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10.21 07:43최종 업데이트 26.10.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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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돕는다던 AI, 클릭만 늘렸다?…세계병원총회 "진료 흐름 안에 넣어라"

진료 흐름 안에 통합·도입 전 기준과 교육·멈출 책임자 지정…분당서울대·미국 매스제너럴·인도 나라야나 사례

(왼쪽부터)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장 이기헌 교수, 미국 매스제너럴브리검 인터내셔널 루이스 로본(Luis Lobón) 부사장, 인도 나라야나 헬스 에마뉘엘 루퍼트(Emmanuel Rupert) 그룹 최고경영자(CEO)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진료기록 작성부터 영상 분석, 환자 상태 예측까지 의료 인공지능(AI)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AI 도입이 국내외 병원들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진료의 질을 높이겠다는 기대 속에, 도입한 기술을 실제 진료 혁신으로 연결하기 위한 조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의사를 돕기 위해 도입한 AI가 오히려 확인해야 할 화면과 클릭만 늘린다면 어떨까. 환자에게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는 대신 새로운 업무를 더하거나, 병원도 모르는 사이 검증되지 않은 AI가 사용된다면 도입 자체를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

20일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2026 세계병원총회(IHF World Hospital Congress)’에서는 ‘의료 AI를 이끄는 리더십: 거버넌스, 신뢰와 시스템 전반의 통합’을 주제로 국내외 병원의 AI 활용 경험과 과제가 논의됐다. 연자들은 AI를 기존 진료 흐름에 연결하고, 의료진이 신뢰하며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한편, 문제가 발생하면 사용을 중단할 책임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늘수록 의료진이 열어야 할 창 많아진다면 진정한 전환 아니다”

먼저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장 겸 이지케어텍 부사장인 이기헌 교수는 개별 AI를 도입하는 것과 의료진의 업무가 개선되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진료기록 작성 AI, 영상 AI, 생체신호 분석 AI가 각각 별도의 화면을 사용할 수 있다”며 “AI가 늘어날수록 의료진이 더 많은 시스템 창을 열어야 한다면 진정한 AI 전환이 아니다. AI가 또 하나의 별도 시스템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도구에서 임상 팀원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별도의 AI 도구를 사용하는 데서 진료 흐름 안에서 AI가 작동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기반으로 클라우드 병원정보시스템(HIS)에 의료진과 환자, 데이터, 모바일 기기, AI를 연결하는 ‘Medical OS’ 구상을 소개했다. 환자와 업무에 필요한 정보와 AI 기능을 적절한 시점에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이 교수는 “HIS 플랫폼이 모든 기능과 AI 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필요는 없다”며 “다양한 IT·AI 협력사의 혁신을 연결할 수 있는 견고한 기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결의 범위는 병원 내부에 그치지 않는다. 의사·간호사·검사실·약사가 정보를 공유하고, 환자는 병원 밖에서도 복약 안내와 검사 결과, 다음 진료 일정을 확인하며, 다른 병원으로 이동할 때도 진료정보가 이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다음 의료진은 왜 검사를 했고 어떤 치료를 받았으며 무엇을 추적관찰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환자가 이동할 때 임상적 맥락도 함께 이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부터 설치하고 지켜보는 방식 안 돼…환자에게 쓸 시간 늘려야”

미국 매스제너럴브리검 인터내셔널 루이스 로본(Luis Lobón) 부사장은 AI를 안전하게 활용하려면 기술 도입에 앞서 병원이 목적과 사용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만으로는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조직의 방향에 부합하는 적절한 리더십과 거버넌스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AI 도구를 설치한 뒤 무슨 일이 생기는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조직의 비전에 맞는지 시험하고 목표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며 사용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료기록 작성 지원 도구도 이 같은 원칙에 따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AI가 환자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기록 초안을 만들면 의사가 이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방식이다.

로본 부사장은 “직접 이 도구를 사용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며 “환자와 대화할 시간을 더 가질 수 있는 것은 필요한 업무를 지원해주는 도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도입 후에도 지속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의응답에서는 “AI 도구가 도입되면 지속적인 평가 과정에 들어간다”며 “평가 결과에 따라 중단하거나 방향을 조정하고, 다시 설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진에게 새로운 것을 사용하도록 하려면 교육해야 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을 통한 신뢰 형성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로본 부사장은 “안전장치 없는 속도는 신뢰를 무너뜨린다”며 “도입 자체를 위한 도입이 아니라 실제로 결과를 개선하는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 열린 ‘2026 세계병원총회(IHF World Hospital Congress)’ 전경

“어떤 AI 쓰는지 병원이 아는가…구매해도 책임은 남는다”

인도 나라야나 헬스 에마뉘엘 루퍼트(Emmanuel Rupert)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병원이 승인하지 않은 AI가 현장에서 확산되는 문제에 주목했다.

루퍼트 CEO는 “의료진에게 도움이 필요한데 승인된 도구가 없으면 범용 AI 도구를 사용하게 된다”며 “잘 작동하면 동료들도 사용하기 시작하고, 누구도 모르는 사이 AI가 조용히 확산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는 이를 알지 못하고, 결과를 아는 사람도 없으며, 중단할 권한을 가진 사람도 없게 된다”며 “질문은 더 이상 병원이 AI를 사용하는지가 아니다. 직원들이 어떤 AI를 사용하는지 병원이 알고 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라야나 헬스는 임상·비임상 AI를 하나의 관리체계에 넣고, 월 단위 거버넌스 검토위원회에서 시범 적용과 실제 운영, 확대, 중단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루퍼트 CEO는 “모든 AI 시스템에는 책임자와 검토자, 중단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위험 수준은 검토를 얼마나 깊이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지, 검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프로젝트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운영에 들어가기 전에 목적과 작동 근거, 책임자, 안전장치와 감시체계, 중단 권한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AI를 멈출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도구를 구매한다고 책임까지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책임은 우리에게 남는다”며 “책임자는 모델의 정확도가 아니라 임상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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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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