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처방권 유린, 모든 것 내던지고 투쟁"…국회에 모인 의사들, 성분명처방 의무화법 '결사반대'
성분명처방 강행되면 '의약분업 제도 전면 백지화' 선언…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기습 방문 "의료계 목소리 듣겠다"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오후 4시 국회 본관 앞에서 '성분명처방 저지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우리의 처방권이 유린당하고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모든 것을 내던지고 투쟁하겠다."
성분명처방 의무화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1소위원회에 상정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이 투쟁까지 언급하며 법안 저지에 나섰다.
특히 의협은 성분명처방이 강행되면 의약분업 제도 자체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이 같은 호소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궐기대회 장소를 기습 방문해 "의료계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화답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오후 4시 국회 본관 앞에서 '성분명처방 저지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택우 회장은 "성분명 처방은 단순히 화학 성분을 선택하는 행위가 아니다. 약물 선택은 환자의 종합적인 상태를 고려해 이뤄지는 고도의 전문적인 의료 행위"라며 "이런 의료 행위를 무시하고, 약국 재고를 우선해 환자에게 약을 주는 비상식적인 법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김 회장은 "처방은 의사의 고유한 진료 행위다. 동일 성분이라도 임상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특히 소아와 고령자, 중증질환자 및 수술 또는 장기 이식환자와 같은 건강이 취약한 국민들께 이러한 작은 차이는 생사를 가르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처방 주체와 책임을 모호하게 만드는 성분명 처방의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궐기대회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그는 "의사는 진단과 처방을, 약사는 조제와 복약지도를 담당하는 것이 의약분업의 대원칙이다. 만약 성분명 처방이 강행된다면, 우리는 이를 의약정 합의의 일방적 파기로 간주하고 의약분업 제도 자체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정과제로 제시된 국민건강에 중요한 수급불안정 의약품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미 2025년 11월 약사법 개정됐고 필수의약품 수급대책이 시행될 예정이다. 도대체 국회가 통과시킨 이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의약분업의 근간을 저해하는 또 다른 악법을 개정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전문성이 부정당하고 국민의 건강권마저 훼손되는 작금의 상황을 참아야 할 이유가 더 이상 없다. 인내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택우가 앞장서겠다. 우리의 처방권이 유린당하고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모든 것을 내던지고 투쟁하겠다. 성분명 처방이라는 망령이 의료계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궐기대회에서 발언하는 김택우 회장 모습.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도 '거대한 투쟁의 서막'이 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의장은 "오늘 궐기대회는 시작에 불과하다. 만약 국회가 성분명처방 강제화 법안 상정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전문성을 사수하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강력하고도 거대한 투쟁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분병처방 의무화 법안이 특정 직역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주병 범대위 성분명처방 저지위원장은 "성분명처방을 의무화하면 갑자기 없던 약이 하늘에서 떨어지나. 지금도 대놓고 대체조제하면서 성분명으로 굳이 처방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특정 직역을 위해 성분명 처방 교두보를 마련해주려는 속이 훤히 보이는 입법"이라고 질타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박근태 회장은 "약의 성분이름만 같다고 다 같은 약이 아니다. 같은 성분이라 할지라도 제약사마다 제조 공법이 다르고 생체이용률과 흡수 속도에 차이가 존재한다"며 "저들은 성분명 처방이 되면 제네릭 사용이 늘어나 건보재정 절감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저가 제네릭 위주의 시장 형성은 결국, 국내 의료의 질을 후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궐기대회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장 대표는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정치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의료계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못하고 의료개혁을 추진하다 결국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다. 이 자리에서 빌어 반성하고 죄송하다"고 전했다.
장 대표는 또한 "앞으로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잘 듣겠다. 의료계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 정책들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