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12.05 11:55최종 업데이트 25.12.0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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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헬스케어 서비스 발목 잡는 의료법…의료행위 vs 비의료서비스 행위, 경계 명확화 필요"

'보험회사 헬스케어 사업 활성화를 위한 의료법 규제 개선 방안' 발간…고령화로 건강증진형 보험 수요 확대에도 의료법 규제로 사업 활성화 제한적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최근 고령화로 건강수명 연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보험과 건강관리의 연계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법 규제가 보험사의 헬스케어 사업 확대를 막고 있어, 의료행위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의 경계를 명황히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왓다.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백경희 교수는 4일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보험회사 헬스케어 사업 활성화를 위한 의료법 규제 개선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의과학기술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연장되면서 건강관리와 질병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역시 고령화에 따른 건강위험 증가와 예방의료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회사의 소비자의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서비스 활성화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건강수명 연장과 의료비·보험료를 절감을 기대한다.

또한 보험회사는 헬스케어 서비스 결합을 통해 보험상품을 다양화할 수 있고, 국가적으로는 의료비 절감과 헬스케어를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회사의 헬스케어 사업은 일부 현행 의료법과 충돌하면서 적극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백 교수는 "비의료기관인 보험회사가 간호사와의 상담이나 건강통계를 분석·제공하면서 고객의 질환 발병을 예측하는 것은 내용에 따라 '진단' 행위로 해석돼 무면허 의료행위가 될 수 있다"며 "간호사 등이 진료예약을 대행하는 과정에서도 의료법상 금지하는 영리 목적 환자 유인행위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험회사가 의사를 통해 비대면 의료상담을 제공할 경우, 의료기관 개설규정(부수적으로 원격의료)에 반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이러한 규제 때문에 보험회사는 적극적인 투자나 새로운 서비스의 구상을 하지 못하고, 고객은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규제를 완화해 보험회사의 헬스케어 참여 폭을 넓히고 있다.

미국은 의료기관의 영리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원격 진료·처방이 자유롭다. 또 보험회사가 의료기관·지역약국과 건강정보를 공유해 '올인원 플랫폼'인 의료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다.

일본은 급격한 고령화 대응을 위해 민간 보험회사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참여를 적극 지원한다. 일본 보험사는 보험 및 간병 사업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보안, 건강 및 웰빙을 위한 '실시간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사고, 재해,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설루션을 제공한다. 기존의 재정적 보상 역할에서 벗어나 문제를 미리 해결하는데 집중한 것이다.

독일은 2021년 디지털 헬스케어 및 돌봄 현대화법(DVPMG)을 통해 '디지털 건강 애플리케이션(DiGA)'을 공식 의료서비스로 인정했다. 아울러 법정 건강보험 급여체계에 포함시키는 등 보험사의 헬스케어 참여 폭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가 인공지능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에 중국의 보험사는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온라인 의료서비스부터 약국, 오프라인 병원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원스톱' 의료생태계를 구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보험회사는 ▲건강정보의 확인 ▲공신력 있는 건강정보의 제공 혹은 예측 ▲건강상담과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제공에 그친다.

백 교수는 "보험회사가 건강정보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부분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에 해당해 적법하지만, 건강 상태를 예측한 후 맞춤형 건강관리 방안을 제시하는 부분은 논의의 여지가 있다"며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에서 요구하고 있는 요건을 갖춰야 무면허 의료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2차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에서는 공인된 기준·지침·통계 등에 해당하는 '객관적 정보'를 단순히 안내해야 한다"며 "객관적 정보에 따른 '건강 나이' 등을 산출해 주는 행위의 범주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객관적 정보에 따른 건강 나이를 산출하는 행위를 넘어 고객의 질환의 위험성을 예측하는 것은 의학적 전문지식에 의거한 판단의 여지가 있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보험회사에서 건강정보를 통해 맞춤형 헬스케어를 제공하는 서비스 중 건강정보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부분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에 해당해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의료인'을 투입해 고객의 건강정보를 토대로 건강을 상담하거나 만성질환 관리에 조언을 하는 행위는 경우에 따라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돼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백 교수는 의료행위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의 분리와 간호사 상담행위의 적범한 범위 설정 등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백 교수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주도의 정책 기조는 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현행 의료법 내에서의 규제와 일부 충돌하는 지점이 있어서 보험업계에서는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보험회사 헬스케어 사업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이 국민의 건강관리와 증진에도 파급효과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보험회사 헬스케어 사업에 있어서 의료법과의 관계에서 문제될 수 있는 지점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보건복지부의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에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를 건강군과 질환군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생활 서비스(Wellness service)와 질병관리 서비스(Disease management service)를 포섭하는 개념으로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의료행위에 대한 개념 지표는 엄격하게 설정됐다"며 "합법적으로 제공 가능한 경우와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 대한 유권해석 혹은 판례를 통한 사례 정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험회사 헬스케어 서비스로 제공하는 간호사의 상담행위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간호사의 면허 범위 내에서 독자적으로 수행 가능한 업무에 대한 구체적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그는 진료예약과 특정 의료기관 등의 연계에 대한 주의와 의료법상 원격의료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백 교수는 "보험회사가 특정한 의료기관과 업무 제휴를 하고 고객을 그 의료기관에 유치하는 행위는 해당 과정에서 금품, 소위 환자를 유치함에 따른 수수료 등 리베이트가 수수되는 경우, 혹은 그러한 부분이 없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특정 의료기관에 고객을 유치하는 행위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의료법이 규제하는 대상에 포섭될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법상 비대면진료가 신설될 경우, 비대면진료시스템업 혹은 플랫폼업을 보험회사의 헬스케어 사업의 하나로 연계할 수 있다면 독일이나 중국의 보험회사의 사례와 같이 앱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원스톱 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므로, 의료법의 개정 추이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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