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9.13 07:06최종 업데이트 22.09.1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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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의약분업 실패와 의전원 실패…이번엔 의대 신설인가

[의대 신설 주장의 폐해와 부작용]②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반복되는 의대 신설 주장의 폐해와 부작용  
 

2020년 의료 파업의 주된 원인이 의대 정원 증원 반대였을 정도로 의료계의 반대가 거세지만, 국회와 정부는 여전히 의대 신설 주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 들어서 여야가 발의한 의대 신설 법안은 8건에 달하며, 새 정부 들어서도 의대 신설이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의료계는 의대 신설에 대해 막대한 예산 낭비는 물론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의료계 주요 오피니언리더들과 함께 반복되는 의대 신설 주장의 폐해와 부작용을 낱낱이 파헤쳐본다. 

①안덕선 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교수 최소 110명 확보, 500병상 부속병원 예산 지원 부당"
②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불 보듯 뻔한 의대 신설 실패 책임은 누가 지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인 정책의 실패는 국론 분열과 혈세 낭비로 이어지며 국가와 국민에게 큰 피해를 준다. 따라서 정부 인사나 국회의원이 힘으로 밀어붙인 정책이 있다면 사후 평가를 반드시 해야 하고, 국가적 손해가 있었다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구나 국민의 생명권과 직결되는 의료 관련 정책에 대해 그 정책의 실패 여부를 평가하지 않는 것은 국가기관의 직무유기이다.

전문가가 과학적이고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극렬하게 반대한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였지만, 결국 시행착오로 판명이 나서 원상 복귀가 된 사례는 많다. 특히 의료정책에서 의약분업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이지만, 시행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정책 평가를 하지 않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또한 의사들이 반대했음에도 밀어붙였다가 단시간 내에 폐기한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제도 역시 대표적인 국가정책의 실패 사례이다. 

이런 무리한 의료정책 실패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에 의대 신설로 인한 피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경남 창원, 부산, 전남 목포, 인천, 충남 공주 등 각 지역에서 국립의대를 설치하려는 법안이 우후죽순처럼 발의되는 것이다. 원하는 지역의 의대 설립을 위해서는 천문학적 액수가 소요될 것이고, 만약 단 하나의 의대를 만든다고 해도 의사가 배출될 때까지는 수천억 원의 혈세가 사용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의사 증원이 필요하지도 않지만, 의사를 꼭 증원해야 한다면 교육인프라가 갖춰진 의과대학의 정원을 늘리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다.
 
2000년 시행된 의약분업은 약국에서 정확한 진단 없이 환자에게 주어지는 의약품 오용과 의료기관의 의약품 남용이 심각한 문제라고 하면서 의약품 오남용 감소와 약제비 절감, 약화사고 예방,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이라는 애드벌룬을 띄웠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 위기, 의료비와 약제비 증가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매년 증가했다. 특히 조제료나 복약지도료, 약품 관리료 등의 부가적인 지출로 인한 약제비 증가는 의약분업 제도의 실패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2005년 의학교육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육인적자원부는 의전원 제도를 시행하면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양성, 의과학자 양성, 대학입시 경쟁의 완화, 기초학문 보호 등으로 포장을 했다. 그러나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이 의전원으로 이탈했고, 의전원 졸업생은 의과학자가 아닌 임상 의사가 됐으며, 군의관 수 부족 등 지적했던 문제점들이 모두 현실이 됐다. 결국 시행 5년 만인 2010년에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는 폐지됐다. 한 치 앞을 보지 못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며 밀어붙인 정책의 혈세 낭비와 국민 피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서남의대가 신설될 때도 의료계는 부실 교육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1995년에 개교한 서남의대는 2018년 2월 폐교됐고, 교육권 보장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희생양이 됐다.

코로나19가 반복되는 유행으로 국민은 불안해하고 동료 의사가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의료진은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고장난 축음기처럼 정치권에서는 의대 신설과 의사 증원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의대 신설을 공약으로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훗날 의대 신설로 인한 국민의 혈세 낭비와 의대생의 교육권 보장이 되지 않았을 때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의사 인력을 증원한다고 해서 의료취약지나 공공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발생한 간호사 뇌출혈 사망으로 촉발된 사회적 논란은 필수 의료가 몰락한 대한민국 의료의 실상을 보여준 것임에도 본질을 왜곡하며, 의사 증원이나 의대 신설의 근거로 이용하고 있어 한심하다.

우리나라는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필수 진료과의 전문의가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척박해 전공의 기피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며, 필수 의료로는 의료기관이 생존할 수 없는 구조다. 의대 신설로 의사 증원을 엄청나게 해도 결국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에게 정당한 대우와 정상적인 의료수가로 받쳐주지 못하면 결단코 해결되지 않는다.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포퓰리즘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잘못된 정책에 대한 평가를 반드시 시행해 끝까지 책임을 묻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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