' 진행 변화 분석…새로운 치료 표적 발굴
줄기세포 기술은 손상된 세포를 대체하는 치료뿐 아니라 질병 발생 원인을 밝히고 새로운 치료제를 발굴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템플 박사는 "환자 유래 줄기세포로 제작한 3차원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실제 환자에게서 관찰하기 어려운 질병의 초기 진행 과정을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MAPT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전두측두엽 치매(FTD) 연구가 있다. 연구진은 MAPT 변이를 가진 대뇌피질 오가노이드를 분석해 타우 단백질 이상이 뚜렷해지기 이전부터 신경세포에 변화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배양 2개월에는 글루타메이트 신호전달 관련 유전자 발현이 증가했고, 4개월에는 타우 단백질 이상과 염증성 변화가 나타났다. 6개월에는 환자의 뇌에서 관찰되는 것과 유사하게 타우 단백질이 축적된 신경세포가 확인됐다.
이러한 변화에 연구진은 PIKFYVE를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제시했다. PIKFYVE는 세포 내부의 물질 이동을 조절하는 효소로, 이를 억제하면 과도한 글루타메이트 자극으로 인한 신경세포 손상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PIKFYVE 억제제 아필리모드(Apilimod)와 PIKFYVE를 표적으로 하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를 각각 적용한 실험에서 MAPT 변이 신경세포의 생존율이 개선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템플 박사는 "이러한 모델을 통해 질병을 이해하는 단계에서 치료 표적 발굴과 후보 치료법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목표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신약개발 초기 단계부터 더욱 충실하게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접근법을 신약개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오가노이드 모델의 재현성과 대량생산 체계 확보가 중요하다. 이에 연구진은 96웰 플레이트 기반 생산체계를 구축해 오가노이드를 대량생산하고 여러 연구기관에 공급하고 있다. 향후 개별 실험을 넘어 신약 임상시험계획(IND) 수립을 위한 연구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템플 박사는 AI가 오가노이드 실험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치료 표적의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데 활용되며,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독성 예측에도 기여한다고 부연했다.
템플 박사는 "인간 유전학과 유전자 편집, 오가노이드, AI 등 여러 기술이 결합하면서 신약개발과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