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2.13 07:39최종 업데이트 23.02.1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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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 등 본회의 직회부된 7개 법안, 대통령 거부권 행사 명분 충분하다

민주당, 핵심법안 대거 처리에 정국 주도 목적...의협도 의정협의체 모든 채널을 끊고 거부권 명분 주력 필요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간호법안과 의사면허취소법 등 7개 법안 본회의 직부의(패스트트랙) 강행 여파로 의료계가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그 원인과 해법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대한의사협회가 나아가야 할 방법을 찾아본다. 

최근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법률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건너뛴 채 본회의로 바로 넘기는 '직회부 카드'를 남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을 법사위 '패싱'한 데 이어 간호법과 의료법 등 7개 법률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심지어 안전운임제와 노란봉투법도  직회부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직회부 카드 줄줄이...대통령 거부권 행사 유도 놓고 복잡한 셈법 

민주당은 "여당이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으면 본회의에서도 다시 논의하겠다. 하지만 법사위 행태 그대로 또 본회의에서 반복해서 한다면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 법안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본회의 처리 통해 민생경제를 살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민주당이 민생을 이유로 강행처리를 암시한 발언이지만, 양곡관리법의 사례처럼 국회의장이 상정하지 않으면 본회의에서 표결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난달 30일 양곡관리법은 본회의에 부의됐지만, 김진표 의장은 여야의 협의를 요구하며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복지위 부의 요구안을 받은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와 해당 안건을 본회의에 부의할 것인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상임위 7개 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안을 상정함에 따라 공은 국회 본회의로 넘어갔다. 

오는 28일까지 계속되는 임시회에 본회의는 3차례 예정돼 있지만, 이때 많은 안건이 처리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야간 협의 불발시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 부의 시점으로부터 30일 경과한 법안은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야  한다. 찬·반이 갈리는 경우는 30일간의 숙려기간을 가진 후 표결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야당이  민주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본회의에 ‘직회부’한 법안에 대해 30일이 지나면 통과시킬 것으로 보여진다. 본회의 일정은 당장 예정된 2월 24일보다는 3월 이후가 유력하다. 

대통령실은 양곡관리법·간호법 등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로 맞대응하지 않을 경우 계속되는 민주당의 직회부 카드에 여당의 소수정당의 한계로 정국이 무력화 되는것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이는 바로 복지위가 부의한 7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충분할 것으로 보여진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쓸 경우 본회의는 2차 표결에 부칠 수 있는데, 이때 재적의원 수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만약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면 국회에 법률안 재의가 요구되고 이에 따라 국회는 재차 표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거부권만 행사된다면 재차 표결에 붙여진 법안들은 현재 국회 의석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재의결 정족수(200석)를 채우지 못해 자동으로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면 정부와 국회의 갈등 상황이 연출되고 대통령의 당무 개입 등이 부각되면서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만약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더라도 민주당은 당내 핵심법안들을 대거 처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그 반대 상황은 어떨까. 만약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는다면 향후 야당이 정치적으로 정국을 주도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고, 정부·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충분하다. 

야당이 주요 쟁점 법안들을 무리해서라도 본회의로 보내려는 이유를 보면 민주당으로서는 당내 핵심법안들을 대거 처리, 다수 야당으로 내년 총선에서 다수의석 확보를 위해서라도 '힘있는 야당'을 국민들에게 알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국회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면서까지 조정할 필요가 있는 법안들을 직회부하는 것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하는 동시에 거부권을 남발하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보여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다면 손해볼 것이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의협, 의정협의체 모든 채널 끊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 명분에 주목하라 

그렇다면 의협의 향후 대응방안은 무엇일까.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될 명분을 제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선 의사면허취소법은 법률 통과시 즉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통해  위법성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첫째, 의료인이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사실만을 이유로 당사자를 사회·경제적 활동에서 배제하는 것은 개인의 생존권 및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이로 인해 갱생을 포기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어 면허나 업무의 성질에 비춰 보아 과잉규제의 입법 원칙에 위배된다. 

둘째,  개정안의 개정 이유에서는 변호사와의 형평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변호사의 경우에는 법률전문가로서 법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갖고 있고, 그 업무상 법률을 직접적으로 다루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변호사는 다른 직업과는 달리 그 직무 수행에 있어서 광범위한 윤리성과 공정성의 확보가 긴요한 직업인 만큼, 범죄 종류와 관계없이 일정한 형벌 이상의 전과사실을 결격사유로 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의료인의 경우에는 입법 목적과의 관련성을 고려해 해당 면허 및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범죄로 한정해야 한다. 가령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 단순 폭행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자까지 의료인 면허를 박탈하고 업무에서 오랜 기간 배제한다면 그 방법이 직무관련 규정을 준수하게 함으로써 해당 사업이나 자격을 적정하게 수행하게 한다는 입법 목적의 달성에 적합한 수단인지 의문이 있다. 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하더라도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도한 규제로서 최소침해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 

2019년도 헌법 재판소 변호사 관련 소원 전부기각의 판결문에 따르면 의료인 면허관리 강화 법률의 취지로 변호사 등 타 직종 간의 형평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정작 헌재는 지난 2019년 변호사와 의사의 결격사유 차이는 자의적인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의사와 변호사의 직무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각 직무영역에 맞게 윤리적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 

헌재는 “변호사법은 법률사무의 전문성, 공정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변호사의 품위유지, 공익활동, 독직행위금지 등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변호사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변호사 직무의 이런 성격과 범위 등을 감안해 입법자가 의료법, 약사법, 관세사법과 달리 변호사의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의 종류를 직무 관련 범죄로 제한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차별취급이 합리성과 형평에 반하는 자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19의 헌신과 희생의 주역은 간호사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14만 의사, 83만 간호조무사, 120 만 요양보호사, 4만여명 응급구조사 등이  모두 환자 곁을 지킨 소중한 동료다. 의료진들에게 오로지 간호만을 위한 법으로 사회적 갈등만 일으키고 있는 간호법도 그 위헌성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간호법 제정을 계기로 의료법 80조 간호조무사 응시자격 학력제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2012년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을 막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배되고 위헌소지가 있다고 결정한 것이다.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영역을 무리하게 넓히고 다른 의료인들의 영역을 침범할 여지가 큰 간호단체만을 위한 법으로, 간호법 적용범위가 지역사회까지 확대돼 간호조무사의 업무영역을 불법화할 수 있다.  

현행 의료법에선 장기요양기관 등 지역사회에서 간호조무사는 법에서 정한 인력기준(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에 따라 간호조무사 1명이 근무하고 있고 촉탁의 지도하에 업무를 맡고 있다. 즉 간호조무사만 고용하더라도 합법이다. 하지만 간호법이 통과되면 의료기관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확장돼 장기요양기관 등 지역사회에서 간호사가 있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간호사 없이 촉탁의 지도 하에 간호조무사만 업무를 수행하면 불법이 된다. 

간호법은  직종 간의 업무범위 상충에 따른 갈등, 반목 등으로 협조 체계가 저해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의 간호사 업무영역 확대가 숙련된 간호사의 이직 등으로 이어져 간호대란이 초래할 것으로 보여진다. 

의정 협의체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경우까지는 중단될 수 밖에 없다. 강력한 투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와의 소통을 유지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은 민주당이지 정부여당이 아닌 만큼,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법안이 부결된  이후에는 필수의료 개선안 등 의료현안이 보다 낳은 신뢰를 바탕으로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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