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2.18 08:17최종 업데이트 23.02.2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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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에서 벗어난 간호사…간호 단독법, '간호사 단독 개원'을 위한 포석 '우려'

간호법 1조 '지역사회' 문구 포함, 너싱홈’ 단독 개설 숨은 의도...법 개정 시 가능하다는 해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간호법이 국회 본회의로 직회부되며 간호사 ‘단독 개원’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간호대학생부터 간호계 원로까지 간호사 직역이 총동원돼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간호법’의 숨은 의도가 결국 간호사에 의한 단독 개원을 위한 단초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다.
 
당장 3월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유력시되고 있는 ‘간호법’을 둘러싼 간호사 ‘단독 개원’에 대한 우려는 단지 의료계의 기우일 뿐일까?
 
간호법 대안의 원안인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의 ‘간호‧조산법안’,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간호법안’에 대해 파헤쳐본다.
 
‘간호사’ 직역 단독법, ‘지역사회’에 ‘너싱홈’ 개설 토대 되나

간호법 제정의 역사는 무려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간호협회가 1951년 제정된 ‘국민의료법’에 기반한 의료법이 간호사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간호법을 단독으로 입법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간호법 제정 역사를 경험하면서 의료계는 간호계가 이토록 ‘간호 단독법’을 무리하게 제정하려는 의도가 간호사 ‘단독 개원’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005년 간호법안 제정 논의 당시 간호사가 노인·장기질환자·회복기의 환자 등을 케어하는 '간호요양원'과 재가 환자·가족을 대상으로 한 '가정간호센터' 등을 개설해 독립적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시도했다.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는 “간호계는 미국에서 의사 대신 간호사가 운영하는 너싱홈(nursing home)을 벤치마킹하려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간협은 수차례에 걸친 간호법 제정 실패를 교훈으로 제21대 국회에서는 노골적으로 간호사의 단독 개원의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이번 간호법 제정 과정에서의 태도를 보면 ‘단독 개원’의 숨은 야망이 여전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본회의에 회부된 ‘간호법’의 제안 이유를 살펴보면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의료 및 간호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주민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위한 간호‧돌봄 인력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와 같은 감염병 대응 및 치료를 위한 숙련된 간호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간호법은 고령화에 따른 의료 및 간호 서비스 수요 증가를 간호사가 지역사회에서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한 법이라는 의미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의료단체들은 간호계가 간호법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독단적으로 업무 범위를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발해왔고, 국회도 몇 차례의 심의를 통해 일부 ‘독소조항’을 제외했다.
 
그 중 하나가 간호법 제12조 2항의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진료 보조’로 개선한 것이다.
 
간호법 1조, '지역사회' 단어에 '너싱홈' 숨은 의도...향후 법개정 가능성  

하지만 유일하게 간호협회가 끝까지 사수한 것이 있다. 바로 간호법 제1조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도모하여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 부분이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의료계는 초창기부터 간호법 제1조 목적에 ‘지역사회’ 단어를 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는데, 마지막까지 ‘지역사회’라는 단어만큼은 빼지 않았다. 다른 의료계 요구 사항은 많이 반영됐는데 ‘지역사회’라는 단어를 빼지 않은 것은 분명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간호법은 궁극적으로 미국처럼 지역사회에 너싱홈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동진의 전성룡 변호사도 ”고령화 사회가 되면 간호와 간병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간호‧간병 비즈니스 환경도 좋아지면서 간호사 단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고 바라봤다.
 
법조계는 이러한 간호사 ‘단독 개원’의 꿈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지만 간단한 ‘법 개정’만으로 가능한 사항인 만큼 향후 언제든 법 개정만 이뤄진다면 단독 개원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지금도 지역사회 방문간호 등에서 제약이 있다며 역할 증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간호법이 통과되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핑계를 대며 바로 법 개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세승의 현두륜 변호사도 “당장 본회의에 올라간 간호법 제정안에는 간호사 단독 개원 관련 내용은 없다. 하지만 일단 간호법이 단독으로 제정되면 개정은 쉬운 편이다. 의료법에 묶여 있을 때는 여러 이해 당사자들과의 조율이 필요하지만, 간호법이 단독으로 나온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료접근성 높고 수가 싼 한국…“간호사 단독 개원, 의료 질 저하로 국민 건강권 위협”
 
일각에서는 초고령화 시대 의료와 돌봄의 요구가 증가할 것을 고려할 때 간호사 단독 개원이 국민에게 양질의 간호‧간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미국은 우리나라와 환경이 너무 다르다. 미국은 예전부터 넓은 영토와 비싼 의료비로 인해 너싱홈과 같은 간호시설에서 간호사의 독립적인 간호행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이와 비슷한 제도가 정골의사제도(osteopathy)와 PA(physician assistant)제도다. 의사 대신 간호사 및 다른 의료인을 통해 특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음으로써 환자들에게 값 싼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우 소장은 “우리나라는 영토가 좁아 의료 접근성이 좋고 의료 수가가 싸서 환자들이 의사들로부터 충분히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미국과 같은 제도를 운영하게 되면 오히려 비용이 더 올라갈 소지가 있고, 의료 질 저하 문제가 커질 것이다”라며 “실제로 미국의 너싱홈에는 의료사고 및 입소자 학대와 방치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간호사가 개원한 너싱홈은 가격 면에서 의사가 개원한 요양병원에 비해 합리적일 가능성이 높기에 환자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간호사에 의한 판단은 의료 질 저하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전 법제이사는 “의사의 판단에 따른 간호 및 의료 서비스와 간호사 단독 판단에 따른 간호 및 의료 서비스의 질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의사의 케어가 필요한 환자들이 너싱홈에서 상태가 악화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 소장 역시 “지역사회에서 간호 영역이 확대되면 한의사 초음파 허용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 감독도 받지 않고 임의로 간호를 하다가 환자의 숨어있는 질병을 발견하지 못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며 “간호사 단독 개원은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도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간호사의 방문간호를 활성화했지만, 해당 간호사는 의사에게 보고서를 써야 하고 의사의 지도 하에 모든 것이 이뤄진다”며 “고령화에서 회복기 및 요양병원 등 기능 분화를 통해 효율적으로 의료비가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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