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8.11 05:47최종 업데이트 25.08.11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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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 입증 안된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 지자체 확산 여전 "즉각 중단하라"

효과 불확실한 치료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

최근 한 공중파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에선 한방 난임 치료 장면이 등장해 한방 난임치료 지원 사업을 홍보했다. 사진=SBS 영상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지난해 국가가 한방 난임 치료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지자체별로 무분별하게 지원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엔 공중파 방송을 통한 적극적인 홍보활동까지 이뤄지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한의약육성법 제2조 제1호에 따라 한방의료를 통해 난임을 치료하는 한방난임치료비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발맞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2025년 예산안을 의결했는데, 이때 한의약 난임치료 사업 바우처 지원을 위해 예산 60억원을 신규로 책정했다.

전국 대형도시부터 농촌까지…지자체 한방 난임 지원 사업 안 하는 곳 없어 

11일 각 지자체 상황을 종합하면 대표적으로 한방난임치료 지원에 나서고 있는 지차체는 서울시다. 서울시는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다. 자연임신을 희망하는 원인불명의 난임 진단 부부를 대상(여성 만 45세 이하)으로 한의약 난임 치료 3개월 기간 동안 한약 첩약비용의 90%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5월 한방난임치료비 지원 예산 편성과 사업 추진의 기반이 되는 '서울특별시 난임극복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통과시켰다. 

인천시는 한의약 난임치료를 위해 1인당 150만원 가량의 한약재를 3개월간 무료로 지원한다. 경기도 역시 한방 난임 지원 사업을 통해 난임 진단을 받은 부부를 대상으로 3개월간 한약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대구시는 자체 예산 4560만원을 투입해 난임부부에게 한약 4개월 분을 전액 지원하고 부산시는 한방 난임치료를 위해 3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한약 이외 침구와 뜸 치료가 병행되는 곳도 있다. 전북 임실군은 한방 난임치료 기간 동안 지정 한의원에서 한약, 침구, 뜸 등 한방 난임 치료와 추가로 2개월간 경과 관리,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 총 6개월 동안 진행한다. 이때 소득에 관계 없이 1인당 최대 180만원의 한방 난임 치료 비용이 지원된다. 

홍보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한 공중파 방송국은 난임부부가 한방 난임 치료 성지로 불리는 한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장면을 송출하며 한방 난임치료를 홍보했다. 

한 지자체 보건소 관계자는 "한방 난임치료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고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보니 사업 자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방 난임치료 임신율은 자연 임신율과 유사

그러나 한방난임치료 지원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방난임치료는 시범사업 단계부터 꾸준히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문제가 제기돼 왔다. 

단국의대 채유미 의학교육학과 교수가 2017년 한방난임시술 효과와 관련된 메타분석을 실시한 결과, 한방난임시술 단독으로 임신율을 높이거나 임신에 기여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확인할 수 없었다.

난임 여성의 자연임신율 관련 문헌 검색 건수는 총 5152건으로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율(21.5~27.6%)은 국외 문헌의 원인불명 난임 여성의 자연임신율(20~27%)과 유사했다.
 
채 교수는 "매년 한방난임사업에서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으나, 적절한 연구디자인을 적용하지 않은 채 단순 비교 수치만을 나열하고 있었다. 역학적 연구에서 군간 비교를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비교 집단 간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한방난임사업에서는 기본 특성 비교 없이 결과만 비교했으며, 사용한 통계방법에 대한 제시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방난임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보고서는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 한방여성의학과 김동일 교수 연구가 가장 유명하다. 해당 연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의뢰해 진행됐으며 '한약 복용과 침구 치료를 병행한 치료가 인공수정과 비슷한 임신성공률을 보인다'는 내용이 골자다. 

연구에 따르면 90명 중 14.4%인 13명이 임신에 성공했는데, 연구팀은 이를 인공수정 성공 확률 13.9%와 비교하며 "한방 난임치료 유효성이 인공수정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효과 불확실한 치료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

반면 의료계는 해당 연구가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에 실패한 연구"라며 비판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아무런 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6-8개월동안 자연임신 시도를 하더라도 20~27%의 자연임신율이 보고돼왔다. 이번 보고서의 원인불명 난임환자에서 한방난임치료를 통한 임신율은 아무 치료를 하지 않는 것보다도 오히려 열등한 결과"라며 "연령별 환자 분포를 맞췄다고 적합한 대조군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해당 연구는 대조군도 없는 임상연구로 한방난임 치료의 유효성을 입증할 수 없다. 의학연구에서 특정 치료법의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표준 연구디자인은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RCT)이지만, 이번 연구는 대조군이 전혀 없는 비대조군, 비무작위배정, 비맹검 임상시험이었다. 이런 연구디자인으로는 한방난임 치료의 유효성을 전혀 입증해낼 수 없다"라고 전했다. 

이후 영국의 생물통계학자라고 밝힌 잭 윌킨슨(Jack Wilkinson)가 해당 논문 심사를 거절하며 자신의 트위터에 "이것은 과학이 아니고 임상 연구도 아니다. 터무니 없는 연구(This is not science. This is not clinical research. This abstract is clearly ludicrous)"라고 밝히며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에 의료계는 한방 난임치료에 투입되는 예산의 불필요성을 강조하며, 한방치료의 유효성과 안정성이 먼저 입증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수년간 한방 난임치료에 공공 예산이 투입됐지만, 과학적·객관적 평가에 기반한 검증이나 표준화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효과와 안전성이 불확실한 치료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이라며 "보조생식술이 필요한 난임 환자가 한방 치료에만 의존하면, 치료 시기를 놓쳐 가임력 저하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기를 영영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이재만 부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방난임지원사업은 유효성·안전성이 입증된 적이 없다. 의협은 객관적인 효과 미증명, 부작용 및 예산낭비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으나 최근 지자체 등을 통해 해당 지원사업이 무분별하게 확장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부위원장은 "정부와 지자체는 난임부부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난임치료에 대한 객관적 연구 선행과 투명한 자료공개를 우선 실시해야 한다. 그전까지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한방난임지원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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