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10.23 06:21최종 업데이트 26.10.23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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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하면 끝?"…세계 병원들 "AI 성과를 숫자로 증명하라"

미국 시더스사이나이 낙상 20~30% 감소·인도 릴라이언스 간호 인수인계 시간 단축…지멘스·삼성서울도 진료 흐름 통합 강조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병원이 인공지능(AI)을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성과를 설명하기 어렵다. 의료진의 업무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환자 안전과 진료 효율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입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AI를 기존 진료 흐름에 통합하고 안전성과 품질을 검증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21일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2026 세계병원총회(IHF World Hospital Congress)'의 '병원 전반에 AI 심기: 워크플로에서 운영 혁신까지(Embedding AI across Healthcare: From Workflows to Operational Transformation)' 세션에서는 미국·인도·독일·한국의 병원 경영진과 의료기술 기업 관계자들이 AI 도입 경험과 성과를 공유했다.

연자로는 브라이언 크로프트(Bryan Croft) 미국 시더스사이나이(Cedars-Sinai) 최고운영책임자(COO), 타랑 지안찬다니(Tarang Gianchandani) 인도 릴라이언스재단병원 최고경영자(CEO), 필립 로데(Philipp Rohde) 지멘스 헬시니어스 기업 마케팅전략 책임자, 차원철 삼성서울병원 최고정보책임자(CIO)가 참여했다.

이날 연자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것은 AI 기술 자체의 성능보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창출하는 가치'였다. 개별 AI 솔루션을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진료·행정 시스템과 연결해 업무 부담을 줄이고, 임상적·운영적 성과를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더스사이나이의 브라이언 크로프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세계병원총회에서 병원의 AI 도입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시더스사이나이, 가상 간호·진료기록 AI로 환자 안전과 업무 효율 개선

시더스사이나이 크로프트 COO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6개 병원으로 구성된 시더스사이나이 의료시스템의 AI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병원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에 달한다"고 언급하며, "의료 인력 부족과 번아웃, 비용 상승,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인력 전략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더스사이나이는 외부에서 제안받는 수많은 AI 제품을 곧바로 도입하지 않는다. 먼저 기술의 활용 목적과 기대 효과를 평가하고, IT 인프라와 보안 위험, 임상적 필요성 등을 검토한다. 이후 임상의와 행정 담당자, 의사 등으로 구성된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AI 거버넌스를 통해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실제 활용 사례 중 하나는 가상 간호(virtual nursing)다. 환자의 움직임과 위험 상황을 감지하는 기술을 활용해 병상 주변의 안전을 관리하고, 간호 인력이 필요한 상황에 대응하도록 지원한다.

크로프트 COO는 "해당 기술을 적용해 낙상이 약 20~30% 감소하고 비폭력적 신체 억제대 사용이 33% 줄었다는 성과를 얻었다. 퇴원 처리 효율이 20% 개선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임상 의사결정 지원 분야에서는 의료정보 검색 도구인 오픈에비던스(OpenEvidence)를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에픽(Epic)에 통합했다. 의료진이 별도 시스템으로 이동하지 않고 기존 진료 환경에서 근거 자료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상검사 결과에서 후속 조치가 필요한 소견을 찾아내는 AI도 활용하고 있다. 영상 판독문에 기록됐지만 추적 관리로 이어지지 않은 폐결절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약 4100건의 영상검사 결과 가운데 414건이 AI에 의해 추가 확인 대상으로 분류됐고, 이 중 58명이 후속 추적 관찰로 연결됐다. 진료기록에서는 AI를 도입해 앰비언트 기록 솔루션 도입 이후 진료 시간이 15% 줄고, 의료진이 퇴근 후 기록 업무를 처리하는 이른바 '파자마 타임'이 11% 감소했다. 하루 진료 건수는 4%, 주간 경과기록 작성량은 7% 증가했다.

크로프트 COO는 "병원 운영 분야에서는 공급망 관리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의료진이 복잡한 물품 코드 대신 일상적인 언어로 필요한 물품을 요청하면 AI가 이를 해석해 적절한 주문 절차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주문 처리 시간을 85% 단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병원 내부 업무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료서비스 제공 방식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라며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링 등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환자의 일상에서 건강 상태를 관리하고, 병원 밖에서도 지속적인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단기적인 생산성 개선 수단이자 장기적인 의료체계 혁신의 동력"이라며 "기술 도입과 함께 진료 방식 및 인력 운영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릴라이언스재단병원의 타랑 지안찬다니 최고경영자(CEO)가 AI를 병원 운영에 적용한 경험을 소개하고 있다.

릴라이언스재단병원 "AI 도입률 높아도 사업 성과는 부족"…환자에게 돌려준 시간 측정

인도 릴라이언스재단병원 지안찬다니 CEO는 "의료기관의 AI 도입 확대가 반드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병원의 약 90%가 AI를 도입했다고 응답하고 80% 이상이 생산성 향상을 체감하지만, 실제 조직 차원의 사업 성과를 확인한 비율은 37%에 그친다는 설문조사를 소개했다.

그는 실제 성과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시스템 통합과 데이터, 신뢰 문제를 꼽았다. 병원이 자체 개발한 AI와 외부 기업의 솔루션, 의료장비에 내장된 AI가 서로 분리돼 운영되면 개별 기능은 개선할 수 있어도 조직 전체의 성과로 연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안찬다니 CEO는 "병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AI 기술을 연결하는 공통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라며 "병원 검색과 예약, 접수, 입원, 검사, 퇴원, 사후관리까지 환자의 진료 여정을 디지털로 연결하고, 보험 자격 확인과 진료비 정산 등 후방 업무도 연동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통 플랫폼은 병원 규모를 확대하더라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라며 "향후 5년간 병상 규모를 3000병상 수준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플랫폼을 다른 병원과 진료 영역에 적용하면 구축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공통 플랫폼에서 첫 번째 주요 적용 분야는 앰비언트 AI를 활용한 진료기록 작성이다. 의료진과 환자의 대화를 바탕으로 기록 초안을 생성하고, 이를 전자의무기록(EMR)과 연결해 문서화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간호사와 임상의 250명 이상이 9개 이상의 인도 언어를 지원하는 AI 기록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기존 5분 이상 걸리던 간호 인수인계 시간이 약 3분으로 단축됐고, 생성된 기록이 EMR에 반영되는 데는 약 20초가 소요된다. 간호 인수인계의 90% 이상에 AI 기록 솔루션이 활용되고 있으며, 연간 1000시간 이상을 절감했다는 성과도 제시했다. 운영 과정에서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안찬다니 CEO는 "AI의 성과를 단순한 인력 감축이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하는 '리턴 투 케어(Return to Care)'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도입 과정에서는 안전성 검증을 우선한다. 병원은 AI 도입 지침과 사이버보안, 임상·품질 검토, 시범사업 성과 평가 등을 거쳐 실제 운영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별 검증체계를 마련했다"라며 "기술적 오류가 발견되면 원인을 분석하고 공급업체와 함께 개선하는 절차도 운영한다"고 밝혔다.

향후에는 진료기록 작성에서 영상의학과 암 진료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개별 AI의 우수성보다 조직 안에 기술을 어떻게 통합하고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지멘스 헬시니어스의 필립 로데가 의료 현장의 AI 활용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지멘스 "MRI 대기자 수천 명 해소"…AI 활용 범위, 검사에서 병원 운영까지 확대

지멘스 로데 기업전략 책임자는 의료 AI의 출발점이 기술 자체가 아니라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AI를 위해 AI를 도입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결하고 싶은 구체적인 문제를 먼저 찾고, AI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심혈관질환과 암, 뇌졸중 등 비감염성질환은 환자 수 증가와 의료 인력 부족, 개인별 맞춤 치료 필요성이라는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지멘스 헬시니어스는 AI 활용 영역을 검사·시술 업무, 질환별 진료 경로, 병원 부서 운영의 세 가지 수준으로 구분했다.

첫 번째는 영상 촬영과 시술 등 개별 업무 단계의 자동화다. CT 검사에서는 AI를 활용해 환자 위치 조정과 검사 절차를 지원하고, 의료진의 숙련도 차이에 따른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MRI 검사에서는 AI 기반 영상 재구성 등을 통해 검사 효율을 높이는 사례를 소개했다. 로데 담당에 따르면 일부 고객 의료기관은 수천 명에 달했던 MRI 검사 대기 명단을 수개월에 걸쳐 해소했다.

방사선치료 분야에서는 AI 기반 자동 윤곽 설정을 통해 환자당 최대 1시간의 준비 시간을 절감한 사례도 제시했다. 단순한 시간 단축뿐 아니라 치료계획의 질을 높이고, 환자 상태 변화에 맞춰 치료를 조정하는 적응형 방사선치료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질환별 진료 경로의 연결이다. 검진부터 진단, 치료 결정, 치료 이후 관리까지 환자가 거치는 과정을 연결해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치료가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단계에서는 업무 효율보다 임상 결과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는 병원 부서 차원의 운영 최적화다. AI를 활용해 검사 장비 가동률과 인력 배치, 환자 흐름 등을 분석하고 다양한 가상 운영 시나리오를 비교해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데 책임자는 "앞으로 AI가 단순한 반복 업무 자동화를 넘어 여러 업무를 연결해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CT 검사에서 환자 위치 조정과 영상 품질 관리 등을 AI가 자동으로 수행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자율화 과정에서도 의료진의 감독과 개입을 유지하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원철 삼성서울병원 CIO가 세계병원총회에서 병원의 AI 도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차원철 CIO "장비·검사·클릭 더하지 말라"…삼성서울병원, 기존 EHR에 AI 통합

삼성서울병원은 차원철 CIO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수록 의료진의 업무가 오히려 복잡해질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약 1800병상 규모로 하루 8000~9000명의 외래 환자를 진료하는 대형병원이다. 1994년 개원 이후 병원 정보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으며, AI 역시 기존 디지털 인프라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차 CIO는 "병원에서 활용하는 AI가 생성형 AI 하나로 제한되지 않는다"라며 "머신러닝과 예측모델, 영상분석 등 다양한 기술이 존재하며, 이를 의료진의 업무에 맞게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AI 도입 과정에서 새로운 장비나 검사, 추가적인 클릭을 늘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의료진이 AI를 사용하기 위해 별도의 화면을 열거나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면 기술 도입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자체 개발한 AI 기능을 기존 EHR 시스템에 통합해 의료진이 익숙한 환경에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로 촬영한 환자의 상처 사진을 EHR에 연결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병원 운영에서는 간호사 근무표 편성에 최적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일반병동 45개의 간호 근무표를 작성할 때 100개 이상의 제약조건을 반영해 일정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원격으로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로봇도 활용하고 있다. 의사가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해 환자와 대화하는 형태로, 의료진의 물리적 이동 부담을 줄이고 환자와의 연결을 지원한다.

환자가 직접 건강 상태와 치료 경험을 입력하는 환자보고결과(PRO) 수집도 확대하고 있다. 차 CIO는 "하루 4000~5000건의 환자보고결과가 수집되고 있으며, 환자가 병원 밖에서 입력한 정보도 의료서비스와 연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개별 기술을 추가하는 것보다 다양한 기술을 기존 업무체계 안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병원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날짜보다 검증 단계가 중요"…AI 투자수익률·의료적 책임도 쟁점

발표 뒤 질의응답에서는 AI 도입의 투자수익률(ROI)과 안전성 검증, 의료적 책임이 논의됐다. 좌장은 수전 모팻-브루스(Susan Moffatt-Bruce) 미국 베스 이스라엘 레이히 헬스(Beth Israel Lahey Health) 레이히 클리닉 사장이 맡았다.

한 참석자는 병원이 AI 시범사업의 단기 성과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단계별 안전성 검증과 어떻게 균형을 맞추는지 물었다.

지안찬다니 CEO는 “날짜를 쫓지 말고 마일스톤을 쫓으라(Don’t chase the dates, chase the milestones)”며 “플랫폼이 품질 검토를 거쳐 안전 요건을 충족했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라고 답했다. 이어 “안전한 공통 플랫폼을 구축하면 다른 부서와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되고, 성과와 재무적 결과는 그 뒤를 따른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AI가 의료적 판단을 지원하거나 결정에 직접 관여할 때 오류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는지 물었다.

모팻-브루스 사장은 “대부분의 국가가 규제 틀을 만드는 단계”라며 “최종 결정과 책임 주체를 정하는 일이 남은 과제”라고 답했다.

현직 의사이기도 한 그는 “환자들이 이미 챗GPT 같은 생성형 AI로 의료정보를 찾아보고 오기 때문에, 환자가 어떤 정보를 접하는지 알기 위해 나도 직접 생성형 AI를 써 본다”며 “환자에게는 ‘그건 챗GPT지만, 나는 의사이고 당신의 생명은 내 손에 있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지안찬다니 CEO는 “AI 도입 이후 운영 측면의 성과는 매우 분명하지만, 사업 측면의 성과는 아직 그만큼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연자들은 공통적으로 AI 도입에 따른 업무 시간 단축, 환자 안전 개선, 검사 대기 감소 등 운영·임상 지표를 숫자로 제시하면서도 "이러한 변화가 재무적 성과로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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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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