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료기관이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 정기검사 기한을 일시적으로 넘겼더라도, 이후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면 해당 기간의 영상진단료 청구를 곧바로 부당청구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및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가 2025년 11월 11일 A씨에게 부과한 과징금 1억2668만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6년 1월 7일 한 요양급여비용 5065만6880원 환수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B병원을 개설·운영하면서 2019년 7월 CT를 설치했다. 이후 설치검사를 받고 관할 보건소에 신고했으며, 같은 장치의 X-선관을 교체한 뒤 2020년 1월 다시 설치검사를 받았다.
문제는 2023년 정기검사 기한이었다. A씨는 2023년 2월 16일까지 CT 정기검사를 받아야 했지만, 병원 총무부장이 퇴직하는 과정에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기검사를 받지 못했다.
관할 보건소장은 2023년 5월 22일 정기검사 누락을 통보했고, A씨는 같은 달 26일 정기검사를 받아 적합 판정을 받았다.
복지부는 A씨가 2023년 2월 17일부터 5월 25일까지 CT 정기검사를 받지 않은 채 방사선특수영상진단료를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해 지급받았다며 과징금 처분을 했다. 건보공단도 같은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했다.
그러나 법원은 정기검사 누락 기간이 짧고, 환자 치료에 적합한 요양급여 제공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면 이를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해 실시한 진료가 국민건강보험법령에서 예정한 요양급여에 해당하는지는 단순히 의료법령상 검사 절차 이행 여부만을 형식적으로 볼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장치가 환자의 치료에 적합한 요양급여를 제공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신고하지 않은 장비나 최초 설치검사를 받지 않은 장비,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장비는 성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어려워 적정한 장비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설치검사와 신고를 거쳐 적합성이 확인된 장비가 정기검사 기한을 일시적으로 넘긴 경우는 달리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초설치검사나 주요 부품 교체 후 검사는 장비가 요양급여에 제공될 수 있는 기본적인 성능과 안전성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절차”라며 “정기검사는 이미 적합성이 확인돼 사용 중인 장비의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기검사 기한 도과 후 곧바로 이뤄진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검사 기간 동안 장치 성능이나 안전성에 실질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기검사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의료법상 별도 제재수단이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의료법은 정기검사를 하지 않은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시설·장비 사용 제한이나 시정명령 등도 가능하다.
재판부는 “정기검사 의무 위반에 의료법령상 별도 제재수단이 예정돼 있는데도 실제 제공된 요양급여의 적정성이나 장치의 성능·안전성과 무관하게 해당 기간 방사선특수영상진단료 전부를 환수하고 징벌로서 과징금까지 부과하는 것은 비례원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근거로 든 대법원 판례도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례는 의료기관이 1999년경부터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설치·운영하면서 2005년경까지 아무런 신고와 검사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안이었다. 법원은 이 사건처럼 적법한 신고와 최초설치검사를 마친 뒤 일시적으로 정기검사만 누락한 경우와는 다르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이 사건 장치에 관한 적법한 신고와 최초설치검사를 모두 마쳤고, 다만 병원 직원의 실수로 3개월 동안 정기검사를 누락한 것에 불과하다”며 “정기검사 누락 통지를 받자마자 검사를 실시해 적합 판정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미검사 기간 동안 장치의 성능이나 안전성에 실질적인 문제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3개월간 정기검사를 누락한 채 CT를 사용한 후 방사선특수영상진단료를 청구했더라도, 이를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